예말이오 구계등에선 아다지오로 Adagio in Gugyed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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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말이오 구계등에선 아다지오로 Adagio in Gugyedeung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2.02.25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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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완도=박남수 기자] 앞줄에 앉은 놈들을 보면 하나같이 작고 울퉁불퉁하고 못생겼다. 놈들이야말로 여름 태풍과 겨울 북풍한설을 온몸으로 막아낸 전사였다. 결국 앉은 채로 짧은 생을 마감한 놈도 있다. 그들 덕분에 뒷줄 교목들이 그나마 반듯하게 클 수 있었다. 덕분에 마을 전체가 안전하게 농사 짓고 겨울도 났다. 

앞줄에서도 저만치 나간 느티나무가 대견할 뿐이다. 들물마다 뿌렁구에 닿는 짠물이 얼마나 쓰리고 또 어찌 목구녁으로 넘어갔으까? 

앞줄 관목 새다구서 핀 힉한 길마가지 향기만 고혹한 어제 구계등이다. 장구밥 열매는 검붉게 말라가고 공들여 쌓은 층꽃은 죽어서도 쓰러지지 않아 층수 그대로다. 

숲 안쪽으로 난 터널은 길고 깊어서 써늘하고 어둡다. 낙엽으로 덮인 길은 단정하고 인적 드물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 호랑에서 뽕짝이 흘러나온다. 끄트머리에 작은 움막 같은 당집은 할머니당이다. 섬에서 온갖 잡다한 갯것은 여성들의 몫이라는 뜻인지. 할아버지당은 숲에서 멀찍이 떨어진 언덕 꼭대기서 숲과 바다와 할머니를 굽어보고 있다. 애당초 남녀의 포지션이랄까? 둘은 언제나 합방할까? 하루 날잡아 두 분 회혼례라도 올리면 좋겠다. 

명승 3호 정도리 구계등. 1호는 강릉 소금강, 2호는 거제 해금강 그리고 구계등이다. 4호 5호는 없고 6호부터 다시 시작. 명승조차 줬다가 빼앗기도 한다. 감이 오는가? 내것의 가치는 나만 모르는 듯. 국립공원 공단 관리구역이나 결국 내것이다. 

저기 들어갈 때도 080 전화 눌러야 하나. 손소독도 하고. 언제 만든 안내판인지 한 자도 안 뵌다. 띠불든지 새놈 갖다 붙이든지. 

가수 영탁이 완도전복 홍보대사로 위촉됐단 반가운 소식이다. 군청 가서 군수 만나고 평일도 가서 완도 소찬휘 보고 갔다는 소문. 전복 노래도 영상도 내고. 구계등을 노래하는 놈도 있으면 좋겠어. 내가 해부까? 

예말이오 친구, 구계등은 사계절이 다 좋다오. 꼭 가보시게. 혼자서도. 괜히 명승 아니라오. 가거든 느리게 느리게 아다지오로 걸어보시게나. 들물에 갯돌 구르는 소리 들음서. 강진 도암 살던 정현 형이 그리도 아끼던 곳인데. 님은 가고 또 봄은 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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