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하르키우, 러시아군의 가차 없는 폭격으로 수백 명 사망…“국제앰네스티 신규 조사 보고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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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하르키우, 러시아군의 가차 없는 폭격으로 수백 명 사망…“국제앰네스티 신규 조사 보고서” 발표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2.06.15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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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 지역에 집속탄과 로켓 무기 사용한 무차별 폭격 강행
국제앰네스티 조사단, 러시아군 9N210/9N235 집속탄과 살상가스 지뢰 사용 증거 발견
국제앰네스티, ‘누구나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Anyone can die at any time)-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러시아군 무차별 공격 신규 조사 보고서 발표
(글 사진 제공=국제엠네스티)
폭격으로 인한 하르키우 피해 모습(글 사진 제공=국제엠네스티)

[굿모닝완도=박남수 기자] 국제앰네스티가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에서 러시아군이 광범위하게 금지된 무기인 집속탄과 부정확한 로켓 무기를 사용해 무차별 폭격을 가하면서 민간인 수백 명이 사망했다고 오늘(13일) 밝혔다.

앞서, 인구 150만 명 도시 하르키우에 대한 폭격은 2월 24일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와 함께 시작되었다. 이러한 포격으로 도시 북부 및 동부의 주거 지역이 가장 큰 피해를 보았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기 집에서, 거리에서, 놀이터에서, 묘지에서, 인도주의 지원을 받기 위해 줄을 서다가, 식량과 약을 사던 도중 목숨을 잃었다.

국제앰네스티 조사단은 4월과 5월 14일간 하르키우에서 41건의 공습 사례(최소 62명 사망, 최소 196명 부상)를 조사하고 160명을 인터뷰했다. 인터뷰 대상자는 공습 생존자, 피해자 유족, 목격자, 부상자를 치료한 의사 등이다. 조사단은 공습 현장에서 발견된 물적 증거, 특히 탄환 파편뿐만 아니라 다수의 디지털 자료를 수집 및 분석했다.

이러한 집중 조사를 통해, 러시아군이 9N210/9N235 집속탄과 살상가스 지뢰를 반복적으로 사용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두 가지 모두 국제조약의 금지 대상이 된 무차별적인 무기들이다.

(글 사진 제공=국제엠네스티)
그라드 로켓 잔여물(글 사진 제공=국제엠네스티)

이에 신규 조사 보고서 ‘누구나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Anyone can die at any time)-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러시아군 무차별 공격(Indiscriminate attacks by Russian forces in Kharkiv, Ukraine)’에서는 러시아군이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하르키우의 주거 지역을 무차별 폭격하며 광범위한 인명피해와 파괴를 일으키고 있는 상황에 대해 기록했다.

이와 관련, 하르키우 지방병무청 의무국장은 “분쟁이 시작된 이후 하르키우 지역에서 민간인 606명이 사망하고 1,248명이 부상을 당했다”며 “국제앰네스티가 조사한 공습 중 대다수의 경우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다수의 사상자를 발생시켰다”고 전했다.

이에 도나텔라 로베라(Donatella Rovera) 국제앰네스티 상임위기대응고문은 “하르키우 주민들은 최근 몇 달 동안 가차 없는 무차별 공격 세례를 당했고, 이로 인해 민간인 수백 명이 죽거나 다쳤다”며 “금지된 집속탄을 반복해서 사용한 것은 매우 충격적이며, 민간인 생명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음을 재차 보여주는 징후다. 이처럼 끔찍한 공격을 가한 러시아군은 반드시 그들의 행동에 대해 처벌을 받아야 하며, 피해자와 그 유족들은 전적인 배상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러시아는 집속탄협약 또는 대인지뢰금지협약에 모두 가입하지 않았다. 국제인도주의법에서는 본질적으로 무차별 공격 및 무기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무차별 공격은 민간인 사망 또는 부상, 민간 재산 손상을 발생시키며 이는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이어 윤지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UN헌장의 위반이자 국제법에 따른 범죄이다. 이 범죄에 연루된 모든 사람에게 책임을 촉구한다. 한국의 시민들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글로벌 연대를 보여주시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지난 3월부터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보호하고 국제법 존중 촉구에 관한 온라인 탄원 액션을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중이다.

(글 사진 제공=국제엠네스티)
폭격을 당한 놀이터 모습(글 사진 제공=국제엠네스티)

놀이터 공격

인구 150만 명 도시 하르키우에 대한 폭격은 2월 24일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와 함께 시작되었다. 이러한 포격으로 도시 북부 및 동부의 주거 지역이 가장 큰 피해를 보았다.

4월 15일 오후, 러시아군은 마이루 가 안팎으로 집속탄을 발사했다. 민간인 최소 9명이 사망하고, 어린이 여러 명을 포함해 35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하르키우 25 시립병원의 의사들은 환자의 신체에서 제거한 금속 파편들을 앰네스티에 공개했다. 이 파편들 중에는 9N210/9N235 집속탄에 포함된 독특한 철 막대가 포함되어 있었다.

간호사 테티아나 아하예바(53)는 건물 입구에 서 있을 때 여러 개의 집속탄이 폭발했다고 말했다. 테티아나는 앰네스티에 이렇게 전했다. “갑자기 사방에서 수많은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폭발이 일어난 곳에서 시커먼 연기 구름이 보였어요. 우리는 바닥으로 엎드리고 숨을 곳을 찾으려 했습니다. 이웃집 아들인 열 여섯살 아르템 셰브첸코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아이의 아버지는 엉덩이가 파열되고 다리에 파편이 박혔어요. 폭발이 얼마나 지속되었는지는 말하기 어려워요. 1분이 평생처럼 느껴지니까요.”

근처에 있던 놀이터에서 옥사나 리트비녠코(41)는 남편 이반, 네 살 딸과 함께 걷던 도중 집속탄 여러 개가 폭발하면서 끔찍한 부상을 입었다. 파편이 등과 가슴, 복부를 관통해 폐와 척추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옥사나는 지난 6월 11일 비극적으로 사망했다. 이 공격은 많은 가족들이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을 오후 시간에 벌어졌다.

이반은 지난 4월 26일 앰네스티에 이렇게 전했다. “갑자기 눈앞이 번쩍였어요… 저는 딸을 붙잡아 나무로 바짝 밀어붙이고 나무를 끌어안았습니다. 딸이 제 몸과 나무 사이에서 보호받을 수 있게요. 연기가 자욱했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그러다 주변에 있던 연기가 사라지자, 사람들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내 아내 옥사나가 누워 있었어요. 딸이 흥건한 피바다 위로 누워 있는 엄마를 보더니, 제게 ‘집에 가자. 엄마가 죽었어. 사람들이 죽었어’ 라고 말하더군요. 딸은 큰 충격을 받았고 저도 그랬습니다. 아내가 회복할 수 있을지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의사들은 다시 말을 하거나 걸을 수 있을지도 잘 모른다고 합니다. 우리의 세상이 완전히 뒤집혔어요.”

한 달이 넘는 집중 치료 끝에, 옥사나의 상태는 조금 호전되었으나, 결국 지난 6월 11일 사망했다. 앰네스티 조사단은 해당 놀이터에서 9N210/9N235 집속탄 특유의 핀과 금속 알갱이, 그 외에 여러 파편을 발견했다. 콘크리트 바닥에서는 작은 구덩이가 여러 개 보였다. 집속탄 폭발로 발생할 수 있는 손상의 형태와 일치했다.

인도주의 대기열 공격

3월 24일 아침, 아카데미카 파블로바 전철역 주차장에서 인도주의 구호품을 받기 위해 수백 명이 줄을 서 있던 현장에 집속탄이 떨어지며 최소 6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을 당했다.

공습 현장에서 가까운 펫샵에 판매원으로 근무하는 발레리아 콜리슈키나는 폭발로 인해 주변 상점의 유리가 깨지면서 남성 1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발레리아는 앰네스티에 이렇게 전했다. “한 남성이 상점 바로 앞에서 사망했어요. 아내가 반려동물 사료를 구매하는 동안 바깥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사람이었죠… 금속 파편이 정면 유리를 관통했고, 카운터 뒤에 있던 제 머리 위로 날아갔어요. 그리고는 몇 차례 더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패닉 그 자체였어요. 상점 안에는 사람들이 가득했죠. 우리는 상점 뒤에 있는 창고로 달려가 몸을 피했습니다. 정말 무서웠어요… 죽는 줄 알았습니다.”

공습 현장을 목격한 지역 경찰관인 루슬란은 이렇게 말했다. “정말 끔찍한 상황이었어요. 파편이 비처럼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앰네스티 조사단은 집속탄 30개가 들어가는 220mm 우르간 로켓의 파편 일부가 여전히 아스팔트 구덩이에 박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현장 주변에서는 9N210/9N235 집속탄의 핀과 파편, 그리고 여러 개의 구덩이도 발견되었다.

로켓이 떨어진 장소에서 약 500미터 거리에 있는 홀리 트리니티 교회의 지붕에도 집속탄 2개가 추가로 떨어졌다. 이 교회는 노인, 장애인, 거동이 불편한 사람 등 인도주의 지원품 배부 장소까지 가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식량과 구호품을 준비하는 인도주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페드로 로보이코 신부와 세르히 안드레이비치 신부는 집속탄 2개가 지붕 위에서 폭발하며 교회 벽과 문을 관통한 파편들을 앰네스티에 보여주었다.

(글 사진 제공=국제엠네스티)
그라드 로켓으로 피해를 입은 베로니카 셰레비치코(Veronica Cherevychko)(글 사진 제공=국제엠네스티)

신체 절단

3월 12일 오후, 물류 관리자 베로니카 셰레비치코(30)는 살티브카에 있는 자택 놀이터에 그라드 로켓이 떨어지면서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그는 앰네스티에 이렇게 전했다. “벤치에 앉아 있는데 폭발이 일어났어요. 폭발이 벌어지기 직전에 휘파람 소리 같은 것을 들은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깨어났을 때는 오른쪽 다리가 이미 사라진 상태였죠. 이제 제 인생은 3월 12일 이전과 이후로 나뉩니다. 앞으로는 이 상태도 적응되겠죠. 지금은 아직 적응하지 못했어요. 자주 다리에 손을 대고 긁으려고 해요… 이런 짓을 한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들을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4월 26일 오전, 같은 지역에 집속탄이 연속으로 떨어지며 3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을 당했다. 암 생존자인 올레나 소로키나(57)는 이 폭발로 양다리를 모두 잃었다. 건물 밖에 앉아서 인도주의 지원품 배달을 기다리던 그녀는 폭탄이 날아오는 소리에 급히 건물 입구로 달려갔다. 올레나가 정신을 잃고 깨어나 보니 구급차 안이었고, 다리 한쪽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남은 한쪽 다리도 절단해야 했다. 현재 올레나는 유럽의 다른 지역에 있는 재활치료 시설로 이전되기를 바라며 우크라이나 서부에 머물고 있다. 올레나는 앰네스티에 이렇게 전했다. “암과 싸우고 나니, 이제는 다리 없이 생활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또 다른 싸움에 직면해야 해요.”

러시아군이 자주 사용하는 그라드, 우르간과 같은 비유도 로켓은 본질적으로 부정확해,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 사용하면 무차별적인 공격이 된다. 비유도탄의 오차범위는 100미터 이상이다. 건물 사이의 거리가 몇 미터밖에 되지 않는 주거 지역에서 이러한 부정확성은 민간인 사상자 발생과 민간 시설의 광범위한 파괴 및 손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사실상 확실하다.

우크라이나군에서도 주택가에서 공격을 감행하며 주변 지역의 민간인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행위는 국제인도주의법 위반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러시아군의 반복적인 무차별 공격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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