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빈의 나무이야기) 대나무(竹)는 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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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빈의 나무이야기) 대나무(竹)는 풀이다
  • 문정빈
  • 승인 2022.07.1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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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빈(문농약사 대표)

 

비온 뒤에 여기저기서 죽순이 금세 돋아나 자라나는 것에 비유하여 여기저기서 무언가가 마구 출현하는 걸 두고 '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 한다. 여기서 말한 대나무는 나무일까? 풀일까?

인간이 구별기준으로 정한 나무와 풀의 기준은 세포를 단단하게 하는 목질소인 리그닌의 유무와, 나이테의 유무. 줄기나 뿌리를 비대 성장시키는 형성층의 유무로 크게 구별한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대나무는 목질화가 진행되어 단단하지만 형성층이 없어 부피성장을 하지 않아 식물학적으로는 풀로 보는 것이 맞다.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누가) 시켰으며 속은 어이 비었는가 저렇게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이것은 1642년(인조20) 윤선도(尹善道)가 지은 시조 ‘오우가’중의 한 구절이다. 대나무의 곧은 불욕(不欲)을 노래한 것이다. 나무와 풀의 분류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던 조선중기 학자인 윤선도가 대나무를 표현한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라한 식견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적으로 1,200여 종이나 되고 우리나라에는 14종이 있는데 대나무 종류마다 대체적으로 다르게 쓰여진다. 2차 대전의 히로시마 원폭 피해에서 유일하게 생존했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번식은 지하경에 붙은 모죽으로 한다.

대나무는 신이 내린 선물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그 활용도가 큰 식물이다. 대나무가 자라는 곳에는 반드시 대나무를 자원으로 쓰는 물건이 발달된 문화‧문명이 있을 정도로 건축, 식기, 장신구, 무기 등 정말 다양한 곳에서 쓰인다.

대나무 숲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풍부한 담양에서는 대나무 통 속에 밥과 기타 곡물 등을 넣어 찐 대통밥이 향토음식이고 죽도, 죽창 등의 무기로도 만든다. 가공하여 한약재로 쓰고, 술통에 빠트려서 죽통주(竹筒酒)도 만들며 대나무 잎으로 죽엽청이라는 술도 만들고 대나무 진을 짜서 죽력고라는 술도 담근다. 대나무 통에 소금을 넣고 9번 구워서 죽염도 만든다.

또한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이 매우 뛰어난 식물로, 대나무숲 1헥타르당 연간 약30톤 가량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고. 이는 일반 나무의 4배에 달하는 양이다.

대나무처럼 곧고 올바른 장교가 되라는 뜻으로 우리 군대에서는 영관급 장교에게 9개의 대나무잎을 붙여 형상화한 계급장을 붙인다.

대나무가 맑고 절개가 굳으며 마음을 비우고 천지의 도를 행할 군자가 본받을 품성을 모두 지녔다 하여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대나무를 좋아하였다.

비었음에도 불구하고 모진 바람에 꺾이지 않는 기개를 두었기 때문이다. 하늘을 향해 곧게 크는 기질이 흔히 말하는 인간 성정의 모범에 가깝기 때문에도 그렇다. 또 매듭을 짓는 시기가 있고 하나의 매듭이 지어지면 또 다른 매듭을 향해 커가는 성장에서도 대나무와 인간사는 공통점이 많다.

문정빈(문농약사 대표)
문정빈(문농약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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