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빈의 나무이야기) 한국의 원림(園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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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빈의 나무이야기) 한국의 원림(園林)
  • 문정빈
  • 승인 2022.07.30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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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빈( 문농약사 대표)
문정빈( 문농약사 대표)
문정빈( 문농약사 대표)

가든(Garden)이라는 말은 영국이 만들었다. Garden이라는 단어에서 Gan과 Oden은 각각 히브리어로 둘러싼다, 기쁨이라는 어의를 가지고 있다. 동양에서는 정원보다는 원림(園林)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해 왔다.

우리나라의 뜰은 특색이 있다. 가정집에는 인공적으로 가꾼 정원을 두지 않고, 경치를 빌려 온다. 차경이라는 개념인데, 담장을 낮게 두어 밖으로 보이는 산을 눈으로 즐기는 것이다. 사계절을 마당에 그대로 불러들이는 통 큰 방식이다. 사방이 산인 우리나라의 지형 탓에 눈을 돌리기만 해도 온통 ‘내 뜰’이었던 것이다. 이런 생활 습관에 기인해 원림의 개념도 자연스럽게 발달했다.

우리나라 원림은 자연과 조화와 순응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았다. 원림요소로는 화초와 나무, 돌과 물, 누정 등이며 원림을 만드는 주체에 따라 궁궐원림, 사찰원림, 사가원림으로 나눌 수 있다.

원림은 스스로 조성된 자연 그 안에서 서화와 풍월을 즐기던 조상들의 거대한 뜰을 말한다. 과거 읍성 밖이나 궁 밖에 동산과 숲의 상태를 그대로 조경으로 삼으면서 적재적소에 정자와 집을 배치한 형태다. 그러니까 도시의 집에 나무와 꽃을 심어 만든 정원의 개념과는 다르다. 이런 고유 형태를 ‘별서정원’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세속의 욕심이나 당파 싸움에서 벗어나 산속 깊은 곳에 따로 집을 짓고 마음을 비우는 생활을 하기 위한 곳에서 비롯되었다. 대표적으로 명승 제40호인 담양의 소쇄원, 국가민속무화재 제108호인 영양 서석지, 명승 제34호인 우리지역 보길도 세연정을 민간3대원림이라 한다.

우리지역 보길도는 울창한 상록수림이 여행자들에게 자연친화적인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윤선도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 있는 세연정이 있다. 조선 중기 문신이며, 시인인 고산 윤선도가 병자호란 때 왕이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울분을 참지 못하고 제주도로 향하다, 보길도의 자연경관에 감동하여 머물렀다고 한다. 보길도는 그가 인조 15년(1631) 51세 때부터 13년간 글과 마음을 다듬으며, ‘어부사시사’와 같은 훌륭한 시가문학을 이룬 곳이다. 이런 보길도에는 동양의 자연관과 성리학의 사상이 흐르고 있다.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통해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되도록 한 윤선도의 뛰어난 안목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자연은 생명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고 무한한 너그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원림은 지역자원이나, 공동체의 관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향후 융·복합시대, 치유의 시대 등의 도래를 감안할 때, 향토적인 수종과 재료, 지역정서로 대변되는 원림은 창의력의 무한한 원천이 될 수 있다.

보길도에서 하룻밤을 묵고, 이른 아침에 세연정을 감싸고 내려앉은 산 안개를 보는 운치는 필자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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