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빈의 나무이야기) 쌈과 상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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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빈의 나무이야기) 쌈과 상추
  • 문정빈
  • 승인 2022.08.0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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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빈(문농약사 대표)
문정빈(문농약사 대표)
문정빈(문농약사 대표)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날 밥맛이 없을 때 상추쌈에 보리밥 얹고 쌈장 발라 크게 한 입 넣으면 입맛이 돈다. 가뭄과 폭염으로 엽채류 값이 금값이라지만 거의 모든 식당에서 상추쌈은 기본으로 나오는 메뉴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쌈’을 아주 좋아한다. 오죽하면 조선 숙종때의 실학자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조선 사람은 커다란 잎사귀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쌈으로 싸먹는다고 했다. 상추를 비롯해 호박잎, 배추, 깻잎과 곰취는 물론이고 미나리, 쑥갓과 콩잎으로도 쌈을 싸 먹으며 김과 미역, 다시마와 같은 해초로도 쌈을 싸서 먹을 정도로 유별나게 쌈을 좋아한다.



 좀 심하게 얘기하자면 우리 조상들은 뭐든지 쌌다. 이불과 서책을 비롯 온갖 물품들은 물론이요 아기는 포대기에 싸서 길렀고 집을 나갈 때는 '보따리를' 쌌다.

‘쌈 중에서도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상추쌈이다. 성호 이익은 집집마다 상추를 심는 것은 쌈을 먹기 위해서라고 했으니 조선시대에 벌써 상추쌈은 국민적인 음식으로 자리를 잡았던 것이다.
상추쌈은 농부와 서민들이 주로 먹었을 것 같지만 왕실의 가장 높은 어른인 대왕대비도 상추쌈을 즐겨 먹었던 모양이다.
승정원일기에 숙종 때 대왕대비인 장렬왕후의 수라상에 상추가 올랐다는 기록이 있다.

정약용은 『다산시문집』에서 ‘상추쌈에 보리밥을 둘둘 싸서 삼키고는, 고추장에 파뿌리를 곁들여서 먹는다.’고 하여 한여름에 보리밥, 고추장, 파뿌리를 상추에 싸서 먹는 당시의 모습을 읊조렸다.

‘쌈’의 대표적 식재료인 상추는 재배 역사가 매우 오래됐다. 기원전 4500년경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벽화에 작물로 기록되어 있다.

상추가 한국에 언제 전래되었는지 확실하지 않으나 조선 후기 한치윤의 저서 『해동역사』에 천금채라 하여 중국 수나라에 사신으로 갔다 온 고구려 사람이 상추씨를 구입하였다는 기록이 있어 이 시기에 중국에서 전래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상추를 많이 먹으면 잠이 온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상추쌈 섭취가 많으면 다량의 셀룰로오스가 위액을 분비하여 신경이 위에 집중되므로 식곤증이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추줄기에서 나오는 쓴맛 나는 우윳빛 즙액에 함유된 락투세린과 락투신 성분이 진통·진정 작용을 하여 상승효과를 나타내 잠이 오게 한다.

상추는 약간 쓴맛을 내는 채소이지만 햇빛을 많이 받아 수분을 적게 함유할수록 쓴맛이 더 강하다. 따라서 상추는 손바닥 정도 크기가 잎이 연하며 쓴맛이 덜하고 좋다.

‘쌈’은 여러가지 재료를 가져다 놓고 먹지만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것을 골라 싸 먹을 수 있어 좋다. 특히 어떤 양념을 쓰느냐에 따라 맛도 달라진다. 그래서 늘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쌈문화’다. 현재 전세계적인 K-한류 열풍에 쌈문화도 한몫하고 있다. 건강에도 좋고 싱싱한 채소를 먹을 수 있는 우리의 좋은 먹거리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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