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속이고 졸속 추진한 행정의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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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속이고 졸속 추진한 행정의 결말은?
  • 굿모닝완도
  • 승인 2022.08.1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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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도 축산차량 거점소독세척시설 문제와 대책

“주민 수용성이 완도 군정의 제일 원칙.”

완도군정을 추진함에 있어 신우철 군수가 입버릇처럼 해 온 말이다. 금일해상풍력발전사업으로 인한 금일읍 주민들의 민원 앞에서도 했던 말이고 지금은 철회한 고금도 돈사신축 사업을 두고 격렬하게 반대했던 주민들에게도 지향했던 일관된 그의 공약이다.

주권자인 주민들은 자신들과 관련해 어떤 정책들이 있는지를 먼저 알고 그 정책에 관해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 주민자치의 핵심이다. 그런데 최근 일련의 정책 과정에서 군수가 공약했던 주민 수용성이 무시된 것은 완도군수가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완도군 공무원들이 주민들을 ‘쫄’로 본다는 것이다.

고금도 돈사신축의 경우, 돈사 예정지 주변 마을 이장들과 주민 몇 사람만이 사업 내용을 알고 동의했는데 완도군청은 이를 근거로 돈사신축을 허가했다. 대다수 주민들은 허가 이후에야 허가 사실을 알게 되었다. 허가 이전에 주민들이 사업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완도군청-고금면사무소-고금면번영회-마을 개발위원회 등 당연히 거쳐야 했던 모든 행정 절차가 생략된 채 졸속으로 추진되었다가 이를 나중에 알게 된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 갈등, 대립, 소송 등을 통해 결국 사업자에게 거액을 보상해 주는 방식으로 철회되었다. 이 과정에서 책임을 진 공무원은 아무도 없고 보상금(완도군 예산 약 10억원) 외에 주민들의 정신적 스트레스와 집회, 재판 참여 등 비용까지 감안하면 손실은 엄청날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완도군은 고금 돈사신축 사건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 고금면 덕암리 고금고등학교 정문 앞 18미터 지점에 추진하고 있는 축산차량 거점소독세척시설 신축 사업도 돈사신축 사업과 판박이로 닮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잘못에서 아무런 반성이나 교훈도 얻지 못했으니 잘못은 또다시 반복되는 것이다.

거점소독시설 허가와 착공 이후 개최한 몇 차례 주민 설명회 및 간담회를 통해 완도군 농업축산과 황창령 과장은 거점소독시설의 필요성과 현황 그리고 인체 무해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축산차량의 소독은 물론 세척까지 해결하는 최첨단 시설임을 주장했다. 황 과장은 8억이 넘는 총 예산 중에서 3억 이상이 이미 투자됐고 금년 말까지 완공하지 못하면 나머지 예산은 국가에 반납하겠다고 했다. 황 과장의 발언은 소독시설 사업을 포기하고 남은 예산을 반납할 경우 행정 책임도 수반될 것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을 것이다.

 

거점소독시설 추진의 전말: 주민들은 전혀 몰랐다

거점소독시설을 현 위치(덕암리)에 추진하게 된 배경에 대해 박종관 한우협회 완도군지부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우협회 오래된 건물이 낡아 신축을 원했는데 완도군수를 찾아가 지원을 요청했으나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다가 거점소독시설 부지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협회 사무실 부지를 완도군에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현 위치에 거점소독시설과 협회 사무실 신축을 결정하게 됐다.”(2021년 11월 착공 후 주민 설명회, 2022년 8월 2차 주민간담회)

한우협회 완도군지부 사무실 부지를 기부채납 받은 완도군 농업축산과는 2021년 8월 거점소독시설 신축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주민 설명회나 공청회 한 번 없이 완도군 농업축산과 직원이 주민동의서를 요구하자 마을 이장(한우협회 사무국장 겸직)은 덕암리 주민 5명 정도에게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한우협회 사무실(회관)을 짓는다고 설명했을 뿐 거점소독시설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마을 이장은 거짓말을 했고 주민들을 속였다.

완도군은 8월 17일 완도교육지원청에 거점소독(세척)시설 신축에 따른 관련법(교육환경보호법) 검토(협의) 요청을 했다. 교육청은 배출허용기준 준수와 민원 우려 불식을 조건으로 달았으나 이 시설이 관련법에 근거한 교육환경 절대보호구역 내 절대금지 시설이라고 회신했다.

신축 허가와 함께 600여 업체가 참여한 입찰 결과 2021년 9월 16일 사업자가 최종 결정됐고 11월 15일 신축 공사가 시작됐다.

착공 소식과 함께 거점소독시설 신축 사실을 접한 주민들은 즉시 반발해 현수막을 걸고 항의했으며 공사 중지를 요구했다. 완도군은 11월 19일 덕암리 주민들을 대상으로 첫 설명회를 개최했다. 농업축산과장은 “주민 전체에게 사전에 못하고 늦게 설명한 것에 죄송하다”고 몇 차례 사과했고, 마을 이장 또한 “마을 회의 못한 것은 자신의 잘못이고, 공청회 못한 것은 행정의 잘못”임을 인정했다. 주민들 대다수는 한우협회 사무실 신축은 찬성하지만 거점소독시설 신축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11월 21일 열린 덕암리 마을총회에서 주민들은 참석자 21명 중 19명이 거점소독시설 신축에 대해 반대했다.(1명 기권, 1명 무효) 이 자리에서 주민들은 거점소독시설 추진 절대 반대(협회 사무실 신축은 찬성) 입장을 재확인했고 공사를 중지할 것과 반대추진위원회 결성, 반대 서명운동 등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2022년 1월 완도군이 마련한 1차 주민간담회에서 농업축산과장은 “주민들과 협의 없이 거점소독시설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주민들은 시설 절대 반대 입장을 밝히고 그동안 주민들에게 받았던 반대 서명부를 황 과장에게 제출하기도 했다.

2022년 8월 고금면사무소에서 가진 2차 주민간담회에서 농업축산과장은 “거점소독시설을 신축하되 소독시설은 주민들과 협의 없이 운영하지 않겠다”는 수정 제안을 했으나 주민들은 기존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협회 사무실 신축은 찬성하되 거점소독시설 신축은 절대 반대).


학교 관계자들도 몰랐다

거점소독시설 신축 허가 당시(2021년 8월) 고금고등학교 교장은 “거점소독시설이 협회 사무실 리모델링 사업으로 알고 동의했다”며 거점소독시설 신축 사실에 대해 몰랐다는 입장이다.(2022년 8월 2차 주민간담회에서 고금고 운영위원장의 발언) 2021년 11월 거점소독시설 착공 당시 고금고등학교 운영위원장은 “착공 이전에 거점소독시설에 대한 얘기를 누구로부터 들은 바 없다”고 했고 거점소독시설 신축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완도군과 한우협회가 고금고 교장에게는 협회 사무실 리모델링 사업이라고 속였고 운영위원회, 학부모회, 학생들에게 아예 사업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패싱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2022년 8월 둘째주) 고금고등학교 운영위원을 대상으로 타 지역 거점소독시설 견학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거점소독시설에 대한 각자의 현재 입장

덕암리 주민들은 소독세척시설 신축 반대와 협회 사무실 신축 찬성 입장을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다. 주택가, 학교 앞 소독시설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고금고등학교 학부모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확산되는 중이며 조만간 찬반 여론을 수렴하는 적절한 절차를 밟을 듯하다. 시설 신축 반대 여론이 우세한 분위기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완도군은 주민들이 요구하는 소독시설 이전과 협회 사무실 단독 신축안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즉 현 위치에서 소독시설과 협회 사무실 신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추진하되 금년 말까지 완공이 어려울 경우 미집행 예산을 국가에 반납하겠다는 것이다.

한우협회는 기존 부지를 완도군에 기부채납한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대안은 생각할 수도 없다. 현 위치에 신축하는 것이 최선이자 유일한 방법으로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사업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거점소독시설 신축사업의 가장 큰 잘못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완도군 행정에 있다. 행정이 공공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주민들이 자신들과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완도군이 박탈해 버렸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물론, 학교환경보호법이 규정한 절대보호구역임에도 학교장에게는 거짓말로 속였고, 운영위원회, 학부모회 및 학생들은 아예 무시했다(패싱). 이는 신우철 군수가 약속한 주민 수용성이 아니다. 주민 패싱이자 무시였다.

한우협회의 잘못도 크다. 축산 농가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일지라도 협회가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한우협회 사무국장을 겸하고 있는 마을 이장이 완도군과 짜고 주민들에게 치명적인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시설 신축에 대해 주민들을 패싱했다는 사실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우협회에게 공이 큰 사무국장일지는 모르나 마을 주민들에게 이장은 공공의 적이다. 진작에 사퇴했어야 할 사람이 아직까지 이장 자리에 있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그의 이장 자리 고수는 거점소독시설 성사를 위한 성스러운 미션인가?


어떻게 해야 할까?

완도군정 추진의 제일 원칙은 주민 수용성이라고 주장한 자신의 공약을 지키지 못한 신우철 군수는 이번 불행한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잘못을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첫 단추를 잘못 끼우고 사후약방문 하듯 무리하게 추진하는 거점소독시설 신축은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또한 군민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관계 공무원에 대해 일벌백계 차원의 응분의 징계와 처벌이 있어야 한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앞으로 예상되는 가축 감염병 예방과 차단이라는 중요한 국가 사업을 위한 필수시설로서 거점소독세척시설임을 인정하더라도 그 사업이 주민들의 이해와 요구를 우선하거나 덮을 수는 없다. 학생들의 학습권을 털끝만큼이라도 훼손해서도 안 된다. 더욱이 알권리를 빼앗긴 주민들은 물론 학부모 단체의 일관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우협회가 밀어붙이기식으로 사업을 강행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차분한 반성과 이성적인 사고가 필요한 때이다.

거점소독시설 신축과 관련한 이번 불미스런 사고는 한우협회와 완도군청이 짜고 주민 몰래 추진해 일어난 최악의 사고임에 틀림없다. 고금도 돈사사건과 판박이로 닮았다. 행정 과실로 비롯된 주민 간 갈등, 대립, 사업자의 피해 등 비용은 얼마나 클 것이며 돈사사건의 경우처럼 또다시 군 예산으로 모든 피해를 보상하려는가? 이번엔 도대체 군 예산 얼마를 쓰려고 하는가?

3선 군수의 권위가 높은 대신 책임의 무게 또한 그만큼 무겁다는 사실을 신우철 군수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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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 2022-08-24 01:59:40
“전염병은 미리 막는거에요 터지고 나서 예방하는 게 아니라”
코로나만 봐도 모르시겠나요?
완도군에서 한우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거점소독시설이 있어야할 명분은 충분하고 당연히 완도군에서 가장 소를 많이 키우는 고금에 생겨야 할 명분도 충분합니다.
[이 과정에서 책임을 진 공무원은 아무도 없고 보상금(완도군 예산 약 10억원) 외에 주민들의 정신적 스트레스와 집회, 재판 참여 등 비용까지 감안하면 손실은 엄청날 것이다]
본문에 이렇게 써있는데
경제적인 측면으로 보면 완도군 한우 축산농가들이 전염병 때문에 소들을 집단 폐사하게 되면 국가에서 최소 몇백억을 보상해줘야 되는데 폐사하면 내 눈앞에서 사라지는 돈이아니라서 글을 이렇게 쓰셨나요? 전염병으로 폐사를 하면 축산 농가가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생각 안하셨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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