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읍 부도에 사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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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일읍 부도에 사람 산다
  • 강제윤
  • 승인 2022.08.3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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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윤(시인, 섬연구소 소장)
(글 사진 제공=강제윤 섬연구소 소장)
(글 사진 제공=강제윤 섬연구소 소장)

 

사단법인 섬연구소가 작년에는 거제시로부터 강제추방 될 위기에 처했던 지심도 주민들을 구한 데 이어 올해는 행정의 실수로 섬에서 떠나야 할 위기에 처했던 완도 부도 주민들을 구했습니다.

사람이 멀쩡히 잘 살고 있는 유인도를 정부가 무인도로 만들어버린 섬이 있습니다. 완도군 금일읍 부도입니다. 완도군 부도는 1995년까지 학교도 있었고 지금도 13년째 한 부부가 살고 있습니다.

그 이전도 사람이 늘 살고 있었으니 섬이 무인도였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해수부가 잘못된 조사로 유인도를 무인도로 만들어버렸던 것입니다. 게다가 하나인 유인도를 두 개의 무인도로 분리시켜 버리기까지 했습니다.

그 사이 부도란 이름도 없애 버렸습니다. 부부가 처음 들어갈 때는 주소도 완도군 금일읍 부도로 주민등록이 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섭도길 25번지로 주민등록이 되어 있습니다. 이런 황당한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섬사람이라 겪는 서러움입니다.

무인도는 해수부가 「무인도서의보전및관리에관한법률」로 관리하고 유인도는 행안부가 <섬개발촉진법>을 통해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유무인도를 분류할 때 해수부가 행안부와 협의를 거치지만 사각지대가 발생하곤 하는데 부도 또한 해수부의 실수로 멀쩡한 유인도를 무인도로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관내 섬인데도 행정 처리를 잘못한 완도군의 잘못도 큽니다.

지금 부도는 종달서도 민등서도, 두개의 무인도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부부는 종달서도에 세들어 살아왔는데 주인이 입도하겠다고 해서 집을 비워주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부부는 자신들이 매입한 민등서도에 집을 지으려 했는데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같은 하나의 섬임에도 개발가능지구로 분류된 종달서도는 건축행위가 가능한 데 민등서도로 분류된 박씨의 땅은 이용가능지구로 분류되어 있어서 건축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13년째 부도에 살면서 부부는 부도 해역에서 전복, 다시마, 미역 등을 양식하며 생의 터전을 일구어 왔습니다. 그래서 절대 부도를 떠날 수 없는 처지입니다. 집을 짓고 살아야 양식장도 관리가 가능하다.

그래서 작년 가을 부도의 부부가 섬연구소로 도움을 요청해 왔습니다. 섬연구소에서는 행안부와 논의해 집 짓기도 가능하게 하고 부도를 다시 유인도로 되돌리고 제 이름을 되찾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섬연구소와 행안부의 노력으로 부부의 땅도 2022년 7월 11일자로 개발 가능지구로 변경됐습니다.

이제 부부도 부도에 집을 짓고 살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섬을 떠나지 않고 정착해 살 수 있게 된 것이지요. 곧 행안부도 잃어버렸던 부도의 이름도 되찾아 주고 유인도로 편입시킬 계획입니다. 참으로 잘 된 일입니다.

이제 정부 기관인 한국섬진흥원도 생겼으니 섬주민들께서도 섬연구소에만 너무 많은 짐을 떠맡기지 마시고 한국섬진흥원(https://www.kidi.re.kr/home.do)도 많이 활용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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