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종일관 여일한 완도군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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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시종일관 여일한 완도군 행정
  • 굿모닝완도
  • 승인 2022.09.22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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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시작과 끝이 같다. 시종일관이니 좋을 거 같으나 그 반대다. 완도군 행정이 그렇다.

지난 9월 8일 고금면사무소에서 열린 이장단회의에서 고금면장은 학교 앞 거점소독시설 추진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완도군과 한우협회가 협의해 추진해 왔던 축산차량 거점 소독 및 세척시설 사업의 사실상 포기나 다름없다. 그동안 결사반대를 주장해 왔던 일덕암리 주민들은 즉각 현수막을 걸고 환영했다. 지난 연말 착공 이래 계속됐던 지역 사회 갈등이 드디어 끝났다.

그런데 거점소독시설 사업 철회 결정과 발표 과정을 보면 완도군 행정의 문제가 여지없이 보인다. 고금면장의 발표 이틀 전(6일), 완도군 농업축산과장이 고금면을 찾아 사업과 관련된 이들을 만났다. 마을 이장, 한우협회 대표, 군의원, 면장 등이 참석했고 이 자리에서 완도군의 사업 철회 방침이 전달됐다. 그 자리에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 대표 등이 빠진 것도 아쉬운 일이지만, 사업 철회 소식은 대다수 주민들과 학부모들에게 그리고 심지어 언론에도 비밀에 부쳐졌다가 이틀 후에야 면장의 발표로 세상에 알려졌다. 주민과 학부모, 학생 그리고 언론조차 몰랐다. 시종일관 반대만을 일삼은 미운 존재들에게 알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을까? 그야말로 패싱이다. 그 과정에서 이장, 면장, 군의원 들은 주민을 대표하지 않았다. 유감이다.

그런데 이번 사업의 불행의 끝은 2021년 8월 거점소독시설 건축허가 때부터 이미 예고돼 있었다. 주민들 특히 학교 관계자와 학생들에게 불편하고 민감한 시설의 건축(개발) 허가를 단 한 차례 설명회조차 없이 마을 이장이 받은 동의서 몇 장으로 주민여론을 대신했다. 동의한 주민들조차 그게 어떤 시설인지 제대로 몰랐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서로 남탓만 한다. 그 시설이 필요한 이익단체(협회)와 완도군 공무원들이 서로 짜고 허가를 위해 모의한 결과 주민들과 학교 주체들은 몰랐다. 심지어 교장조차도 속았다. 모두가 패싱 당했다. 완도군 공무원들의 눈에는 이들이 개 돼지쯤으로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일이 어쩌다 한 번 일어난다면 우연일지 모르겠으나 반복된다면 그건 습관이고 질병이다. 완도군 행정의 주민 패싱으로 겪은 비극을 우리는 고금도 돼지축사 신축사업에서 목도한 바 있다. 돈사신축 허가가 날 때까지 대다수 주민들은 몰랐다. 인근 마을 이장 등 몇 사람의 동의서와 선진지 견학 등 자료를 근거로 한 건축(개발) 허가 이후에야 알게 된 주민들은 분노했고 반발은 거세고 오래갔다.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서 사업은 결국 철회되었다. 사업자에게 돌아간 보상금(10억에 가까운) 전액에 대해서 완도군의회는 조용하고 신속하게 동의했다.

고금면 돈사사건과 소독시설은 판박이처럼 닮았다.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주민 자치를 정면으로 거슬러 사업을 추진했던 완도군 행정은 불행한 결과에 대해서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과거의 잘못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원인을 찾아 거기로부터 교훈을 얻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완도군의 불행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번 소독시설의 사업 철회로 인해 사업자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해 완도군은 어떤 방식으로든 보상해야 할지도 모른다. 사업자가 행정소송이라도 제기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돈사 때와 같은 방식으로 조용히 끝내려는가?

거점소독시설은 사업 시작부터 첫단추를 잘못 끼운 탓에 끝도 역시 불행했다. 완도군 행정의 경우 시종일관 여일한 것이 결코 자랑은 아니다. 완도군 행정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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