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군 문화재 관리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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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군 문화재 관리 현주소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2.10.0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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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완도=박남수 기자] 지난 9월 20일 고금도 덕암리 한 초가 마당에는 풀이 무성했습니다. 마당 한 켠에 ‘완도군 향토문화재 제1호’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간판 설명글만이 그 초가집의 사연을 알 수 있게 해줍니다.

이곳은 조선 고종 때 전라감사와 학부대신을 역임했던 이도재 공이 9년여 기간 동안 유배생활을 했던 곳으로 ‘이도재 적거지’로 지정돼 현재 완도군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초가는 본채와 별채로 모두 두 채입니다. 마당에는 검은 돌 조각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본채는 올 봄에 초가를 새로 해 깨끗한 상태이고 별채는 낡아 지붕에 풀이 자라 있고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합니다. 본래 스레이트 지붕이었던 것을 걷어내고 마람으로 덮었으니 당연하겠지요. 사실 깨끗한 본채 초가지붕은 진짜 볏짚이 아닙니다. 요즘 유행하는 볏짚 모양의 플라스틱 마람(이엉)으로 엮은 것입니다. 그 마람 아래(서까래 위)는 플라스틱 포장으로 집 전체를 덮었구요. 알 만하지요? 그래서 더 이상 빗물은 스며들지 않습니다. 아마 별채는 내년 봄에나 플라스틱 마람으로 교체할지도 모르겠어요. 근데 지금 별채의 상태로 봐서 그때까지 눈비를 견뎌낼지 걱정입니다.

본채 내부는 도배와 장판이 깨끗하지만 아무도 들어간 흔적이 없었는지 먼지만 쌓여 있습니다. 별채를 볼까요? 방 두 칸인데 방 바닥에 야생 동물이 죽어 육탈된 채 뼈만 앙상하게 남았습니다. 쥐의 분해된 상태로 봐서 최소한 6개월 이상 방치된 것으로 보입니다. 차마 그 사진만은 못 올리겠습니다.

이도재 공 적거지는 아직까지 완도군이 지정 관리하고 있는 유일한 향토문화재입니다. 또한 완도군은 올해를 설군 120주년으로 선포하고 이를 기념하는 홍보활동을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고금도 유배에서 풀려난 이도재 공이 여러 군현에 소속된 섬들을 한 데 모아 완도군을 새로 설치하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도재 공이 설군의 주역이라는 것입니다.

이번 추석 명절(15일)에도 이도재 적거지는 잡초와 먼지와 야생동물들의 사체 등이 방치된 채 고향을 찾은 많은 귀성객을 맞았습니다. 문화재의 관리 주체인 완도군은 자신들의 조상, 그리고 조직원들의 행복과 안녕(well-being)을 다 챙긴 연후인 21일부터 23일까지 공공근로 할머니들을 시켜 겨우 제초작업을 끝냈을 뿐입니다. 뽑힌 마당의 풀들은 아직도 입구에 쌓여 햇빛과 가을비에 젖어 천천히 분해되고 있습니다. 밖에선 풀들이 썩어가고 방 안에서는 새와 쥐가 썩어가니 이를 문화재라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문화재로 지정된 지난 2003년 이래 지금까지 차 한 대 주차할 공간이 없고, 좁은 골목으로 들고 나기도 쉽지 않습니다.

우리 지역에서 생산된 수산물을 팔기 위해 일본, 중국, 미국, 유럽 등지로 동분서주 뛰어다니는 신우철 완도군수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리 바쁘게 뛰어다니는 동안 완도의 곳곳이 이리 썩고 있는지 아십니까?” “도대체 완도에는 문화라는 게 있기나 한가요?”

(편집자 주: 2016년 10월 1일 썼던 글인데 지금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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