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죽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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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죽이지 마라
  • 굿모닝완도
  • 승인 2022.10.05 01: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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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수(굿모닝완도 발행인)
9월 16일 조약도 두 주민이 완도에서 일을 끝내고 귀가하는 길에 고금도 국도 급커브 구간에서 그만 전봇대를 들이받고 한 명은 숨지고 운전자는 중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했다.

 

9월 16일 금요일
슬픈 날이다. 옆집 아제가 일을 하고 오다가 죽었다는 소식이 왔다.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우리는 노인정에서 놀다가 그만두고 서로 울고 있었다.

9월 17일 토요일
아침에 밥을 몇 번 떠먹고 장례식장에 갔다. 눈물만 흘리고 거기에 있다가 오후에 집에 왔다.

9월 18일 일요일
생각지도 못한 초상이 나서 도무지 뭐를 할 수가 없다. 오늘도 노인당에 가서 놀고 집에 오지 않고 밤에 집에 왔다.

한글학교에 다니는 그녀의 일기는 3일 동안 슬픔으로 가득 찼다. 지난 9월 16일 한 동네 사는 두 분이 완도 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고금도 급커브길에서 그만 전봇대를 들이받고 한 명은 숨지고 운전자는 중상을 입었다. 상을 치르는 3일 동안 마을 사람들은 깊은 슬픔에 빠졌다.

사고 뒤 보름쯤 지나 조약도 사람들 사이에선 이런 말이 돌았다. “고금도만 지나왔으면....”

9월 24일 아침. 고금도 사는 70대 노부부가 바다로 나가는 길에 함께 트럭을 타고 선창을 지나다가 그만 바다로 추락했다. 밀물 때였다. 근처에서 작업을 하던 굴삭기 기사가 달려와 차를 인양하고 도착한 구급대가 응급조치를 했으나 결국 그들은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다. 평생을 함께 연승어업을 하다가 최근에야 고향에 정착해 낚시로 노후를 보내던 착한 사람들이었다. 추수하지 못한 밭에서 주인을 잃은 서숙이랑 들깨가 익어가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동안 바닷가 도로에서 추락한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선창에, 호안도로에 난간만이라도 있었다면....”

이제 이웃이 된 고금도와 조약도 두 섬에 한 주 간격으로 안타까운 소식이 퍼졌다. 운전자의 부주의나 잘못으로 일어난 사고일 것이지만 평생을 함께 살아 온 이들의 푸념에 우리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안전 난간만 있었어도....” “고금도만 지나 왔더라면....”

국도 77호 고금도 구간은 매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갓길이나 인도조차 없는, 말이 국도지 지방도로만도 못한 죽음의 길이다. 이 길로 경운기와 전동 스쿠터, 고라니와 오소리가 함께 달린다. 장보고대교 개통으로 교통량은 늘었지만 위험한 도로의 개선은 늦기만 하다. 국도는 중앙정부 예산으로 한다는 이유로 늘 관심 밖의 일이었다. 그 사이에 매년 사람들은 죽어간다. 그걸 모르는 완도군수가 아니지만 그는 광주-완도 간 고속도로와 해안관광도로 개통으로 500만 관광객이 찾아올 거라는 장밋빛 비전만 반복한다. 해양치유사업에 올인하는 동안 위험한 방파제와 호안도로에서 주민들은 시나브로 다치고 죽어간다.

사고 후 주의와 단속을 경고하는 이장의 방송이 연일 들리고 경찰들의 음주, 과속 단속도 이어진다. 그러나 위험한 도로를 바꾸겠다는 어떤 다짐이나 약속의 목소리도 없다. 여기엔 그 흔한 주민보호 구간조차 없다. 고금도와 조약도 사람들의 속삭임 뒤에 생략된 그 무엇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고금도만 지나왔으면 살았을 거야.” “안전 난간만 있었으면 살았을 텐데.”

고속도로와 관광도로를 달려올 돈 많은 미래의 관광객이 행복한 완도가 아니라 섬을 살아가는 주민들이 지금 안전한 완도였으면 좋겠다. 주민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우철 군수는 모두가 잘 사는, 군민 모두가 행복한 완도를 약속하지 않았던가? 남을 위한 미래의 해양치유도 좋지만 현재 위험으로부터 우리 이웃과 주민을 지켜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지도 못하는 그놈의 국가를 도대체 어디에 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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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도 2022-10-07 21:38:54
누가 누굴 죽인다고 그래 ㄴㄱ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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