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화석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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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화석 은행나무
  • 굿모닝완도
  • 승인 2022.11.0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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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빈(문농약사 대표)
지금은 폐교된 구 군외초등학교 불목분교 교문 앞길 은행나무에 단풍이 들어 아름답다.

은행나무는 자웅이주(암수딴그루)이며, 오래 살며 수형이 크다. 그리고 가을단풍이 매우 아름답고 병충해가 거의 없으며 넓고 짙은 그늘을 제공한다. 가을에 노랗게 변하는 은행잎은 붉은 단풍잎들 사이에서 차별되는 조경 수목이다.

은행나무는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데, 1문 1강 1목 1과 1속 1종만이 현존하는 식물로, 현재는 아시아에 1종(Ginkgo biloba)만이 남아 있다.

생물분류학에서 '문'이 얼마나 큰 단위냐면 동물계에서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 등의 척추가 있는 생물을 척추동물아문이라고 하는데, 포유류인 사람으로 치면 저기에 해당하는 척추동물들이 다 사라지고 사람 단 한 종류만 남은 셈이다. 식물계 은행나무문 은행나무강 은행나무목 은행나무과 은행나무속 은행나무종이라는 위엄 쩌는 분류를 자랑한다.

은행나무를 불멸의 나무라고 하는 것은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은행나무는 1,000년 이상 살 수 있으며, 어떤 은행나무는 3,000년까지 살 수 있다고 한다. 현재까지의 연구로 은행나무 수명은 이론적으로 무한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는 경기도 양평군 용문사에 있으며 수령은 1,100년~1,500년 정도로 추정되고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은행나무 높이는 보통 15~40m 정도이지만 고목은 60m에 달하기도 한다. 생명력이 강해서 가지와 뿌리를 제거하고 줄기만 남은 상태에서 몇 년간 잎이 돋는 일도 있다. 그래서인지 역사가 긴 사찰에 있는 은행나무 고목 중에는 무슨무슨 고승이 꽂아두고 간 지팡이에서 잎이 돋아 자라났다든가 하는 식의 유래가 붙어있는 것도 있다. 심지어 히로시마 원폭 투하 중심지에서 2킬로 안에 있던 은행나무도 살아남아서 현재까지 남아있다고 한다. 가로수로 많이 심는 은행나무는 우리나라 기후 조건에도 잘 적응하고 별다른 관리가 필요 없는 나무이다. 특히 플라보노이드 등과 같은 항균성 물질이 포함돼 있어 병충해에 강하고, 여러 나무 중에 산소 배출량이 많고 매연과 미세먼지 흡수·제거 능력이 뛰어나다.

산림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9년까지 도로 위 가로수 누적수는 약 825본이다. 그중 기타로 분류되는 275만본의 가로수를 제외한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가로수는 약 550만본 총 13종이다. 13종의 가로수중 은행나무는 19%로 가장 많이 식재되어 있다.

은행나무가 요즘은 가로수 퇴출 위기에 놓여 있다. 가을이면 내뿜는 노릿한 냄새로 민원을 넣는 사람이 많아서이다. 가을이 되면 은행나무중 암은행나무에 열매가 열리는데 초록색이던 열매가 노랗게 익으면서 과육은 점점 물렁물렁해진다. 과육에 들어있는 ‘빌로볼’과 ‘은행산’이라는 독성 물질이 바로 악취의 주원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나무를 수은행나무로 교체하든가 일찍 은행열매를 수확하고는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은행 잎사귀를 책갈피 삼아 책에 꽂고, 열매를 볶아 먹던 추억이 있는 은행나무, 깊어지는 가을, 전북 고창 선운사의 은행나무 단풍길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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