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좋은 아버지를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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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좋은 아버지를 만드는가?
  • 굿모닝완도
  • 승인 2022.11.07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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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필(전 서울시 관악구청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유종필(전 서울시 관악구청장)
유종필(전 서울시 관악구청장)

6년간 키운 아들이 병원에서 태어나자마자 뒤바뀐 남의 아들이란 사실을 알았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냥 바꾸면 된다? 이른바 '낳은 정 기른 정'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핏줄을 중시하는 동양권이라지만 6년간 살 비비며 살았다면 칼로 자르듯 생이별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가족 영화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런 흔한(?) 소재를 가지고 특유의 시선과 기법으로 가족이란 무엇인지,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어때야 하는지 담담하게 그려냈다. 

영화는 개울물처럼 졸졸졸 흘러가지만 어느덧 보는 이의 가슴을 흠뻑 적셔 준다.

여기 대비되는 두 가정이 있다.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 분)는 대기업의 중견간부로 아내와 조용하고 지적인 가정을 이루고 산다. 회사에서나 가정적으로 잘나가는 료타는 일에만 집중할 뿐 아이와 놀 시간은 없다. 아들 케이타도 아빠를 닮은 모범생으로 키웠다. 너무 착해서 걱정일 정도.

​유다이(릴리 프랭키 분)는 변두리에서 허름한 전파상을 하는 서민층. 2남 1녀의 자녀는 늘 소란스럽고 활달하다. 형편은 넉넉지 못해도 정이 넘치는 분위기에서 아빠와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부대끼며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산다. 아들 류세이 역시 전형적 개구쟁이 스타일로 구김살이 없다.

​상대방 가족을 만나보고 경계하는 낯을 보이는 료타. 자기 기준으로 볼 때 교육수준이나 생활수준이 낮은 가정에 정든 아이를 보내기를 주저하게 된다.

-료타: "둘 다 저희한테 주시면 안 될까요? 애들 행복을 생각하면... 돈은 충분히 드릴 수 있어요."

​-유다이: "우리 아이가 불행하다는 말이에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없는 게 있어. 돈으로 애를 사는 거야?"

​각자의 아이에게 친아들이 아니라는 '잔인한 진실'은 차마 말해주지 못한다. 우선 주말 바꿔 살기로  아이들을 다른 분위기에 적응을 시키고, 두 가족 공동 야유회 등 점차 접점을 늘려가다 완전히 바꾼다.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바꿔 살기를 강요당한다. 아니, 어렴풋이 알면서도 모르는 체하는지 분명치 않다.

전파사 가정으로 간 케이타는 어질어진 집에서 동생들과 어울려 장난감을 조립하고 연날리기도 하면서 즐겁게 보낸다. 반면 고층 아파트의 정갈한 집안에 친구도, 동생도 없이 놓인 류세이는 외로움을 느낀다. 비싼 장난감과 맛난 음식도 아이를 달래주지 못한다. 료타 역시 야생마처럼 성장한, 다시 말하면 자기와는 정반대 스타일인 친아들 류세이가 못마땅하기만 하다. 세세한 규칙을 정해놓고 아이를 훈육하지만 먹히지 않는다. 그러던 중 료타는 거꾸로 아이에게 점점 적응되어 간다. 총싸움 놀이를 하며 쓰러지는 연기를 하는 등 파격적 변신을 한다. 조용하기만 했던 집안에 우당탕탕 소리가 난다. 언뜻 가정의 평온이 깨진 것 같지만 생기가 돈다. 사람 사는 것 같다.  까도남 아버지가 '그렇게' 친근한 아빠로 변해간다. 잘난 엘리트 출신 아버지가 서민 가정에서 자란 아들의 소탈하고 거친 모습을 보고 자연스레 느끼고 깨달으면서 진정한 가족애를 찾아가는 스토리.

​영화에서 서민 아빠 유다이가 엘리트 아빠 료타에게 던지는 한마디가 가슴에 꽂힌다.

아버지는 역할뿐 아니라 시간입니다.

아버지의 역할에는 정답이 따로 없다. 다만 시간(세월)에 의해 켜켜이 쌓인 정(情)이 중요하다. 함께 보낸 시간의 양이 늘어나면 정도 두터워진다. 일할 시간, 훈계할 시간은 있어도 같이 놀아줄 시간은 없는 엘리트 아빠를 향한 서민 아빠의 뼈 때리는 질타는 고레이다 감독의 강력한 한 줄 메시지이다. 

​2013년 아트나인에서 보고 이번에 넷플릭스에 올라와 또 보았는데도 가슴이 먹먹해졌다. 고레이다 감독은 이 영화로 칸영화제 심사 위원장상을 받았고, 2018년에는 <어느 가족>으로 칸 황금종려상을 따냈다. 아들 역을 맡은 두 아역 배우의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영화를 한층 빛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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