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목분교에 도서관을 기부한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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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목분교에 도서관을 기부한 뜻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2.11.2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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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완도=박남수 기자] 노랗게 익은 은행나무를 기대하고 갔으나 꽝이다. 여러 조건이 맞지 않아서겠다. 은행나무가 어디 인간의 눈을 만족시켜주려고 단풍이 들며 가을에 낙엽을 떨구겠는가? 생태계의 순환구조로 본다면 생산자인 은행나무 덕분에 최종 소비자인 인간이 살아가는 거겠지. 학교에 무슨 행사가 있는지 아침부터 등교하는 아이들이 부산하다. 뭐든지 그대로다. 오줌싸게 아이도, 충무공도, 유관순도, 독서상도, 이승복도 그대로다. 승복이는 1968년 12살이었다니 지금 살았다면 환갑을 눈앞에 두었겠다.

조각상 건립년도를 보니 대개가 1976년이다. 개인이 기부한 것이다. 1976년이면 넉넉한 시절도 아니었건만 반공소년 이승복이건, 구국영웅 충무공이건, 항일투사 유관순 조각상을 학교를 위해, 아이들을 위해 기부했을 그 마음을 알겠다. 그후로 대한민국은 놀라운 발전을 거듭했다고 하지만, 부자들도 많아졌겠으나 지금까지 낡은 조각상을 대신할 기부자가 없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물질적으로야 부자지만 마음은 형편없이 가난해진 까닭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느 학교나 마찬가지다.

불목분교 천경도서관 역시 뜻있는 분이 기부한 건물이다. 아이들을 위해 저 건물을 기부할 생각을 했던 분의 위대한 뜻이 아쉽게도 오래 전부터 도서관은 본연의 역할을 잃어버리고 굳게 잠겨있다. 최근 수천억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안철수만 의롭고 위대한 건 아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우리 후배들의 정신이 살찌도록 도서관을 잘 운영하고 후원하는 일에 아무도 관심없었다. 그래서 지금은 빈집으로 창고가 되어가고 결국 학교는 폐교에 직면했다. 언제나처럼 문제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다.

이 학교를 폐교로부터 살려낼 방법은 아쉽게도 없다. 백약이 무효다. 다만 불목분교 졸업생들이여, 올해가 가기 전에 모교를 방문하여 보라. 잎이 다 떨어진 은행나무에 각자 자기 졸업 횟수만큼의 노란 리번을 달아보라. 아마도 한 겨울이라도 모교를 노랗게 물들일 지도 모른다. 그대들의 손으로 직접 심은 은행나무가 뽑히고 말라죽도록 내버려두려는가? 혹시라도 이것이 모교를 살려낼 위대한 사건이 될지 누가 아는가?

2011년 11월 22일 불목리 불목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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