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배추, 진도 이름으로 팔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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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배추, 진도 이름으로 팔려간다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2.12.07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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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완도=박남수 기자] 추운 겨울 아침 대신리 엄마들이 모여 일합니다. 배추를 산지 폐기하는 장면이 뉴스에 나오는 요즘, 꽃처럼 활짝 핀 예쁜 쌈배추를 뽑고 다듬고 포장합니다. 포장박스를 보니 "진도봄동"이라 적혔습니다. 완도에서 생산되는 파, 마늘, 양파, 고구마, 배추 등 다양한 작물이 계약을 맺은 전문 관리인에 의해 재배되고 다른 지역 이름으로 팔려갑니다. 대신 완도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는 토지(바다) 임대료를 받겠지요. 아주 저렴한 일당을 받겠지요.

완도 김의 명성은 이제 옛말입니다. 요즘은 서해안 지역이 맛 좋은 김을 생산합니다. 오래된 완도 조미김 공장도 해남이나 멀리 서해안 물김을 가져다 맛김을 생산합니다. 지금부터 봄까지 완도에서 수확되는 봄동(쌈배추)은 대부분 진도 딱지가 붙어 출하됩니다. 심지어 유자도 그렇습니다. 고금도에서 많이 나는 유자는 고흥 유자로 둔갑해 팔려갑니다. 어디 그 뿐인가요? 바다 어업권조차 전문 양식업자들에게 임대합니다. 고금도와 약산에서 많이 생산되는 매생이 양식업자들도 외지인들이 대부분이지요.

농어촌에 사는 노인들이 이제 힘든 농사나 바닷일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대규모로 재배하거나 양식하자면 기계화, 자동화 시설을 갖춰야 하는데 이를 위한 자본도 없습니다. 이들에 비해 우리 완도 사람들의 재배 노하우도 많이 떨어집니다. 여기에 우리 완도를 적극 활용한 지역 마케팅(place marketing)에 관심 두지 않는 조합과 협회 등 관련 단체와 자치단체의 탓도 큽니다. 완도 전복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할 생각인가? 이는 자동차와 휴대폰을 위해 각종 서비스와 농업 전체를 포기하는 한미 FTA와 뭐가 다른가?

뭔가 허전한 듯 걱정스레 바라보는 이의 눈에는 마치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받는다"는 옛말을 떠올립니다. 토지와 노동력 그리고 자본과 지역 마케팅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11년 12월 3일 완도읍 대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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