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학명
상태바
식물의 학명
  • 굿모닝완도
  • 승인 2022.12.09 20: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정빈(문농약사 대표)
금강초롱(문정빈 제공)

식물에는 국경이 없다. 환경만 맞으면 전 세계 어디에서든 잘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식물을 두고 각 나라의 언어와 문화에 따라 다르게 부른다. 우리나라에서 소나무라고 부르는 식물을 미국에서는 pine tree, 중국에서는 松, 독일에서는 Kiefer 라 부른다.

이렇듯 나무 하나가 여러 이름으로 불리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통일된 식물명을 사용하기 위해 전 세계 과학자들은 식물에 이름 붙이는 방법을 약속해 학명(學名, scientific name)을 부여했다. 1867년 파리에서 열린 제1회 국제식물학회의에서 심의된 ‘국제식물명명규약’이 그것이다. 세계의 모든 식물명은 이 규약에 따른다. 신종(新種) 이름은 라틴어가 아니면 안된다. 라틴어가 현재 통용되지 않는 언어이므로 시간이 지나도 변형될 가능성이 작아 후대에 그대로 전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국제식물명명규약에 따르면 학명은 속명 + 종소명 + 명명자 순으로 표기된다. 속명은 종의 상위개념으로 식물 분류명이고 종소명은 그 식물의 모양, 형태, 채집지 등 속명의 특성을 설명하는 형용사이며, 명명자는 신종 이름을 짓는 최초 인명을 뜻한다.
새로운 식물에 학명을 부여할 때 단어 선정에 딱히 정해진 건 없다. 특히 종소명이 그렇다. 우리나라 이름인 Korea를 사용해도 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으로 지어도 된다.

식물종에 부여된 이름은 국제식물명명규약에 기준한 학명과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국명, 각 국가별로 자신의 언어와 문자로 표기하는 외국명 등이 있으며, 또한 우리나라의 각 지방에서 사용하는 향명이 있다.

특정한 지역에만 분포하는 식물로 한국특산식물은 우리나라에서만 자라고 있는 고유한 식물을 의미한다. 산림청 국립수목원 등에 따르면 한반도 특산식물 527종 중 327종의 학명에 '나카이'(Nakai)라는 일본 식물학자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우리 특산식물 상당수는 일제 강점기 나카이 다케노신이 이름을 붙였다. 한반도에만 있는 식물인데도 여전히 일본인 학자의 이름이 들어가 있거나 일본식 이름으로 불리는 실정이다. 금강초롱꽃(Hanabusaya asiatica Nakai)이 대표적이다.
금강초롱꽃 학명에는 국권침탈 주역인 초대 일본 공사 '하나부사 요시타다'의 이름이 들어있다. 나카이가 자신을 조선에 파견한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하나부사의 이름을 넣은 것이다. 천연기념물 제233호,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한국 특산 금강초롱꽃은 서글픈 역사의 뒤안길에서 그 본적지의 특성을 잃은 채 가슴 아픈 흔적을 안고 있다.

이처럼 슬픈 역사의 흔적을 안고 있는 우리나라 식물명은 한둘이 아니다. 섬현삼, 섬기린초, 섬초롱꽃 등 울릉도와 독도에서 발견된 특산식물의 학명에는 일본인들이 독도를 부르는 '다케시마'(竹島)와 나카이가 붙여져 있다. 또한 며느리밑씻개, 복수초, 개불알꽃 등은 매우 예쁜 식물인데 일본어를 번역하거나 차용하면서 이름이 경박해졌다.

우리 특산식물만큼은 국제학계에 이의를 제기하여 개명에 힘을 쏟고 아픈 과거를 되새기며 국제학계에 잘못된 기록을 환기하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우선 식물 국명의 정리와 영어 일반명에 일본(Japan)이라는 수식어가 들어 있는 식물명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도로 훼손지, 잘린 땅 및 산림 복원사업에도 외래종이 아닌 우리 풀꽃을 심는 등 우리 특산식물에 대한 무관심부터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