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 같은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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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 같은 자작나무
  • 굿모닝완도
  • 승인 2022.12.1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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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빈(문농약사 대표)
강원도 인제군 자작나무숲(사진 제공: 문정빈)
강원도 인제군 자작나무숲(사진 제공: 문정빈)

 

요즘처럼 눈 쌓인 겨울날 자작나무숲에 들면, 시야가 온통 하얘진다. 나무도 하얗고 땅도 하얗다.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순백의 세상은 다른 별 풍경인 것 처럼 기이하다. 서양에서는 숲속의 여왕으로 부를 만큼 아름다운 나무다.

자작나무는 자작나무과 자작나무속에 속하는 갈잎큰키나무이다. 자작나무의 학명은 (Betula platyphylla var. japonica)이다. 활엽수 중에서 추위에 가장 강하다. 껍질에 많은 밀랍 성분의 기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추위에도 강해 해발 2,000미터의 고지에서도 겨울에 얼어 죽지 않는다. 높이는 15~20m 까지 자란다. 웃자라면서 스스로 가지치기를 한다. 과학적으로 본다면 잔가지까지 영양분이 가질 않아 도태되면서 낙지(落枝)하는 것인데, 쓸데없이 여기저기 가지를 뻗치지 않고 떨어내면서 하늘을 향해 자라는 모습이 의연한 기상을 엿보이게도 한다.

자작나무의 수피도 처음에는 다른 보통 나무처럼 갈색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갈색 껍질은 벗겨지고, 수피에 함유되어 있는 베툴린산 이라는 물질이 빛을 반사해서 흰색 빛깔로 보인다.

수피는 기름기가 많기 때문에 습기에 강하고 불에 잘 탄다. 또한 방수성이 우수해 북미 원주민들이 카누를 만들거나, 옛날 여진족들이 배를 비롯한 각종 생활 용구의 재료로 사용하였다. 과거고구려나 신라에서 종이 대용으로 사용되었는데, 신라시대 경주 제155호 고분 ‘천마총’의 천마도장니(天馬圖障泥)는 자작나무 껍질을 얇게 잘라서 이어 만든 것으로, 하늘을 나는 외 뿔 달린 기린을 그렸다. 고분 속에서 자작나무 껍질에 글자를 새겨 놓은 것이 발견되기도 했다.

목재는 단단하고 치밀해서 조각재로 많이 쓰이는데 특히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국보 팔만대장경의 일부가 이 자작나무로 만들어져서 그 오랜 세월의 풍파 속에서도 벌레가 먹거나 뒤틀리지 않고 현존하고 있다. 자작나무는 이처럼 우리의 문화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자작나무는 한자로 화(華)로 쓴다. 결혼식을 화촉이라고 말하는데 옛날에 촛불이 없어서 자작나무껍질에 불을 붙여 촛불을 대용했기 때문이다. 자작나무의 국명도 불과 관련이 있는데 탈 때 '자작 자작'소리가 난다고 해서 불렸다는 설이 있다. 물론 실제로 태워도 자작소리가 안난다.

북유럽에서는 잎이 달린 자작나무 가지를 다발로 묶어서 사우나를 할 때 온몸을 두드리는데 혈액 순환이 좋다고 해서 많이 사용된다. 20세기 후반에는 자일리톨 성분을 추출하여 천연감미료로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제수나무나 고로쇠나무와 함께 이른 봄 곡우 때 줄기에 상처를 내어 나오는 수액이 지리산 자락의 산촌에서는 중요한 소득원이 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여러 나라에 분포하는 자작나무들 중에서 우리 기후 풍토에 맞고 생장 속도가 빠른 펜둘라 자작나무를 육성했는데, 자작나무 군락지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곳이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에 있다. 연간 방문객이 약 45만명에 이를 정도로 인제군의 대표 관광명소이다. 138ha에 자작나무는 69만본을 조림하여 관리를 하고 있다.

최근 완도군은 가용리 일원에 약 300억원을 들여 산림복지단지를 조성한다. 환영할 만한 사업이다. 인제 자작나무숲처럼 한 겨울도 가리지 않고 년중 관광객이 찾는 전국 대표적인 산림휴양 관광지역으로 만들어 주민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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