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해양수산박물관 유치가 문제 해결의 끝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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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해양수산박물관 유치가 문제 해결의 끝 아니다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3.01.0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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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수(발행인)
국립해양수산박물관 조감도(사진 제공=완도군)
국립해양수산박물관 조감도(사진 제공=완도군)

최근 완도군이 얻은 성과 중 가장 큰 것을 들자면 단연 국립해양수산박물관 선정일 것이다. 신우철 군수는 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들물까지 도왔다’고 술회했다. 박물관 입지 최종 선정을 위해 현지 실사단이 예정지를 방문했을 때 변경된 시간에 맞춰 바닷물까지 때마침 들어와 텅빈 바다를 채웠다는 것이다. 그의 기쁨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해양수산 관련한 지역의 자원을 보존하고 이를 전시하려는 그간 우리의 노력은 아쉬움이 많았다. 직원 3명이 근무하는 정도리 어촌민속전시관은 겨우 명맥을 유지할 정도로 평소 찾는 이도 없다. 낡은 시설은 새로울 게 전혀 없이 오래 전 그대로다. 이 시설을 박물관으로 키울 계획은 애초에 없었다.

완도의 대표 명소인 장보고기념관 또한 다르지 않다. 애초 사무관이 관리하던 사업소였으나 이제 장보고선양팀으로 쪼그라졌고 6급 팀장마저 기념관에서 철수했다.

장보고와 함께 2대 해양영웅으로 거론되는 충무사기념관은 이제 겨우 개관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고금도 사람들이 4월(탄신제)과 음력 11월(순국제) 등 매년 두 차례 모시는 충무공 기념 행사는 군수마저 기피하는 곳이다.

소안도와 신지도에 항일 관련 역사 기념관이 있으나 그 가치만큼의 무게는 없다. 소안항일운동기념관은 사업회 직원이 상근할 뿐이다. 문이라도 열려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랄까. 신지항일운동기념관은 365일 잠겨 있어 항일 투사들의 얼굴조차 뵐 수 없다. 고금과 약산에 항일운동기념탑이 있으나 기념식은 그야말로 간헐적이다.

세 차례 개최됐던 해조류박람회 성과들은 어떻게 기념 전시되고 있을까. 해조류센터를 누가 얼마나 찾을까. 해조류센터를 해조류박물관으로 확대 개편하겠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거기에 희귀 자료가 있다거나 특별전을 한다는 뉴스도 없다. 해조류센터는 연중 상당 기간 시설 보수 중이다.

완도의 자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발굴해 문화, 역사, 관광 상품으로 활용해야 할 대표적인 사업들이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거나 갈수록 속이 비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립해양수산박물관의 유치는 투자 대비 초대박의 이익을 낸 것이다. 고작 직원 3명이 운영해 왔던 어촌민속전시관이 전문 인력 150명이 관리하는 국립박물관으로 승격했으니 이런 ‘잭팟’이 또 어디에 있는가. 이제 여서도 고대 패총유물과 조약도 어두리 해저 인양 유물을 보러 목포대박물관과 나주박물관으로 가지 않아도 될 것이다.

강진에는 청자박물관과 다산박물관이 있다. 둘 다 군립으로 강진이 오래 정성을 들이는 성지와 같은 곳이다. 어려운 재정 형편에도 국보급 청자들을 사들이고 소장해 왔다. 최근 다산기념관도 박물관으로 승격시켰다. 다산은 물론 제자들의 관련 자료들을 발굴하고 기증받아 특별전을 매년 이어가고 있다. 비록 군립이지만 국립 못지않다. 오히려 지역 박물관의 가치와 장점을 살려 그 품격이 나날이 높아가고 있다. 부러울 뿐이다.

해남의 공룡박물관도 국립이 아니기는 마찬가지이다. 최근 새로 개장해 관광객을 부르고 있다. 해남군은 해양자연사박물관도 운영하고 있다. 요즘 신안군의 도전은 눈여겨볼 만하다. ‘1섬 1박물관’을 목표로 섬의 특성에 맞는 자원을 특화해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담아내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순천의 뿌리깊은나무박물관은 고 한창기 선생의 국보급 유물들을 기증받아 운영하고 있다. 이 또한 국립이 아닌 시립이다. 순천시 뿌리깊은나무박물관과 기독교역사박물관은 지난해 공립박물관 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리 완도만 박물관이 없었다.

이런 완도에 국립해양수산박물관이 생긴다니 이 아니 기쁜 일이겠는가. 그런데 앞서 나열했던 시설들의 실태에서 알 수 있듯 완도군이 아니라 중앙정부에서 운영한다니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기대와 별개로 큰 걱정도 하나 있다.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는 국립해양수산박물관 이후가 문제다. 국립박물관이 개관하면 어촌민속전시관, 장보고기념관, 해조류센터, 생태기념관 등 자잘한 기념관들의 내일은 어떻게 될까 고민하는 요즘이면 좋겠다. 

현 기념관들은 과거 역사를 재연한 모조품, 인형, 시청각 등 가벼운 자료만을 전시할 뿐 관련 역사 자료와 유물은 전혀 없다. 항일 관련 역사 인물들의 자료와 유물 등은 언제 누가 찾고 관리하려는가.

완도에 장보고박물관, 소안도(신지도) 항일박물관, 평일도 해조류박물관, 노화도 전복박물관, 보길도 윤선도박물관, 고금도 이순신박물관, 신지도 이광사박물관 등 지역적 특성을 살려 특화된 박물관을 운영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광사가 신지도에서 쓴 글씨가 해남, 강진, 구례, 서울 등 전국에 있는데 신지도에는 단 한 점이 없다. 우리가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물관마다 소속 학예사와 연구사들이 있어 기록과 유물 발굴, 기획 전시, 책자 발간, 영상 홍보를 전담하고 이를 토대로 민간 영역이 노래와 춤, 연극,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 창작 활동으로 승화시키면 이 또한 다행이겠다. 임용된 학예사가 역할이 없어 떠나는 완도여서는 안 된다.

지난해 9월 국립해양수산박물관 입지 선정을 앞두고 완도군이 범군민추진위원회를 추진할 때 발대식에 참석했던 한 추진위원의 뼈를 때리는 고백이 여전히 귓가에 맴돈다. 어촌민속전시관의 허접한 시설에 안타까웠고 똥개들도 지폐를 물고 다녔다는 완도가 ‘김박물관’ 하나 세우지 못했다는 한탄이 그것이다. 그의 아쉬움과 한탄은 결코 과거형이 아니다. 현재진행형이므로 지금 우리가 고치지 않으면 미래 또한 허접할 수밖에 없다. 국립해양수산박물관 유치로 문제가 해결된 건 없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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