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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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모닝완도
  • 승인 2023.01.1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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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빈(문농약사 대표)
사진 제공=문정빈
사진 제공=문정빈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동양3국 사람들은 매화를 무척 사랑해왔다. 난초‧국화‧대나무와 함께 사군자라고 하여 선비의 절개를 상징한다. 그리고 매화나무는 고목이라도 어린 가지를 내어 꽃을 피우기에 회춘을 상징하기도 한다. 동백꽃이 서서히 저물기 시작하면, 그 뒤를 잇는 꽃이 매화다. 1월 중순부터 피어나기 시작하는 매화는 2월 초순부터 활짝 펴 3월 말까지 흐드러진 모습으로 황홀지경으로 이끈다.

조선의 화백 단원 김홍도는 매화를 무척 사랑했다고 한다. 하루는 어떤 사람이 매화나무를 팔려고 왔지만 김홍도는 돈이 없어 살 수 없었다. 마침 어떤 사람이 단원에게 그림을 청하고 그 사례비로 3000냥을 주자 김홍도는 2000냥으로 매화나무를 사고 800냥으로 술을 사서 친구들과 함께 마셨다. 가난한 김홍도는 그림을 팔아 쌀과 땔나무를 사도 모자란 돈으로 매화와 술을 샀다. 그리고 벗들과 매화를 감상하며 술자리를 가졌으니 이것을 ‘매화음’이라 했다. 비록 손 안에 돈은 없었지만 매화에 취하고 술 한 잔의 따뜻함과 사람의 온정을 나누는 낭만을 아는 풍류인이 바로 김홍도였다.

매화는 봄을 끌고 오는 꽃이다. 은은한 매화향 끝에서 봄이 시작된다. 중국에서 3천 년 전에 재배가 시작된 것으로 보이며,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매화나무가 있는 곳은 전남 선암사이다. 문화재청은 오랜 세월 우리 생활‧문화와 함께해온 한국의4대 매화로 순천 선암사 선암매, 장성 백양사 고불매, 구례 화엄사 매화, 강릉 오죽헌 율곡매를 천연기념물로 정했다,

붉은 매화를 홍매, 흰 매화를 백매라고 하는데, 매화를 사군자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는 이유가궁금하다.

우선 개화 모습이다. 매화는 엄동설한인 음력 동짓달부터 몽우리를 터뜨리기 시작한다. 이른바‘설중매’다. 설중매는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선비의 기상과 절개를 보여준다. 다음은 향기이다. 매화의 향기는 가늘고 미미하지만 대신 멀리까지 간다. 그래서 ‘암향’이라 부른다. 자신을 포장하여 드러내지 않지만, 내면의 덕이 조금씩 우러나듯 흘러나온다. 겸양의 미덕은 동양과 서양이 대척점에 있는 대표적 덕목이다. 게다가 매화는 흥취의 요소까지 갖추었다. 달빛 아래에서 바라보는 매화는 낮보다 화사할 뿐만 아니라 은밀하면서도 요염하기까지 하다. 이를 ‘월매’라고 불렀다. 그래서인지 월매는 기생들의 예명으로 많이 쓰였는데, 춘향의 어머니도 그랬다. 하지만 매화로 느끼는 흥취의 백미는 역설적으로 꽃이 지는 시기이다. 짧은 생이지만 치열하게 살다가 바람에 흩날리며 떨어지며 꽃비가 된다. 이름하여 ‘매우’이다. 꽃비로 뿌려지는 매화는 비장하기까지 하다.

매화가 고매한 은유의 꽃이 된 것도 오래 되었지만, 식재·약재로서의 매실 역사는 훨씬 유구하다. 꽃 피운 후 무성한 녹음을 거쳐 열매를 맺고, 매실주나 매실절임의 모습으로 식탁에 오른다. 심미적 경지와 실용을 겸비한 이 식물이 현대인의 일상을 한층 풍요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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