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여행등대 용역, 검찰 무혐의 처분을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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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여행등대 용역, 검찰 무혐의 처분을 지켜보며
  • 차광승 기자
  • 승인 2023.02.1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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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너들에게 줄 테다. 한데 씨름들을 해라. 씨름에 이긴 사람에게 이것을 상으로 주마.” 

애놈들은 날래 수줍음을 버리지 못한다. 어찌어찌 두 놈을 붙여 놓았다. 한놈이 ‘아낭기’에 걸려 떨어졌다. 사오 승부(勝負)가 끝났다. 아직 하지 못한 애놈들은 주먹을 쥐고 제 차례 오기를 기다렸다. 

승부를 좋아하는 저급한 정열은 인류의 맹장(盲腸) 같은 운명이다.  

- 백리 금파(百里金波)에서, 김상용



용역업체 무혐의 처분

완도군청이 관광과 섬 여행 등대 용역과 관련하여 용역업체를 사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고소한 사건(2021년)에 대하여 해남지검이 무혐의 처분을 하였다.

용역업체에 따르면 2월 17일 해남지검은 세 가지 혐의에 대하여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음을 문자 메시지로 통보하였다.

앞서 보도한 대로 작년 하반기 완도경찰서가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고, 이후 작년 11월 군청 대리인이 장문의 이의신청서를 제출하여 재수사를 요청한 바 있다.

해당 이의신청서에는 부당이득 반환 민사소송에서 완도군청이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내용과 논거가 담겨 있기 때문에 이번 무혐의 처분은 오는 3월 7일 열릴 민사 재판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군청 민형사소송에서 모두가 고민해야 할 지점
 
완도군청 입장에선 향후 검찰 항고와 법원 재정신청이라는 기회가 남아 있긴 하다. 그런데 이번 검찰의 형사 무혐의 처분과 더불어 곧 열릴 민사재판에서도 만약 패소할 경우 완도군청은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던 명분이나 동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형사소송에는 많은 시간과 행정 인력, 그리고 변호사 선임료를 비롯한 소송 비용 등 상당한 세금이  동원된다. 만약 군청이 민형사소송 각각에 대하여 대법원 3심까지 절차를 진행할 경우 막대한 시간과 행정 비용이 소모되는데 그에 걸맞은 명분과 실익이 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편 법무팀은 이러한 민형사 소송은 법무팀이 주관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실과에서 진행하며 법무팀은 변호사 선임 등등 법적 절차에 대하여 지원하는 역할에 그친다는 설명을 내놓은 바 있다. 달리 말해 이 사안을 관장하고 소송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실질적 주체는 완도군수나 법무팀이 아니라 소송절차상 완도군수 대리인으로 명시된 실과 부서장, 이 사안의 경우 전임 관광과장이라는 뜻이다.

이 얼개는 민원과 관련한 군청의 각종 민형사 소송에서도 염두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 사법 판단을 구해야 할 사안과, 행정 협의와 사적 자치의 영역에서 해소할 사안은 가려야 한다. 그게 완도군 행정의 수준을 알리는 시금석이지 않을까.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지 않는.

이번 기회에 완도군청 법무 비용과 소송 통계를 들여다봐야 하려나?

 

옳고 그름 vs 근거 빈약한 공포에서 비롯된 '기싸움'

1년 넘게 이 사안을 취재하면서 군청 일부 공무원들이 실체적 진실을 밝혀 문제를 바로잡는 게 목적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인맥)이 옳다 또는 상대를 밟아야 된다, 지면 체면이 깍이고 처벌 받을 우려도 있고 조직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근거가 빈약한) 두려움 탓에 지리한 '기싸움'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는 인상을 여러 차례 받았다.

군청도 사람들로 이루어진 조직이니 인맥과 지연 등을 축으로 느슨한 세력들이 형성되는 것은 기실 자연스러운 모습이며 인간사에서 얼마간 불가피한 필요악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자연스러운 세력 형성이 필요악임을 받아들이되 항상 '과유불급'을, 그래도 어느 선을 넘지 않아야 함을 잊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니겠나.

시간이 흐르면서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사건의 실체는 큰 틀에서  결국 드러나게 된다. 상식 갖춘 평범한 공무원이나 군민이라면 사실 관계를 충분히 판단할 수 있고 굳이 사법적 판단이라는 서로에게 위험한 강수를 두지 않고서도 사적 자치나 행정 절차 그리고 당사자간 협의의 영역에서 해결될 수 있었던 사안이 2개 있다.

'섬 여행등대 용역'과 '코로나 백신 부정접종' 사안이다.


전임 관광과장의 반응, 그리고 기사 객관성의 한계

본지는 그간의 경과와 관련하여 약 1주일 전 전임 관광과장을 찾아가 의견을 구했다. 당시 전임 관광과장이 완도군 열두군고 단체 회원으로 추정되는 분들과 사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어 선 채로 5~10분 정도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취재에 나섰다. 하지만 전임 관광과장은 "염치도 없이 어딜 찾아 오느냐, 지금부터 녹음하겠다, 말하고 싶지 않으니 빨리 나가라, 업무방해로 걸겠다" 등등 강경한 언사를 보였다.

1년에 가까운 취재 과정에서 전임 관광과장은 초기 2차례 면담 그리고 이후 갑자기 휴대전화로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30여분이 넘는 긴 시간을 들여 자신의 주장을 펼친 이후에는 오랜 기간에 걸쳐 본지의 취재 요청을 완강히 거부해 오고 있다. 기자가 관광과 전임 주무관 및 용역업체 입장에 서서 자신에게 불리한 편향된 기사를 쓰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언론사로서 보도 과정에서 본지가 엄격한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느냐는 비판에 대하여 '제대로 해내고 있다'고 자신할 수는 없으나 중립 보도에 관한 고민은 꾸준히 해오고 있고 취재 대상자에게는 쌍방의 반론권을  충분히 보장할 테니 언제든 연락을 바란다는 입장을 견지해 오고 있다. 이 사안을 오랜 기간 취재해 오면서 여러 이해당사자들 취재에 들인 시간과 횟수에 못지 않게 전임 관광과장을 비롯한 관련 실무자들에게 균등한 의견 개진 기회를 제공하고자 나름 노력하였다.

또한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제보자는 밝힐 수 없지만 이 사건과 연관된 어느 공무원을 거론하며 '어떤 공무원이 언제 완도군 모업체와  수의계약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이익을 준 바 있으니 그걸 파보라, 그러면 그 공무원을 잡을 수 있다'는 구체적인 제보를 받은 바도 있다. 하지만 그 제보를 접하고서 취재에 나서는 것 자체가 기자로서 '객관성과 중립의무'를 위반하는 것이 되며, 진위 여부를 떠나 그 제보 내용은 섬 여행등대 용역 소송과는 하등의 연관이 없는 별개의 사안이므로  응하지 않았다. 그간 검찰의 악습 중 꾸준히 거론되며 인구에 회자되는 '별건 수사'와 전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기자는 점령군도 판관도 아니다.

곁가지로 모 언론인에게서 '기자로서 위상을 확보하고 대우를 받으려면 군청 공무원들의 큰 약점을 몇 개 확보하되 숨기고서 휘두르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취재 대상들을 다룰 수 있다'는 충고 아닌 충고를 들은 적이 있는데 기자에겐 별나라 이야기이다.

마지막으로 얼치기이지만 그래도 기자랍시고 완장을 차고 있다 보니 취재를 하다 보면 기자가 의도치 않아도 상대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실명을 거론하든 않든 '미담 기사'가 아닌 바에야 공무원들이 본능적으로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점은 넉넉히 알고 있다.

그래서 제보가 들어올 경우 민원인과 군청 공무원 쌍방을 취재하여 그 견해와 자료를 양측에 전달하여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바람직한 최소한의 접점을 찾아 갈등이 진정되면, 충분한 보도 가치가 있는 큼직한 사안을 제외하고는, 가급적 기사화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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