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빈의 나무 이야기) 일편단심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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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빈의 나무 이야기) 일편단심 민들레
  • 굿모닝완도
  • 승인 2023.02.2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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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빈(문농약사 대표)

 

다년생 초인 민들레는 강인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 뿌리를 동강 내더라도 각각의 뿌리에서 싹이 튼다. 땅 위에 바싹 붙어 자라는 잎과 달리 땅 속의 뿌리는 곧고 깊게 박혀 있고 거의 인삼만큼 자라는 경우도 있다. 살짝 바람만 불어도 사방으로 흩날리는 민들레 갓털은 아스팔트의 작은 균열이나 아파트 난간의 한 줌 먼지에서도 꽃을 피운다. 그래서 민초(民草)의 상징으로 꼽히기도 한다. 가수 조용필이 민들레를 ‘일편단심’이라고 노래한 것은 번식의 특성 때문이다.

민들레 일편단심론은 몇 가지 설이 있다. 첫째 우리 토종민들레의 독특한 순애보를 꼽는다. 봄날 산과 들에 흔한 야생초인 민들레는 뜻밖에 식물계의 순정파다. 이 꽃은 오직 토종민들레 꽃가루만 받아들인다. 흔한 서양민들레 꽃가루는 아무리 날아다녀도 접수하는 일이 없다. 둘째 민들레의 근성(根性)이 일편단심이다 이 꽃은 땅속으로 곧게 뿌리를 내린다 큰 뿌리 하나를 깊게 땅 속으로 박는 까닭은, 꽃이 바람에 흔들려도 쓰러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서양민들레와 붉은씨서양민들레는 이름만 봐도 외래종이다. 유럽 원산의 서양민들레들은 20세기 초에 건너와 이미 완전히 토착화되었다. 때문에 대표적인 토착화한 외래종 즉 '귀화생물'의 예로 손꼽힌다.
토종 민들레는 충매화로 적절한 매개체가 없으면 씨를 맺기 어려운 데다 환경오염에도 취약한 반면, 서양민들레의 번식력은 매우 왕성하고 오염에도 강하기 때문. 도시화가 이루어진 지역의 길가에 핀 민들레는 대부분이 귀화식물 민들레다.

흔히 민들레는 꽃이 노랗지만 흰민들레는 이름 그대로 꽃이 하얗다. 완전히 하얀 건 아니고 조금은 노리끼리하다. 꽃이 하얀 민들레만 토종 민들레라고 아는 사람이 많으나 이것은 흰민들레 이야기다.

흰민들레가 토종인 것은 사실이나 모든 토종민들레가 흰 것은 아니다. 흰민들레가 한국 특산식물이라고 한다면 맞는 말이지만 또 다른 토종 민들레도 외래종 민들레처럼 꽃이 노랗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정확히 구분하려면 꽃받침을 확인하면 된다. 꽃받침이 바나나 껍질깐듯 뒤로 젖혀져 있으면 서양민들레이고, 꽃을 감싸는 것은 토종 민들레이다.

민들레도 향기가 있는 꽃이다. 물론 향기가 좋다고 하기는 힘들다. 취향을 좀 타는 향인데, 좋게 말하면 구수하고 안 좋게 말하면 꼬릿꼬릿하다. 웬만한 들꽃에서 나는 향기가 다 이런 계통인데 장미나 백합 같은 향을 기대하며 맡았다간 표정 찡그려지는 수가 있다.

주로 아파트에 살며 마당 볼 일이 없는 한국에서는 어릴 때 불고 놀던 신기한 씨앗 덕분인지 일반 사람들에겐 상당히 인식이 좋은 꽃이다.
그러나 마당관리 하는 사람들에는 반대로 악마 그 자체다. 자체 생존력과 번식력도 어마어마할뿐더러, 살짝만 건드려도 날아가는 건 씨앗일 뿐 몸체는 웬만한 풀 저리가라 할 정도로 튼튼하고 땅속 깊이 박혀 뽑기도 어렵다.

민들레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죽은 듯해도 다시 살아나고, 굿굿하게 살아 꽃을 피우고 수많은 홀씨들을 통해서 또다른 생명을 남긴다.

인생사는 크고 작은 어려움과 실패들이 많다. 그 시련과 실패가 성공의 거름으로 결국 인생은 아름다웠다고 추억으로 모두들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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