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흡수량이 가장 많고 쓰임새 많은 붉가시나무
상태바
탄소 흡수량이 가장 많고 쓰임새 많은 붉가시나무
  • 굿모닝완도
  • 승인 2020.05.19 23: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Quercus acuta Thumb.
박종석(완도수목원)

 

가시는 없지만 목재와 새순이 붉은빛을 띄어 붉가시나무

1년 중 가장 화려하고 다양한 색을 뽐내는 4월을 보내고 진한 녹색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봄은 이제 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신록의 계절 5월에 완도수목원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붉가시나무들도 초록의 꽃을 피워 특유의 향기와 함께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상록성의 넓은잎을 가지고 크게 자라는 붉가시나무는 이름에 가시가 들어가 있어 가시를 찾는 사람들도 많은데 실제 가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참나무과의 수목들이 그러하듯 도토리가지고 묵을 만들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제주도에서는 배고픔을 가시게 했다고 해서 ‘가시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붉가시나무의 한자는 ‘가수(柯樹)’인데 풀어보면 ‘도끼자룻감이 될 만큼 단단하고 야무진 나무’라는 뜻이다. “조선왕조실록”이나 “비변사등록” 등의 기록에서는 “가서목(柯樹)”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이 한자표현인 ‘가서목’에서 차용하여 ‘가시나무’가 되었다는 설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붉가시나무는 목재를 잘라보면 심재부분의 색이 붉은빛을 띄고 봄에 새잎이 나올 때 붉은빛을 많이 띄는데 붉은빛 가시나무라는 뜻에서 ‘붉가시나무’라고 이해하면 이름을 외우기가 가장 쉬울 듯 하다.

난대림의 대표적인 나무

참나무과에 속하는 가시나무류 수종은 주로 기후가 따뜻한 남부권역에서 자라는 나무들로 가시나무, 종가시나무, 붉가시나무, 개가시나무, 참가시나무, 졸가시나무 등 6종이 알려져 있으며, 붉가시나무는 그중 가장 대표 수종 중 하나이다. 면적도 면적이지만 그 쓰임새 또한 다양하여 예로부터 널리 이용되고 있어 붉가시나무는 쓸 말도 참 많은 것 같다.
5월에 한나무에 암꽃과 수꽃이 같이 피는데 암꽃은 새로 나온 가지에서 밑으로 처지고 수꽃은 윗부분에서 곧추나와 2 ~ 5개의 꽃이 달린다. 바람에 의해 수정을 하기 때문에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무이다. 그래서 붉가시나무가 풍년이면 들녘은 흉년이고 붉가시나무가 흉년이면 들녘은 풍년이 든다는 말도 전해지고 있다.
수피가 특이하여 쉽게 구분할 수 있는데 커갈수록 수피가 자연적으로 벗겨지는 특징이 있다. 잎에 거치가 없어 밋밋하기 때문에 다른 나무들과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가시나무류 중 내한성이 큰 편인데 함평군 함평읍 기각리의 붉가시나무 숲은 자생 북한계선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천연기념물(110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번식 및 조림

번식은 보통 종자로 하고 가을에 채취 후 충실한 종자를 골라 직파하거나 냉장보관 후 다음해 3월경 파종하면 된다. 발아율은 65~70% 정도로 잘 나는 편이며, 6 ~ 7월에 가지삽목을 하기도 하는데 실용적이지는 않다.
산골짜기와 산복 이하의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라며, 어릴때는 비교적 내음성이 강한 편이다. 생장이 빠르고 수관이 잘 발달하기 때문에 산지에 조림할 경우 식재간격은 최소 2m 전후로 해야 한다.

탄소 저장량과 흡수량이 가장 많은 나무

국립산림과학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붉가시나무가 재적(㎥)당 탄소 저장량과 흡수량이 가장 높아 최적의 기후변화 대응 수종으로 손꼽히고 있다. 탄소저장량은 국가 고유의 온실가스 배출·흡수계수를 이용해 산정하는데 우리나라 대표적인 온‧난대 수종 15종을 선발해 조사한 결과 붉가시나무가 1㎥당 0.840tC(탄소톤)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1헥타르(ha)의 붉가시나무숲은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7.89이산화탄소톤(tCO2)으로, 중형자동차 3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상쇄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단일 면적으로 국내 최대 규모인 완도수목원의 1220여 헥타르(ha) 규모 붉가시나무숲은 자동차 3천 660대가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상쇄하는 효과를 갖고 있는 셈이다.

임진왜란때도 함께 했던 붉가시나무

붉가시나무는 목재조직이 치밀하고 단단해 예로부터 다양한 생활목공예 소재로 널리 이용돼 왔다. 목재의 비중이 0.8 ~ 1.05정도이고 종압축강도가 434kgf/㎤, 인장강도 1,490kgf/㎤, 휨강도 1,065kgf/㎤, 전단강도 175kgf/㎤로 가시나무류 중에서도 가장 단단한 편이다.
임진왜란 때 적선의 배를 뚫을 때 사용된 화살인 ‘대장군전(大將軍箭)’의 재료로 사용되었으며, 실제 대장군전이 박힌 체 퇴각했던 일본 장수에 의해 일본에서 비밀로 보관돼어 오다 지난 2017년 진주박물관에서 특별 전시되면서 국내에도 공개된바 있다. 이충무공전서에는 붉가시나무를 ‘장병검(긴 자루가 달린 낫처럼 생긴 무기, 배 밑으로 헤엄쳐 오는 적병 살상용 무기)’로 사용 했고, 비변사등록에는 도르래, 거중기, 협봉, 소총 개머리판 등의 소재를 가서목으로 제작했다는 내용들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목재를 잘라보면 심재와 변재의 구분이 어려울정도로 나이테가 촘촘하여 연륜판정이 어렵고 넓은 방사조직이 발달하여 호랑이 무늬 같은 모양을 띄어 독특한 목공예 소재로도 손색이 없다.

잎, 줄기, 열매까지 버릴것없이 쓰임새가 많은 나무

예로부터 붉가시나무는 목재 특성이 단단하여 농기구나 어업도구, 건축재, 토목재, 표고버섯 원목으로 많이 이용했고 나무는 정자목, 정원수, 생울타리 열매는 도토리묵으로 활용돼왔고 근래에는 잎과 줄기를 화장품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불과 40여년 전만해도 붉가시나무는 완도 주민들에겐 없어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경제수단 중 하나였다고 한다. 그 이유는 붉가시나무의 재질이 단단하여 땔감(장작, 섶)으로 이보다 좋은 연료가 없고, 숯을 구우면 쇠 소리가 날 정도로 단단하고 화력도 강해 일반 낙엽성 참나무숯 보다 2 ~ 3배 정도 오래타기 때문에 숯을 구워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완도수목원에서는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적 고증을 통해 곳곳에 흔적이 남아있는 숯가마터를 찾아내 국가 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산림청 제2015-2호)하는 등 국가적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붉가시나무의 도토리는 생약명이 면자(麪子)이며 청혈, 이뇨, 진통, 해독 등의 효능이 있고 신경통과 관절통을 치료한다. 나무껍질과 잎은 생약명이 면자피엽(麪子皮葉)이며 산모의 지혈제로 쓰이고, 어린잎은 종양을 치료하는데 쓰인다. 갈로타닌, 바닐린, D-만니톨, 퀘르세틴 등의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고, 특히 다른 가시나무류와 비교해 항산화물질이 2배 이상 풍부하다. 항산화 주요 성분으로 알려진 페놀성 화합물의 총 함량(gallic acid 기준)이 75∼80㎎/g으로, 다른 나무(가시, 종가시, 참가시, 개가시, 졸가시나무)의 30~55㎎/g보다 높았다.

연구할 가치가 많은 나무

붉가시나무의 항산화 기능성 확인을 통해 목재의 가치뿐만 아니라 기능성 식품 개발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산림자원연구소와 완도수목원의 추출물은행 등을 잘 활용하여 붉가시나무를 중심으로 하는 가시나무류 수종들에 대해 추가적으로 기능성 물질을 발굴하고, 생활에 밀접한 소재로 활용하기 위해 꾸준한 관심과 연구를 진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코로나 사태가 다소 안정화 되면서 사회적거리 두기 정책도 완화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움츠려 들었던 마음을 열고 많은 분들이 완도수목원의 붉가시나무 숲길을 걸으면서 몸과 마음을 힐링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