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축제에 디아스포라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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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고축제에 디아스포라를 생각한다
  • 굿모닝완도
  • 승인 2023.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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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수(굿모닝완도 발행인)
2022년 10월 고금유자축제의 밤. 휘황한 조명의 무대 아래서 그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 아무에게도 초대받지 않는 그들만의 축제였다. 

 

고금도 대곡리에서 농상리 가는 국도변 낮은 밭을 매립해 만든 너른 공터. 도로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 주말이 되면 예닐곱 외국인들이 모여 무슨 경기를 하느라 즐겁다. 한 명이 와인드업 공을 던지면 배트를 든 다른 한 명이 공을 치는 야구와 비슷한 크리켓 경기다. 이들은 대부분 인근 양식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지난 5월 1일 노동절에 그들의 권리는 얼만큼 주어졌을까? 좀 엉뚱하지만, 1200년 전 고향 완도를 떠나 꿈을 찾아 중국(당)으로 떠났던 궁복처럼, 젊은 그들은 코리안 드림을 위해 완도를 찾은 스리랑카나 베트남의 ‘장보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국도 변 울퉁불퉁한 밭을 메운 공터에서 크리켓 게임을 하는 그들을 볼 때마다 그들의 처지가 안타까웠다. 그들이 초중고 학교 널따란 잔디구장을 언감생심 꿈이나 꿀까.

어느 섬이나 열리는 읍면 축제 날이면 어김없이 외국인들을 만난다. 휘황한 조명의 무대 아래 삼삼오오 모여 음악에 맞춰 흥겹게 춤춘다. 그들을 위한 부스나 프로그램은 애초에 없다. 그들에게 식사나 음료 혹은 경품권도 제공되지 않는다. 마이크도 없다. 그들의 존재는 없다. 투명인간처럼.

대부분 양식장에서 일한다. 요즘은 농업분야에서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건설 현장은 그들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 완도 경제의 주역들이다.

어디 그뿐인가? 농협 마트나 편의점이라도 가면 이용자의 절반은 그들이다. 생산자면서 소비자다. 세금을 내는 납세자다.

그러면 그들은 그만큼의 제도적, 사회적 권리를 누리고 있을까? 대곡리 돌 투성이 공터에서 놀고 있는 장면과 축제장에서 투명인간처럼 춤추는 장면이 그들의 존재 가치를 대변해 주고 있다. 의무는 다 하되 어떤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그들.

완도 출신 디아스포라(이주민)로 알려진 역사 인물이 장보고다. 돈도, 연줄도 없던 그가 낯선 중국 땅에서 성공한 이면에는 비록 이방인이지만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풍토와 환경이었을 터다.

완도군이 장보고 선양사업으로 매년 장한상(장보고한상)을 선정해 그들의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한민족으로 외국에 나가 성공한 디아스포라를 기리고 본받기 위한 것이니 적절하고 중요한 사업이다. 지속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 반대는 어떤가? 외국 친구들이 우리 완도에서 뿌리 내리고 성공할 수 있는 최상의 환경과 풍토를 만들어 가는가? 장보고가, 한국 출신 사업가가 외국에서 성공할 수 있으려면 그 반대도 가능해야 한다. 진짜 장보고 정신은 그런 것이다.

천 년 전 청해진은 구분과 차별 없이, 신분의 귀천 없이 성공했던 장보고가 금의환향해 구현했던 자치구이자 기회의 땅이었다. 그래서 장보고와 청해진의 부활을 꿈꾸는 자라면 마땅히 지금 완도에서 살아가는 외국인 노동자를 군민과 동등하게 대접하고, 교육, 문화, 복지 등 분야에서 그들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

5월 완도는 축제의 계절이다. 행사장 한쪽에서 축제를 즐기는 외국인들을 보라. 인구소멸을 무시로 떠들지 말고 그들 또한 청해진의 주민이자 우리 사회의 주역임을 깨닫고 주인공으로 대접하라. 그게 진짜 장보고 장신이고 장보고 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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