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치수(治水)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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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치수(治水) 유감
  • 굿모닝완도
  • 승인 2023.05.09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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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신지도)에서 광역상수도 물을 실은 급수차가 조약도 해동지 정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 출처=최영미 약산면장 페이스북 계정)
비상 급수차가 완도(신지도)에서 광역상수도 물을 받기 위해 조약도 해동지 정수장을 나서고 있다.(사진 출처=최영미 약산면장 페이스북 계정)

 

연일 내린 비로 가뭄이 해소된 것에 대해 완도군 한 공무원은 “금비를 주신 자연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완도군 집행부는 우리 사회의 불행에 대해 하늘을 탓하고 절대적으로 하늘에 의존하며 결국 하늘에 감사하는 집단이었던 모양이다. 군청사 정면에 ‘49년만의 가뭄’을 탓하는 대형 현수막을 걸었다. 행정 실패를 자연 재해 때문이라는 완도군에 유감이다.

노화 넙도 주민들은 6일 단수 끝에 단 하루 물을 받아 먹으며 살아 왔다. 노화-보길도 주민들은 좀 나은 편이다. 우리는 ‘2일 급수-6일 단수’의 고통과 불편이 어떤지 알 수 없다. 그들은 1년 이상 동안 물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가가호호 파란 저수탱크 2개씩을 두고 하루 또는 이틀 동안 물을 가득 받는다. 그 물을 6일 동안 아껴서 써야 한다. 더운 여름이라면 물에 녹조가 생겨 식수로 쓸 수도 없다. 한 여름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섬을 떠나 육지로 피난 갔다는 육아 맘의 안타까운 이야기도 들린다.

음식점의 상황은 더 끔찍할 것이다. 물은 조리에만 사용하고 설거지는 할 수 없다. 그릇, 접시는 물론 수저, 컵 등은 모두 일회용을 써야 한다. 당연히 섬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도 49년만의 최대 규모였을 것이다.

관정과 광산 지하수를 급수차에 담아 바닥 난 상수원에 보충했다. 광역 상수도 물을 급수차와 화물선을 임대해 공급해 왔다. 이를 위해 매달 수억 원의 예산을 사용해 왔다. 주민들의 식수는 전국의 기관과 단체에서 지원하는 병물에 의존했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불편이 이번 200미리 안팎의 강수량으로 일단 고비를 넘기고 제한 급수는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은 수돗물의 수요와 공급을 예측하고 부족으로 인한 위험을 미리 대비하는 전문가 집단이다. 그런데 완도군은 물을 마시고 씻는 주민들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일에도 실패했다. 하늘만을 탓하고 실패에 대해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49년 만의 행정 실패를 요즘 완도군에서 본다. 하물며 이제 완도군 미래 산업의 주력인 수산업의 운명을 결정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라는 인류의 대재앙을 목전에 두고 완도군은 또 다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치수(治水) 정책의 실패를 초래한 완도군에 대해 심히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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