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잊혀져가는 뿌리산업 경쟁력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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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잊혀져가는 뿌리산업 경쟁력 키워야
  • 굿모닝완도
  • 승인 2023.05.17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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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전남도의회 경제관광문화위원장, 행정학 박사)

스위스의 시계, 독일의 자동차 등 세계적인 명품은 오랜 기간 축적된 뿌리산업의 탄탄한 기술 기반 위에서 탄생했다. 최근 우리나라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도 뿌리산업의 집합체다. 국내 첫 독자기술 발사체인 누리호는 용접, 주물, 도금 등 기술의 집약체로 전문가들은 누리호 2차 성공 발사의 핵심요인으로 연료탱크 내 헬륨탱크를 안전하게 지지해주는 구조물 용접 기술력을 꼽고 있다.

뿌리산업은 주조와 금형, 용접, 표면처리 등 6대 공정기술을 활용해 부품 또는 완제품을 생산하는 산업으로 우리나라 경제의 중심인 제조업에 내재된 산업이다.

나무의 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최종 제품에 내재돼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을 형성한다는 의미로 명명됐다.

뿌리산업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2011년 7월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뿌리기술 전문기업 지정, 자동화 및 첨단화 공정개선 지원, 특화단지 지정 및 지원 등 뿌리기업 육성정책 지원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올해 3월말 6대 뿌리 신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K뿌리산업 첨단화 전략’을 발표했다. 오는 2027년까지 차세대 뿌리 신산업의 유망기업 100개를 키워내고, 4,000억 원 이상을 뿌리 신산업의 혁신 생태계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이처럼 범부처적인 뿌리산업 지원에 나섰지만, 낙관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KPIC)가 발간한‘뿌리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3년간 국내 뿌리산업의 사업체 수, 종사자 수, 매출액 등이 모두 줄면서 뿌리산업이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뿌리기술은 다양한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축적 및 전수되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숙련 기술의 영역이므로 기술을 첨단화하고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뿌리기업의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뿌리기술을 획기적으로 증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재들을 유인할 대책이 중요하다. 젊은 층의 유입을 도울 수 있는 정책적인 지원과, 전문 인력 양성 지원이 없다면 뿌리산업의 근간이 크게 흔들릴 것이다.

고령화와 전문인력 부족은 뿌리산업의 국가산업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노하우 축적을 통한 숙련기술자 육성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산업인 만큼, 청년 기술자 품귀 현상은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연간 평균 이직률 역시 약 5만7000명으로 8% 가량을 기록한다. 특히 주로 생산에 종사하는 노무직(13.2%)과 기능직(10.1%)의 이직률이 높다. 뿌리산업계의 고질적인 인력 수급 문제가 갈수록 악화하는 이유다. 여기에 근무 환경과 급여 역시 젊은 층 진입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뿌리산업 분야‘청년 인재’에 강력한 인센티브 제도가 필요하다.

이제 우리 전남의 뿌리산업 현주소는 어떠한지 진단해 볼 타이밍이다. 앞으로 산·학·연·관이 더욱 협력해서 실상을 정확히 진단하여 급변하는 산업 환경 변화를 반영한 솔루션을 찾고 이를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뿌리산업을 선도하는 세계 최고기술이 단 한가지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산업의 대가 끊길 위기라니 우려되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우리의 제조 기술이 다음 세대로 이어져 발전하지 않는다면 제조 강국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식물도 뿌리가 튼튼해야 잎과 줄기가 올곧게 자라는 법이다. 우리 산업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제조업의 근간인 뿌리산업의 경쟁력을 키워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자동차, 조선, 생활가전, 로봇 등 주력산업과 미래세대를 위한 신산업 경쟁력은 뿌리산업에서 시작한다. 뿌리기업들의 혁신 의지와 정부·지자체의 실효성 있는 지원이 시너지 효과를 내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전남의 산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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