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구슬나무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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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구슬나무의 추억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3.05.22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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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구슬나무/멀구슬나무과/고금도

 

[굿모닝완도=박남수 기자] 엊그제 우연히 놈을 보았다. 저녁 노을 배경으로 존재를 드러냈다. 장엄했다. 요즘 놈은 거대한 향수 공장. 보랏빛 향기로 홀로 세상을 테러한다. 멀구슬나무.

명품 수종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남 의식 않고 지 자리에서 진득허니 살다보니 이렇듯 거목으로 컸던 게지.

별볼일 없는 째깐한 놈을 키워 결국 놈의 그늘에서 늙어가는 그 사람이야 말해 뭐해. 농기계 수리점. 전에도 지금도. 세월만큼 놈은 컸고 그는 새처럼 작아져 결국 놈의 품에 깃들어 산다.

봄 향기에 취하고 기름땀 그늘에 식히더니 낙엽 지면 겨우내 놀한 구슬이 도단 지붕을 대골대골 구르는 소리 들으며 잠들겠지.

2021년 5월 22일 고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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