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한국인이 대접받는 이유는?
상태바
해외에서 한국인이 대접받는 이유는?
  • 굿모닝완도
  • 승인 2023.05.24 1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종필(전 국회도서관장. 관악구청장 역임)
러시아 정신의 보고인 러시아 국가도서관(레닌도서관) 옥상에 자리한 한국 기업 광고판. 크렘린 정문을 나설 때 보인다. 도서관 앞에는 러시아의 영혼을 상징하는 도스토옙스키의 검은 석상이 있다.(사진=유종필)
러시아 정신의 보고인 러시아 국가도서관(레닌도서관) 옥상에 자리한 한국 기업 광고판. 크렘린 정문을 나설 때 보인다. 도서관 앞에는 러시아의 영혼을 상징하는 도스토옙스키의 검은 석상이 있다.(사진=유종필)

 

“대통령이 해외 나가서 대접받는 것도 기업인들 덕분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기업인들에게 한 말이다. 해외에 나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대한민국의 높은 위상을 실감할 것이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국회도서관장 시절 도서관 외교를 위해,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장과 구청장 자격으로 서구 선진국들을 방문할 때마다 실감했던 일이다. 이 모든 것의 배경에 우리 국력의 상징인 한국 기업들이 있다.

<몇 해 전 썼던 글의 개작입니다.>

어느 나라를 가나 공항에서부터, 길거리, 호텔에서 한국 기업을 만나지 않기가 힘들 정도이며 그때마다 한국인으로서 뿌듯한 긍지를 느꼈다.

​그중에서 러시아의 심장부인 크렘린궁 바로 앞에 자리 잡은 러시아 국가도서관(일명 레닌도서관)의 서고동(11층) 옥상에 설치된 삼성 광고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한때 세계 2대 패권국으로 군림했던 러시아가 자랑하는 러시아 정신의 보고(寶庫)인 국가 대표 도서관에 큼지막한 기업 광고판이 붙은 것 자체가 이례적인 데다, 그것이 한국이라는 사실은 작지 않은 자부심을 주었다.

​러시아 땅덩어리에 비하면 한반도는 손에 붙은 새끼손가락의 반토막에 불과한데, 그나마 두 쪽 난 한국이 GDP로 러시아와 세계 11위, 12위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정도. 국제 원유가가 떨어지면 우리가 앞서고, 오르면 순위가 뒤바뀐다. 도서관의 한국 기업 광고판은 이런 경제 상황과 관계가 깊을 것이다.

​러시아의 영혼을 상징하는 도스토옙스키의 검은 석상이 떡~ 버티고 있는 레닌도서관 건물에 어둠이 내리면 삼성의 광고판만 빛난다. 도서관 안에 들어서니 현대식 디지털 룸의 출입문엔 LG 로고가 붙어 있고, 안에도 온통 LG뿐이었던 기억이 뚜렷하다.(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도서관도 마찬가지) 러시아의 국가전시장 격인 붉은광장을 둘러보고 나오니 길 건너 정면에서 큼직한 현대 광고판이 붉은빛으로 번쩍거렸다.

모스크바의 추위에 움츠러들고 찬란한 문화예술과 크렘린, 붉은 광장의 장엄함에 주눅 들었던 나는 우리 기업 덕분에 기를 펼 수 있었다. 14년 전의 기억이 오늘까지 선명하다. 블라디보스토크도 승용차는 일본산이지만 버스는 기아차가 주종을 이루며, 건물의 창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에어컨은 대부분 LG였다.

​프라하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공항에서부터 한국산 TV가 반겨주고, 공항 문을 나서니 SK 대형 광고판이 인사를 건넨다. 시내로 가는 수 km 대로변의 한쪽은 현대, 다른 쪽은 삼성의 대형 배너가 전신주마다 펄럭이는 바람에 여기가 우리나라인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호텔 방 TV도 한국산, TV를 켜니 프로 축구팀의 유니폼에도, 경기장 광고판에도 한국 기업들이 나온다.

​세계 어디를 가나 공항이나 길거리나 한국산이 흔한 것은 이제 새로울 것도 없다. 이집트에도 현대차, 기아차가 활보한다. 쿠바에는 한국산이 없을 줄 알았는데, 공항 카트마다 삼성이 붙어 있고, 지방 호텔의 에어컨이 LG였다.

​조선, 반도체, 스마트폰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가전도 LG가 미국의 세계적 가전제품 회사인 월풀을 제치고 2020년 상반기 가전 실적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바야흐로 미국과 유럽 가정의 TV, 냉장고, 에어컨을 비롯한 5대 가전을 LG, 삼성 등 한국산이 점령해나가고 있다.

​이처럼 한국산이 세계 도처를 활보하고, 이 덕분에 살만해진 우리나라 사람들이 떼를 지어 해외 관광을 다니니(코로나 직전인 2019년 해외여행 한국인 연인원 2,871만 명) 지구 건너편 길거리 상인들이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며 "야, 싸다 싸! 천원 천원!" “오빠, 형님!”을 외쳐대고, 우리 한국 관광객들은 어깨를 으쓱이며 지나간다.

​우리나라 기업의 문제점이 '작'지도 않고 '적'지도 않다. 공정사회는 물론 기업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도 기업 스스로 반성과 함께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정부가, 우리 사회가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기업인의 사업할 의욕이 꺾이지 않게 배려해야 한다. 세금 내고, 일자리 만들고, 외화벌이하는 기업인들이 실질적 애국자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람을 먹여 살리는 일은 기업이 한다는 엄연한 사실만은 잊지 말아야 한다.

유종필(전 국회도서관장. 관악구청장 역임)<br>
유종필(전 국회도서관장. 관악구청장 역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