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이 쓴 여순항쟁 이야기, '잊을 수 없는 과거'
상태바
초등학생들이 쓴 여순항쟁 이야기, '잊을 수 없는 과거'
  • 박정순 기자
  • 승인 2020.08.28 23: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산초 학생들이 소설로 살려낸 '여순항쟁 이야기'
실제 있었던 사건 토대로 구성
어린이의 시선 옴니버스 엮어

 

“이 아줌마는 밥하는 거 도왔어요.”
“이 아줌마가 빨래를 해줬어요.”
“이 아저씨는 잠자리를 내어줬어요.”

군인은 지목 당했던 사람들을 길게 한 줄로 앉혔다. 군인이 등에 메고 있던 총을 내렸다. 총구는 지목당한 사람에게 겨눠졌다. 사람들은 겁에 질려 살려 달라 빌었지만, “발사” 라는 말과 함께 총소리에 묻혔다.

순천송산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소설로 살려낸 여순항쟁 이야기 <잊을 수 없는 과거>의 한 대목이다. 이 책의 내용은 여순항쟁 때 순천시 낙안면 신전마을에서 벌어졌던 학살에 대한 증언을 바탕으로 옴니버스로 진행된다. 여섯 개의 단편들이 서로 얽히며 하나의 사건을 입체적으로 재연한다. 주인공은 모두 어린이다. 송산초 학생들이 주인공과 같은 눈높이에서 쓴 여순항쟁 이야기라서 더 몰입된다. 

송산초 학생들이 쓴 여순항쟁 소설 <잊을 수 없는 과거>

“여순항쟁을 조금 알고 있었어요. 깊게는 알지 못했죠. 그런데 같이 일하는 나이 많으신 직원께서 자신이 어린 시절에 직접 겪은 일이라며 신전마을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자신의 아버지뿐 아니라 20명이 넘는 마을 사람들이 학살됐다, 마을이 불태워졌다…. 믿을 수가 없었어요. 우리 지역 역사인데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우리반 학생들과 여순항쟁프로젝트 수업을 시작한 거예요.” 이만옥 지도교사는 소설집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교사와 송산초 학생들은 ‘신전마을 학살’을 어린 시절 직접 겪은 시민을 만나 인터뷰하고, 학살지를 실제로 답사했다. 여순항쟁을 오랫동안 연구하고 있는 박병섭 선생을 초빙해 당시의 상황을 들었고, 지난 6월 24일에는 ‘여순사건 2차 재심재판’의 방청객으로서 참관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이야기를 듣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여순항쟁을 더 많이 알리기 위해 소설로 쓰자고 다짐했다.

2019년 6월부터 쓰기 시작해 11월 29일 드디어 소설집 <잊을 수 없는 과거>가 첫 인쇄되었다. 12월 17일엔 순천마을교육공동체한마당에서 출판기념회도 열었다. ‘손녀’라는 이야기를 쓴 김보영 학생은 작가의 말을 통해 “사람들이 ‘여순사건’이라고 부르는데 나는 ‘여순항쟁이다’고 외치고 싶었다. 그리고 이곳에 이런 일이 있었다 알려주고 싶었다. 하루 빨리 이 일에 대해 전국민이 진실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