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소년 이승복 거꾸로 쳐박힌 학교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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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공소년 이승복 거꾸로 쳐박힌 학교라니
  • 굿모닝완도
  • 승인 2019.12.16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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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외면 고마도 여행

마음을 달래지 못 하던 차에 고마도나 둘러보기로 한다. 원동에서 하루 4차례 배가 왕복하는데 애매한 시간에 나선 바람에 한참을 기다렸다가 2회차에 몸을 싣는다. 12인 정원의 작은 여객선 고마호가 물살을 가른다. 선미 쪽에 앉아 시야에 들어오는 달마산을 보다가 두륜산을 보다가 상왕산을 보다가를 반복한다. 약 30분 정도의 뱃길은 바다와 하늘의 색을 가르며 작업배들 사이를 지난다. 달마산 능선이 배의 자잘한 출렁임 따라 구불거린다. 주변 산 중에 맞이인 두륜산이 점잔을 빼는 사이 배는 중리 남선리를 돌아 불목리 앞으로 구부러진다. 맞은 편을 보니 어느덧 고마도 선착장이 다가와 있다.


섬 주민에게 대충의 길을 물어 발길을 잡는다. 동편으로 1킬로 남짓을 갔더니 길이 끊긴다. 다시 마을로 와서 뒷산으로 방향을 잡았더니 얼마 안 가 길이 막힌다. 마을 중심부에 뒷동산을 넘는 길이 보인다. 고개를 넘어가자 지붕 몇이 있는 작은 동네가 내려다 보인다. 가까이 가서 보니 한 집만 사람이 산다. 저 주인장은 외로움을 어떻게 달랠까? 고독마저 벗삼는다면 그의 삶이 평화로울 수도 있겠다.

밭둑길을 걸어 다시 재를 넘는다. 서쪽 바닷가로 내려가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타나고 상왕봉이 바로 보이는 포근한 동네가 바로 밑에 자리한다. 작으나마 뒷산의 품안에 들어 참 따뜻해 보이는 마을이다.

마을 뒷편 재를 넘어 다시 북쪽 바닷가로 나선다. 좁은 바다를 건너 두륜산이 가득하게 들어온다. 한낮의 햇볕이 내려앉은 산은 큰형님 미소처럼 정겹다. 오른편으로 강진 쪽 주작산과 그 끄트머리 덕룡산이 빼쪽 고개를 내민다. 동편으론 고금도의 산들이 조금은 우왁스레 버티고 있다. 큰 섬의 어깨잡이리라.

어느 정도 가자 바닷가 포장도로가 끊기고 섬의 모서리가 뾰족하게 바다로 향한다. 햇볕이 참 좋다. 바쁠 것 없는 여행자는 한참 동안 출렁이는 바다소리를 들어준다. 붙잡아 놓는 폼이 뭐라도 들려줄 줄 알았더니 혼잣소리만 되낸다. 알아서 듣던가 말던가 하는 투다. 그럴려면 뭐하러 붙잡았대? 참 쓸데없는 핀잔을 남기고 아쉬운 듯 쳐다보는 바다의 눈길을 뒤로 하고 되돌아 나온다.

다시 고개를 넘는 길에 버려진 치자밭이 펼쳐진다. 붉그레 익어있는 치자가 마치 꽃피어 있는 듯 아름답기까지 하다. 버려진 것들도 저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구나 싶어 그 안에 들어서 본다. 버겁던 마음에 단풍이 든다.

고개를 넘어 섬의 서편으로 향한다. 낡은 건물이 풀숲에 가려져 있다. 언뜻보니 학교였을 법하다. 아니나 다를까 오래 전에 폐교된 작은 학교다. 겨문 위피를 찾아보니 반공소년 이승복이 거꾸로 쓰러져 있다. 저이의 운명도 참 기구하다. 거짓을 뒤집어 쓴 채 그 많은 곳을 떠돌다 거꾸로 쳐박힌 운명이라니.. 그 거짓세력들은 아직도 배부르게 잘만 사는데.. 거짓이 괴물이 된 무서운 니들의 나라에 짜증을 한움큼 뿌려놓는다.

다시 배에 오른다. 바람이 좀 늘었다. 오늘은 왠지 섬이 유독 쓸쓸하다.

(글과 사진 출처: 김성률 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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