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도의 갯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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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도의 갯길
  • 굿모닝완도
  • 승인 2019.12.26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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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의 섬, 군외면 토도

섬이면서 섬이 아닌 섬이 있다.

이 섬은 완도이면서 완도가 아니다. 토도, 섬이면서도 길을 놓아 육지의 한 귀퉁이가 되었고,자신이 묶여있는 완도바다를 벗어나 북일바다에서 북일의 섬으로 살아가는 섬. 묘한 경계에 위치한 이 섬은 바다 위 정체의 모호함 너머에서 독야청청이다. 다양성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꼰대들에게 특별함을 항변하기 위해 묶인 끈을 스스로 풀어버린 것은 아닐까? 바다 가운데로 나섰지만 거칠지 않고, 굳이 나대지도 않는다. 어느 날이었나, 내가 완도의 바다에서 바라봤을 때 그 아름다운 미소는 오래도록 잊지 못하리라.

오늘 그 섬에 들었다.

늘 이방인이었던 나는 첫만남에 어떤 연대의 정을 느낀다. 섬은 오후의 햇볕 그대로 미소를 지어보이며, 길을 열어놓고 있었다. 길이면서도 길이 아닌 길, 들물에는 바다에 잠기고 썰물에는 검푸른 등을 내어 길이 된다. 2~3리길은 거뜬해 보이는 길. 들어가보니 이런 길이 빙둘러 섬을 품고 있다.

완도 방향으로 난 갯길 어귀에서는 어구를 만지는 섬사람과 주변을 오락가락하는 덩치 큰 개가 정겹다. 한 노파가 쪼시개를 들고 걸어오며 굴이 없다고 투덜댄다. 저녁 찬을 걱정하는 것이리라. 둘레길 작은 바위 위에서는 감태를 다듬는 중년의 아재가 낯선 여행객에게 눈길을 주다가 하던 일에 빠져든다. 그가 보여준 무관심은 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지 않을 여행객에 대한 일종의 배려일지도 모른다.

길은 이야기를 품는다. 사람은 길 위에 살고 길을 따라 간다. 그 길을 따라간 사람들의 기억, 기억을 가진 사람은 길을 잃지 않는다. 경계에 길을 놓고 경계 너머를 일러주는 토도가 들려주는 묵언의 설법은 아닐까... 토도, 그의 특별함이 오늘 나의 특별한 기억이 되었다

(글, 사진=김성률 독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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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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