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 '성전환 여군'에 육군 전역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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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중 '성전환 여군'에 육군 전역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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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1.23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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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서혜림 기자 = "저는 대한민국 군인입니다. 육군에 돌아갈 그날까지 싸우겠습니다."

여성도, 군인도 모두 되고 싶었던 변희수 하사는 결국 군복무 도중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그는 성별불일치로 우울증을 앓았지만 국가에 헌신하는 군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생각하며 이를 이겨냈다고 밝혔다. 이런 변 하사의 외침으로 한국사회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에 직면하게 됐다. '다양한 성적지향'을 국방의 의무와 공존시키는 일이다.

그동안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는 대한민국 군에서 고려의 여지 없이 거부돼 왔다. 하지만 사회 구성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LGBT'(레즈비언과 게이,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의 앞 글자를 딴 성적소수자를 이르는 말)로 대표되는 다양한 성적지향이 점차 한국사회에도 녹아들고 있다. 20년 전 방송인 홍석천씨는 게이로 커밍아웃하며 방송활동을 접어야 했지만, 이제는 사업과 성소수자 인권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제는 군 조직이라고 언제까지 예외일 수는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변 하사가 포문을 연 것일 뿐, 사회의 성적지향 구성이 다양해질수록 변 하사가 던진 숙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차별과 혐오의 해소를 이야기하는 전문가들도 한국 사회가 진작 논의를 시작했어야 하는 부분이었다는 지적을 내놨다. 또 우리 사회가 이번 일을 계기로 건강한 공론장을 열어 합의롤 도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트랜스젠더 군인, 예측 가능했던 문제…이제라도 전향적 논의를"

해외에서는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가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20개국이다. 영국·프랑스·독일·노르웨이·스웨덴·스페인·네덜란드·오스트리아 등 유럽 15개국과 호주·뉴질랜드·캐나다·태국·이스라엘이 허용하고 있다.

실제로 변희수 하사의 전역 조치에 영국의 공영방송 BBC를 비롯한 외신들은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도하고 있다. BBC에 따르면 전세계에 약 9000명의 트랜스젠더 군인이 활동하고 있으며, 영국을 비롯한 많은 유럽 국가와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이스라엘, 볼리비아에서는 트랜스젠더들이 공개적으로 군복무를 할 수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국과 이 국가들을 단순 비교하기에는 안보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군사적 긴장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이스라엘에서도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변 하사와 같은 사례가 등장한 이상 더 이상 논의를 미룰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이번 일은 변 하사를 계기로 터진 사건이지만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며 "외국의 군대에서도 우리보다 앞서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처를 했어야 했다.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전역심사위원회를 열어서 처리한 점이 문제였다"고 아쉬워했다.

홍 교수는 "미리 논의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주제에 대해) 준비가 안 되어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군이) 규정을 형식적으로 해석해서 전역을 결정했다"며 "논의가 이제라도 시작된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트랜스젠더가 할 수 있는 직업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이들에게 필요한 조치는 무엇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 하사가 얼굴과 이름을 모두 공개하고 행동에 나선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인 만큼 우리 사회가 전향적인 판단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은 변 하사에게 군이 전역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성별이분법적 사고이자 '성기중심적'인 사고"라고 비판했다. 김 소장은 "변 하사가 겪을 과정은 절대 쉽지 않고, 쉬운 길도 아니다"라며 "도대체 음경과 고환이 무엇이기에 이 사람이 업무를 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다양성 논의, 군에서만 예외…시대 변화 맞춰 다양성 고민해야"

'다양성'은 조직에 있어서 꼭 필요한 가치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다양성을 강조하는 기업문화가 생겨나고 있고, 다양성이 장기적으로 한 집단의 경쟁력에 긍정적으로 이바지한다는 것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군 조직에서는 예외다. 전투력과 사기에는 균질적인 구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군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변 하사의 전역심사를 3개월 미뤄줄 것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전역 결정을 내렸다. 24일 오전 0시를 기해 변 하사는 민간인의 신분으로 돌아가게 된다. 고려의 여지조차 없이 변 하사를 전역조치한 것은 아쉬운 결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소장은 "군대나 교회처럼 유독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조직이 있는데 이제는 조직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제까지 그들이 기준으로 삼는 사람만이 조직에 필요한 인력이라고 할 수 없고, 군 전력도 점차 다양해지는 만큼 다양한 인적 구성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걸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공동집행위원장도 "성전환자라는 사실을 중요하게 생각하기보다 이 사람이 어떤 직능에 재능이 있고 이것이 군대 내 역할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보다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과거에는 군이 집단막사에서 단체생활을 하는 곳이었다면 이제는 개인별 생활을 하는 곳으로 변하고 있다"고 변화상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변화가 있었던 것처럼 군이 점차 한 개인의 존엄성을 지키며 활동하는 공간으로 바뀌어 간다면 성전환자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사람은 누구나 다양하고 다 똑같을 수 없으며, 군 기강이 구성의 다양화로 인해 흐트러지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기본적 조사도 없다"며 "이제는 군도 다양성을 추구하는 게 조직에 어떠한 이점을 가져올 수 있을지 전향적인 고민을 시작할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전문가 "정부·사회가 공론장 논의 시작해야…법원 전향적 판결 기대"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이번 일을 계기로 건전한 공론장을 열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구체적 방법으로는 Δ시민사회 논의 시작 Δ법원의 판결 Δ정부가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선제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 제시됐다.

이 위원장은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논의가 시기상조라는 인식은 아직 사회를 너무 한편으로만 보는 좁은 시각"이라며 "사회는 이미 다양하게 변하고 있고 다양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충분히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사회가 논의를 시작할 당위성이 있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아직까지 국가에서는 이를 지지하지도, 반대하지도 않고 방관자로서 바라만 보고 있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이야기하면서 차별을 거두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국가의 역할을 주문했다.

홍 교수도 "해결하기 어려운 것과 해결하기 불가능한 것은 구분해야 한다"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은 어렵지만 해야 하는 일인 것처럼 트랜스젠더 정체성 문제에도 해법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조금이라도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며 "어떻게 하면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권리가 조화롭게 실현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변 하사의 전역을 사회적 논의 과정 없이 결정해버린 군과는 달리 국가와 법원은 공론화 과정을 더 첨예하게 거치고, 개인의 권리를 적극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현재 변 하사는 성별정정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홍 교수는 "이번 판결은 이정표가 되는 판결이 될 것"이라며 "법원은 과거 정부보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한벌 앞서서 결정했던 사례가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기보다는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복무 중에 트랜스젠더 선언을 하는 사람이 나올 수 있고 (군) 시험을 볼 수도 있는데 그럴 때 정부가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앞으로는 주민등록 성별기준으로 남녀를 구분할 것인지, 성 정체성을 기준으로 구분할 것인지를 계속 다룰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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