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도가 거울섬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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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도가 거울섬인 이유
  • 박남수 기자
  • 승인 2019.11.13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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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수(고금비전한글학교 대표)

신지도에서 장보고대교를 건너면 만나는 고금도 첫 마을은 상정리입니다. 마을회관을 지나 경사로를 오르면 도로 바로 옆으로 작은 교회가 있습니다. 도로의 흰색 옆선 아래 교회 담이 있습니다. 물론 갓길이 있을 리 없습니다. 좁고 위험한 그곳에서 주민들은 버스에 오르고 또 내립니다. 그리로 경운기가 지나고 또 보행기를 밀고 노인들이 다닙니다. 교회 쪽 아래에서 위쪽 아스팔트를 보면 도로의 속살이 금방이라도 드러날 것도 같습니다. 이게 77번 국도의 진상입니다.


장보고대교에서 고금면소재지를 경유해 고금대교에 이르는 왕복 2차선 도로가 77번 국도입니다.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고 현재 작업중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이 국도는 좁고 굽은, 위험한 길입니다. 최근 몇 달 새에 교통사고로 몇 분이 귀한 목숨을 잃었습니다.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명색이 국도인 이 도로의 문제를 들자면, 먼저 굴곡이 심한 에스(S)자 구간입니다. 또 전체적으로 갓길이 거의 없습니다. 여기에 더해 상정리에서 회룡리로 넘어가는 고개는 경사가 매우 심한 데다 굴곡까지 심한 급커브 구간입니다. 리무진이라 쓴 대형관광버스들이 중앙선을 물고 급커브를 돌 때는 무섭기까지 합니다. 중앙선에 규제봉이 군데군데 설치되었지만 넘어져 있거나 또 그걸 피해 역주행으로 앞지르기하는 차량들 때문에 더 위험해 보입니다. 이 도로가 요즘처럼 위험하게 된 데는 장보고대교의 개통으로 인한 교통량의 급증이 주요 원인입니다. 당장의 시급한 대책과 조치 그리고 개선이 따르지 않는다면 갈수록 큰 사고들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은 경운기, 트렉터 등 저속 농기계의 통행이 잦은 농번기입니다. 차량 운전자들은 절대적으로 속도를 줄여야 하고, 교통 관련 기관들은 여러 방법을 통해 이를 알리고 통제해야 할 것입니다. 카메라 설치, 교통 단속 등 차량 속도를 제한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합니다. 갓길도 없는 경사진 도로변에 농기계를 세워놓고 작업하는 주민들에 대한 안전교육도 필수적입니다. 노인과 어린이 같은 교통약자들을 위한 보행로 확보도 시급합니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도 사고예방을 위한 조치와 대책은 부족하고 그래서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고금대교(가교리)에서 장보고대교(상정리)에 이르는 77번국도 10여 킬로미터 사이의 급커브길 또는 마을길과 만나는 지점 등에 약 40여 개의 거울(도로반사경)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평균 2~300 미터마다 반사경이 있는 셈입니다. 거울이 국도 이용자와 주민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유일한 장치입니다. 동서 구간 역시 비슷하다면, 고금도는 거울섬이나 다름없습니다.

장보고대교의 개통으로 섬과 섬 사이 물리적, 정서적 거리가 훨씬 가까워졌습니다. 화합과 소통에 기여하는 바 클 것입니다. 지역 간 화합과 소통의 확대만큼이나 통행이 더 많아지고 흐름 또한 빨라질 것인데 이로 인해 이곳에서 살아온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이 위험하다면 이보다 더 큰 불행은 없을 것입니다. 이 도로의 주인은 오랫동안 그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77번 국도에서는 사람이 위험합니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막지 못한다면 이는 곧 인재일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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