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잘사는 희망찬 미래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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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잘사는 희망찬 미래완도
  • 박남수 기자
  • 승인 2019.11.13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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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전복이 전국 생산량의 80%를 차지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요즘 고금도는 전복 치패 출하가 막 시작됩니다. 완도 전복의 대부분이 여기서 태어났으니 고금도가 ‘대한민국 전복의 고향’이라 말해도 좋겠습니다. 그럼, 전복 치패는 누가 키울까요?

치패 양식장에서 근무하는 외국인들의 숫자는 적게는 서너 명에서 많게는 예닐곱에 이릅니다. 고금도 전체로 본다면 500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인구의 10%입니다. 스리랑카, 중국, 네팔 등 국가들에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땀 흘려 일하는 아시아 젊은이들이 완도 전복을 키웁니다. 전복뿐만 아니라 어류나 해조류 양식장이나 농업, 건설분야 등으로 그들의 활동 영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습니다.

생산뿐 아리라 그들은 소비의 주축이기도 합니다. 고금도 마트에는 늘 외국인들로 붐빕니다. 한 곳에는 그들이 즐겨찾는 식품 코너가 생길 정도입니다. 밤이면 편의점은 그들의 차지입니다. 고향 출신 친구를 만나 밝은 불빛 아래 서로 향수를 달래고 정보도 나눕니다. 택시와 버스는 그들이 주요 고객입니다. 고금도에서 생산과 소비의 주축이 된 그들은 이제 완도 경제의 동력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단지 돈벌기 위해 먼나라에서 온 낯선 일꾼일 뿐입니다. 어떤 존재감도 느끼지 못합니다. 당연히 그들에 대한 대접도 소홀한 것이 사실입니다.

마트 점원이 값을 계산하는 외국인에게 반말로 대하는 것이 예사입니다. 양식장 주인들의 외국인 직원들에 대한 태도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마을 주민들과의 관계도 비슷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오래 전 독일 탄광으로 돈벌러 간 우리 삼촌들을 봅니다. 더 오래 전, 일제 징용 간 우리 할아버지들이 겪었던 상황을 떠올립니다. 취업이 어려워 휴학하고 호주로 워킹홀리데이 간 우리 대학생 아들딸이 생각납니다. 그들도 호주에서 이런 대접을 받을까요?

유자축제는 11월에 열립니다. 낮에는 마을 대항 게임들이, 밤에는 노래자랑과 공연, 불꽃놀이 등이 화려하게 펼쳐지지만 축제장 그 어디에도 생산의 주역인 외국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삼삼오오 짝지어 춤을 추는 무대 아래 바닥이 유일한 그들의 자리입니다. 그것도 2년에 단 하루 주어지는 초라한 공간입니다.

백중날의 유래를 아시지요? 음력 칠월 보름날, 봄여름 내내 농사일에 지쳤을 집안 머슴들에게 술과 안주를 푸짐하게 대접하고 하루 놀게 했던 날입니다. 다가오는 본격적인 추수를 위한 충전의 의미도 있었겠지요. 그런데 요즘 우리는 어떤가요? 피부색과 언어는 다르지만 경제의 일익을 담당하는 외국 젊은이들에게 베푸는 배려의 무엇인가요? 2년에 하루 무대 아래 어두운 그늘이 전부입니다.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오히려 옛 조상들보다 지혜가 떨어지고 더 가난합니다.

우리는 매일 그들을 만나며 살아갑니다. 명실공히 건강의 섬 완도가 이제 해양치유의 메카를 목표로 한다지요? 그래서 말인데요. 우리 지역에서 생산의 든든한 주역이고 또 소비의 한 축이 된 외국인들을 위한 날을 조례로 제정하고 운영해보는 것은 어떤가요? 이제 그들이 이 사회의 주인으로 권리와 의미를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명문화하는 것 말입니다. 완도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또 맘껏 즐길 수 있도록 제도와 시공간을 정비하자는 것입니다. 외국인들이 근무하기 좋은 섬이라면 훨씬 더 건강한 섬이 될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오늘도 어디선가 스리랑카에서 온 젊은 친구를 만날 지도 모릅니다. 먼저 웃으며 인사를 건네보는 건 어때요? 반말 대신 온말로 대해 보는 건 어때요? 당신의 인격이 곧 우리의 국격이고 완도의 자존심입니다. 외국인들이 잘 사는 것도 희망찬 미래 완도의 한 요소입니다.

박남수(고금비전한글학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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