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얼과 혼이 통곡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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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얼과 혼이 통곡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 이주원 기자
  • 승인 2021.05.11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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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을 기리는 思師曲
義松 이주원(굿모닝완도 편집부국장)

 

저의 스승 咸平 魯家이며, 珍자 福자를 쓰는 노진복 선생과 찍은 유일한 사진이다. 노진복 선생은 출신이 군인이며, 어느 누구보다 대한민국과 정의를 사랑하는 분이며, 박정희 대통령의 왕사였던 추사 김정희 이후 대한민국 서도를 새롭게 재정립한 진도 국회의원 출신 소전 손재형 선생의 수제자이다.

소전 손재형 선생은 서예가이기 전에 일제 식민지 시절 대한민국 독립 운동가이고 대한독립 유공자로서 대한민국 광복회 회원이었다. 독립투쟁을 하면서 소전 선생이 일본 장군으로부터 빼앗은 원한에 사무친 칼을 직접 보고 만지며 대한독립 애국운동의 원혼들이 그 칼에 원한이 맺혀 있음을 느낀 적이 있다.

노진복 선생을 처음 만났을 때 저에게 한 말이 기억이 생생하다. ‘민족의 얼과 혼이 통곡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말하며 ‘너는 민족의 얼과 혼을 살리는 일을 해야 한다’ 하였다. 이 한마디의 말이 저의 가슴에 박혀서 인생의 새로운 좌표가 되었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새롭게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다. 추상적으로 알았던 역사 두 글자가 그 때부터 저의 심장을 뛰게 하였다.

노진복 선생을 처음 만났을 때 한 일이 목욕탕 때밀이다. 당신이 공부 한 내용을 직접 사람을 만지며 검증하는 일을 하였다. 손님의 몸을 만지며 그 사람의 氣를 느끼고, 그 사람의 체형을 분석하며 노진복 선생이 공부 한 내용을 재검증 하는 철두철미한 분이다. 물론 제가 아팠을 때 몸을 고쳐 주는 은혜를 입기도 했다. 그 어느 누가 고귀한 직업과 고매한 공부를 하였는데 인간이 가장 하찮게 생각하는 때밀이를 할 용기가 있겠는가. 그러나 저의 스승은 배움을 위해서는 어떠한 것도 마다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이 있었다.

소전 손재형 선생과 노진복 선생의 사제지간에 인연을 맺을 때 재미 난 일화가 있다. 노진복 선생이 군인으로서 초임 장교 시절 소전 선생이 박정희 대통령 붓글씨를 가르치는 것을 알고 배움을 청 했다. 그러자 소전 선생은 ‘한 달 안에 천자문을 외우고 쓸 줄 아면 제자로 받아 주겠노라’ 하였다. 하여 노진복 선생은 천자문을 녹음기에 녹음을 하여 구보하며 외우고 매일 저녁에 천자문을 쓰는 공부를 하여 약속한 대로 한 달 안에 숙제를 마치고 제자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가르침과 배움을 위해 너무나 아름다운 장면 아닌가.

이후 소전 선생으로부터 서도를 비롯한 아무에게나 가르치지 않는 비밀로 내려온 산중 무술, 즉 독립 운동가들이 쓰던 민족의 정통 무술을 배웠다. 지금도 서울 인사동에서는 이름도 성도 모르는 군인이 붓글씨를 기가 막힐 정도로 잘 쓰는 사람이 있었다고 저의 스승을 두고 내려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 전국적인 서예대전의 심사위원장도 맡아 보았지만 서예가들의 부패함을 보고 그 뒤로 붓을 들지 않았다. 노진복 선생은 저에게 가르침을 줄 때는 활자화 된 책이 아니라 신선들이 말하듯 격이 높은 선문답으로 깨우침을 주었다.

사제지간의 道와 情이 사라진지 오래된 현실에 저는 복에 넘치는 스승의 사랑을 받았다. 죽어서도 다시 뵙겠노라 노진복 선생과 약속한 적이 있다. 배움의 길은 끝이 없으며, 죽어서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스승을 통해 깨달았다. 저의 스승은 책을 보시며 깨달음을 얻었을 때 제일 행복해 하였고, 어느 날은 책을 보다가 한 말이 ‘이대로 죽었으면 제일 멋지겠다’ 할 정도로 항상 공부 삼매경에 푹 빠져 있었다.

제가 가슴 아픈 일로 고민 하고 있을 때는 노진복 선생의 생전에 가장 친한 친구 분 이강현 선생의 꿈속에 나타나서 저의 일을 해결해 달라고 부탁하는 일화가 있었다. 이것을 어떻게 과학으로 설명 할 수 있겠는가. 스승의 제자에 대한 사랑은 죽음을 초월한 영혼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놓았음을 증명 해 주었다. 억 만 번 죽어도 잊지 못 할 스승의 은혜. 살아생전에 스승에게 제자의 도리를 못다 한 이 제자는 스승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속에 눈물이 흐릅니다.

자주 눈물을 흘리는 저에게 스승이 준 덕담 한마디 ‘너의 눈물은 눈물이 아니라 신물 이니라’ 하며 민족의 얼과 혼이 흘리는 눈물, 신의 눈물이니 민족의 얼과 혼을 살리는 일에 주력하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 세상이 아무리 어려워도 촛불 하나면 어둠의 긴 터널은 통과할 수 있다며 항상 긍정적 에너지와 용기를 주셨던 저의 스승 노진복 선생. 태양과 온기가 없는 어둠의 저 세상에서 편한 한지 안부를 묻는다. 물론 저의 스승은 오늘도 공부하며 용맹정진 중이겠지만 이 부족한 제자는 스승의 생전에 못 이룬 꿈을 그 곳에서는 꼭 이루라는 기도와 청수 한 그릇을 매일 올리는 것 밖에 할 수 없음이 너무나 안타깝다. 그 곳에 없는 태양의 따뜻한 기운을 마음에 담아 보내 드리니 기쁘게 받아 주기를 축원한다.

스승의 마지막 유언이 된 ‘나는 항상 너의 가슴속에 있다’ 이 말을 통해 인간과 신이 통하는 길이 가슴에 있음을 다시 깨우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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