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도 덕암리 멀구슬나무
엊그제 우연히 놈을 보았다. 저녁 노을 배경으로 거대한 몸둥이 드러났다. 장엄했다. 요즘 놈은 거대한 향수 공장. 보랏빛 향기로 홀로 세상을 테러한다. 멀구슬나무.
명품 수종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남 의식 않고 지 자리에서 진득허니 살다보니 이렇듯거목으로 컸던 게지.
별볼일 없는 째깐한 놈을 키워 결국 놈의 그늘에서 늙어가는 그 사람이야 말해 뭐해. 그는농기계 수리점 주인. 전에도 지금도. 세월만큼 놈은 컸고 그는 새처럼 작아져 결국 놈의 품에 깃들어 산다.
봄 향기에 취하고 기름땀 그늘에 식히더니 낙엽 지면 겨우내 놀한 구슬이 도단 지붕을 대골대골 구르는 소리 들으며 잠들겠지.
저작권자 © 굿모닝완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