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군수 담화에서 빠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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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군수 담화에서 빠진 것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1.07.1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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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수(굿모닝완도 편집국장)
(사진 캡쳐=유튜브 희망완도채널)
(사진 캡쳐=유튜브 희망완도채널)

 

지난 12일 아침 휴대전화가 울리는데 모르는 번호다. 받아보니 오래 전 연락이 끊긴 지인이다. 수소문 끝에 어렵게 연락한다고 했다. 그의 얘기인즉슨, 완도군 공무원들의 기강 해이가 극에 달했다며 금일읍장 취임식으로 인한 코로나 확산에 대해 걱정과 우려를 풀어놓았다. 코로나19 장기화 때문에 겪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운 고충, 이를 대변할 언론의 침묵에 대해 분노한다며 내게 반성을 촉구했다. 아프고 부끄러웠다.

완도군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일 금일읍장 취임식에서 3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그 중 한 확진자의 배우자와 회사 직원들에게 감염돼 12명 확진자가 추가 발생했다.

신우철 완도군수는 12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현 상황을 “엄중한 위기의 순간”이라며 사적 만남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섬내 마을 간 이동을 통제하고 학교 조기 방학을 검토 중이라고도 밝혔다.

현 위기 상황을 보는 서민들과 신 군수 사이 시각 차이가 큰 담화였다. 신우철 군수는 이번 금일읍 사태가 그냥 ‘운이 없어서’ 우연하게 일어난 일 정도로 여기는 듯하다. 그래서 응당 취할 조치도 매뉴얼대로 하겠단다. 그의 조치엔 500여일 동안 통제당해 온 서민들의 고통과 한숨이 없다. 군수 담화에는 망해가는 자영업자들의 분노가 빠져 있다. 그래서 계속해서 통제, 통제 또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가졌으니 신 군수에게는 ‘화이자 백신 새치기’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둘러대고 친한 언론을 동원해 호도하며 잊혀지기를 기다리면 된다. 금일읍 사태도 단지 불운이 원인이기 때문에 조치 또한 일상적인 것뿐이다. 그 조치의 결과 서민들의 신음이 깊어간다는 것을 그가 알 까닭이 없다.

코로나가 잠잠했던 지난 6월 중순 경, 한 단체 사람들이 생일도를 찾았다. 지역 경제에 작으나마 보탬이 되고 다시마 건조 체험도 하며 환경 정화 활동까지 담아내려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 행정 책임자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환영할 수도 있었다. 방역 수칙을 지키도록 함께 하고 지원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래 전 예약했던 해당 숙박 시설에 식사를 끊는 조치를 취했다. 숙소도 규정대로 비워야 한다고 했다. 방역이 중하니 오지 말라는 간접 압력이었다.

담화에서 빠진 건 신우철 군수의 진심어린 사과였고 만성화된 서민들의 분노와 고통에 대한 속깊은 공감이었다. 금일읍장은 최일선에서 코로나와 싸우는 방역의 주체로 신 군수 자신이 임명해 임기를 막 시작한 간부 공무원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금일읍장이 코로나의 숙주였다. 군민들이 다 아는 이 명백한 사실을 군수는 담화에서 피해갔다. ‘금일읍장’ 언급도 없고 ‘금일읍장’에 대한 경미한 주의도 없고, 더구나 이에 대한 유감 표명도 없다. 남의 일처럼 그냥 안타까울 뿐이다. 필요한 건 군민들의 고통 분담이다.

금일읍장 취임식의 내용과 규모를 애써 축소하려는 노력이 가상하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춘향전의 한 장면을 떠올려 본다. 춘향을 감옥에 가두고 자신의 생일날 향연을 펼치는 변사또. 이를 본 이몽룡이 지어올린 시는 이렇다.

金樽美酒千人血(금준미주천인혈), 玉盤佳肴萬性膏(옥반가효만성고), 燭淚落時民淚落(촉루락시민루락), 歌聲高處怨聲高(가성고처원성고) “금잔의 맛좋은 술은 천백성의 피요, 옥쟁반의 기름진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니. 촛농이 떨어질 때 백성들이 눈물 쏟고, 노래 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도 높더라.”

군수 담화를 보면서 춘향전 변사또의 생일잔치를 떠올리는 이가 나뿐일까? 하루에도 수십 번 울려대는 안전문자 신호음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게 어디 나뿐일까? 군수 담화에 빠진 건 공감과 책임이다. 그러니 어떤 감동도 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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