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최고 인사, 오늘은 ‘보은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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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최고 인사, 오늘은 ‘보은인사’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1.07.17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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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수(편집국장)

한 주류 언론이 사설에서 최근 완도군의 인사를 ‘보은인사’로 규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5급 사무관 3명의 인사를 두고 하는 주장 같다.

그 사설에 따르면, 이번 2021년 완도군 하반기 정기인사가 공적이고 객관적인 업적이나 평가에 따르지 않고 인사권자와 사적인 관계의 결과, 즉 개인적 은혜를 반영한 인사라는 것이다.

이번 승진 인사가 “근평을 무시한 채 정치적 선택을 했다는 공직사회의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읍정과 면정 수행으로 평가를 받아야지 후배들을 짓밟고 올라간 자리”라는 것이다.

사설치고는 참으로 당혹스럽다. 어디 사설만 그럴까? 그 이전 호의 기사를 본다면 더욱 가관이다.

거기에는 그 신문사의 대표는 물론 여러 인물들의 평가들을 총동원해서 한 사무관의 이번 승진을 합리화하는 화끈한 ‘마사지’가 제공됐기 때문이다. 인사를 앞두고 승진을 포기하고 명퇴 뜻을 밝힌 승진 대상 후보에게 “마음을 더 단단하게 하라” 격려했다는 대표가 승진 발표 소식을 듣고는 “가슴이 철렁했다”는 것이다. 불만이나 낙담? 결코 아니다. 다행이고 당연하다.

그러고는 글쓴이는 사무관으로 승진한 신임 면장의 그간 업적을 총평이라도 하듯 찬란했던 과거를 전부 소환했다. 군수도 등장해 “남의 부탁 말고 본인 부탁을 해보라”고 한다. 고금도 돈사 문제 해결에 기여했다거나 “발효가 잘 된 음식”이라는 비유까지 나온다. 심지어 “희생적인 삶 덕분에 그에게 빚”까지 졌다며 후배들을 압박한다. 그러니 이번 인사가 정당함을 넘어 당연한 결과라고 확정 판결을 내린다. 신문의 기사 하나가. 그런데 공직사회에서 이런 훌륭한 사람은 보은인사로 보답해야 하는가?

그랬던 최고의 인사가 다음 호에서는 ‘보은인사’로 감봉된다. 두 주 연속 나온 기사(사설)로 가늠해 볼 때 이번 인사가 ‘보은인사’는 맞는 듯싶다. 그런데 누가 누구에게 은혜를 입었을까? 공적인 업적에 따른 평가가 아니고 인사권자가 개인적인 은혜를 대가로 공무원을 승진시켰다는 것을 누설했거나 실토한 셈이다.

이런 인사가 비단 이번뿐이었을까? 보은인사가 사무관 3명에 그치는 인사였을까? 앞으로 승진하려는 공무원들은 인사권자가 만족할만한 은혜를 베풀어 올리면 된다. 이런 근무 환경에서 누가 공적 평가 시스템을 믿고 성실히 일하겠는가? 인사권자에게 개인적으로 아부하고 절대 충성하면 된다.

절대 권력이라도 된 듯 신문도 참 야무지고 노골적이다. 군수의 인사를 찬양하듯 온갖 찬사를 늘어놓더니 그게 뭐 보약이라도 되는 듯 다시 보은인사라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말한다. 뻔뻔하다. 이런 주장을 해도 완도군 공무원과 완도 지역민들 사이에서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의 발로인가? 그게 아니라면 해당 신문이 조중동처럼 대단한 권력의 자리에 이미 섰으니 앞으로 출세하려는 자는 자신들에게 줄 서라는 뜻인가?

보은인사는 “은혜를 입은 사람을 관리나 직원으로 임용하는 것”이다. 낙하산인사만큼 문제가 많다. 어제의 기사에선 영웅으로 찬양하더니 오늘은 사설에서 다시 양아치로 욕한다면 그게 어디 정상적인 언론인가? 내일은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사설은 그 신문의 공식적인 주장이나 의견이다. 뭐라 주장하든 자유다. 그러나 책임도 따른다. The buck is only y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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