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존칭입니다 존칭”
상태바
“당신은 존칭입니다 존칭”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1.08.25 02: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신은 존칭입니다 존칭" '당신'의 정의(네이버사전 캡쳐)
"당신은 존칭입니다 존칭." '당신'은 무슨 뜻일까?(네이버사전 캡쳐)

완도군에 정보공개를 요청했는데 정보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공무원 누군가 청구인인 나의 직업 정보와 요청 사실 그리고 약간의 비난까지 인터넷 공간(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 적시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공무원이 업무상 취득한 비밀을 공개한 것은 분명 누가 봐도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정보공개 업무를 담당하는 민원봉사과 직원과 통화를 했으나 공개한 해당 직원을 찾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위법한 행위를 저지른 이는 완도군 공무원이고 피해를 당한 나는 완도군의 공식 입장을 들어야 했다. 그래서 해당 업무를 관장하는 민원봉사과장으로부터 완도군의 입장을 듣고 싶었다.

직원에게 메모를 남겼으나 열흘이 넘도록 연락이 없어 내가 연락해 과장과 통화가 됐다. 처음부터 그는 자신이 왜 내게 전화를 해야하냐고 말했다. 황당하다. 민원인을 대하는 과장의 태도가 이렇다.

그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이런 위법한 행위에 대한 완도군의 입장을 물었다. 그는 같은 답변을 계속할 뿐이었다. “노조 게시판에 게시한 것을 민원봉사과에 물어보면 어떻게 하느냐?” “우리 과에서 책임지라는 것인가?” “그게 왜 완도군 책임인가?”


기자: 그럼 정보공개 관련 업무 과정에서 생긴 공무원의 위법 행위를 누구에게 문제제기 해야 하나요?

과장: 노조 있는 사람에게 문의하세요.

기자: 완도군의 입장을 묻는 겁니다.

과장: 당신이 내게 책임 없냐고 물어봤잖아요.

기자: 지금 당신이라고 얘기했어요?

과장: 그럼 당신이라고 하지 뭐라고 불러.

기자: 이제 반말도 하네.

과장: 그럼 어르신이라고 불러?

기자: 지금 민원인을 반말에 당신이라고 불렀어요?

과장: 그럼 내가 뭐라고 불러야 하냐고. 왜 나한테 잘했니 못했니 자꾸 물어봐요?

기자: 과장님이 제게 반말에 당신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과장: 당신은 존칭입니다 존칭. 그럼 뭐라고 불러요? 기자님, 남수님이라고 불러요?

기자: 더 이상 할 말 없습니다. 끊읍시다.


그분과 나눈 대화를 복기한 것이다. 이튿날 오전 한 지인이 화해를 권했다. 그래서 다시 그분과 통화를 했으나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그에게 들을 수 있는 답변이 아니라 내가 미안하다고 했다. 담당 직원이 문제의 원인과 앞으로 재발방지 대책까지 정확히 알고 있으니 논의하라고 했다. 전화를 끊었다. 많이 아쉬웠다. 벽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당신은 존칭입니다 존칭” 했으니 그럴 거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당신’에 대해 크게 다섯 가지로 정의한다. ① 듣는 이를 가리키는 이인칭 대명사 ② 부부 사이에서, 상대편을 높여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 ③ 문어체에서, 상대편을 높여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 ④ 맞서 싸울 때 상대편을 낮잡아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 ⑤ ‘자기’를 아주 높여 이르는 말

완도군 5급 사무관이 공무원의 비위와 관련해 기자와 서로 논쟁할 때 반말과 함께 썼던 ‘당신’이라는 호칭이 사전의 정의 중 어느 것에 해당할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