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민원 조례 제정을 보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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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민원 조례 제정을 보류하라
  • 굿모닝완도
  • 승인 2021.09.1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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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군이 ‘악성민원에 대한 공무원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이하 악성민원 조례)를 제정하려 한다. 발의 자체가 완도군 공무원 노조의 입김으로 비롯된 것인양 그들의 홈페이지는 그야말로 고무돼 있다. 게시판 글 제목조차도 “악성민원... 한 방이면 간다”는 식이다. 자신들의 본분을 망각한 단세포적 집단 이익에 취한 경거망동이다. 자중해야 한다.

전남 지역 22개 시군 중 선제적 조치라고 하니 가히 공무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한 이제 완도는 선진지임에 틀림없다. 자랑스럽다.

그런데 완도군이 지금 그럴 때인지 자문해 볼 때이다. 

비가 많이 내리던 지난 8월 어느날이었다. 서울에서 귀한 손님들이 완도군청을 방문했다. 완도군의 동물복지의 참혹한 현실을 고발했던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었다. 그들은 완도군의 잘못을 낱낱이 지적하고 따지는 중이었다. 고성이 오가고 감정 섞인 표현도 나왔다. 그러던 중 공무원의 입에서 욕설이 나왔다. 이는 그대로 SNS를 통해 나갔다.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의 그날 행위는 악성민원일까?

끔찍한 일은 그 이후에 일어났다. 이 사건과 관련해 몇몇 공무원들과 통화했는데 “욕 들을 만하다” “나라도 그랬을 거다” 등 표현을 예사로 말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다면 자신들도 그렇게 행동했을 거라는 자기 고백이다. 완도군 공무원들의 저급한 인식 수준이다. 어쩌다 완도군 공무원이 이렇게 됐을까?

노조 사람들은 이 조례가 주로 하위직 공무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런 사례는 어떤가?

완도군의 홍보정책에 대해 지적하면서 취재해달라는 글이 공무원 노조 게시판에 올랐다. 그래서 굿모닝완도는 완도군에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그 정보가 공개되던 날 같은 게시판에 본지의 청구 사실과 비난과 걱정이 버무려진 글이 올라왔다. 있을 수 없는 일로 법 위반이다. 이를 지적하는 전화 통화에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주무과장은 반말로 응대했다. 고성이 오고갔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 또한 악성민원인가?

동물보호단체의 그 짓이 아니었다면 완도군의 유기견 보호정책은 아직도 정책 유기를 반복하고 있었을 것이다. 유기견은 총으로 사살되고 입양은 전무하거나 보호센터에 들어간 동물들은 전부 죽어서 나가는 등 전국에서 드문 후진 행정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악성민원 덕에 후진적 동물 보호정책이 세상에 알려졌고 완도군은 사과와 함께 개선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으며 신지 송곡에 있는 동물보호센터는 요즘 날마다 변하는 중이다. 그 악의적인 사람들에게 진 빚 때문에 한동안 거의 매일 거길 다녀야 했다. 이게 다 악성민원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그들에게 부끄럽고 고맙다. 

악성민원 조례의 지원 범위는 악성 민원으로부터 공무원의 피해를 예방하고 구제하고 치유하는 등 광범위하다. 악성 민원 여부의 결정에 대한 권한은 아직 모호하지만 구성될 위원회가 공무원의 입장에 설 것은 뻔한 일이다. 그래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맨 앞장에 설 때가 아니다.

지난주에 만났던 완도군 공무원 노조 사람들은 난감한 입장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강행할 뜻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것만은 분명히 하자. 지금 완도군 행정의 문제는 서비스의 질과 격을 높여야 할 때이지 악성 민원을 논할 때가 아니다. 이를 위해 공무원 노조가 먼저 자정(자성)해야 한다. 민원을 악과 선으로 나누고 전쟁할 때가 아니다. 청렴도 꼴찌 주제에 악성 민원을 한 방에 훅 보낼 용기가 어디에서 나오는가? 이런 조례는 전국 꼴찌로 제정해도 충분하다. 그게 염치를 아는 선한 사람들의 태도이다.

완도군의회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 할 말이 없다. 내일(15일) 본회의에서 그들의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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