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장 세달째 파업! 완도군 쓰레기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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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장 세달째 파업! 완도군 쓰레기 어디로 가나?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1.11.09 0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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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치유 전에 소각장 먼저 치유했으면...”
“완도군이 우리 버렸으니 우리도 완도군을 포기하고 싶다”

9월 23일 완도군자원관리센터(소각장) 노조의 파업과 이어진 회사측(벽산eng)의 직장폐쇄. 완도군 쓰레기는 전남 무안(청계) 쓰레기장으로 수출되고 있으나 완도군은 불난 집 구경하듯 손을 놓고 있다. 11월 1일부터 5일까지 서울 본사에서 항의집회를 했던 소각장 노조 차창용 지부장과 기호식 감사를 6일 오후에 2시간 동안 만났다. (인터뷰와 정리: 박남수 발행인)

 

지난 9월 17일 오후 완도읍 빙그레공원에서 완도군자원관리센터(소각장) 노조원이 통상임금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지난 9월 17일 오후 완도읍 빙그레공원에서 완도군자원관리센터(소각장) 노조원이 통상임금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벽산 서울 본사를 다녀온 걸로 안다

1일 노조원 17명이 상경해 본사를 찾아 집회를 했다.


대표를 만났는가?

만나지 못했고 회사측은 회사로 선복귀할 것만 요구했다. 그외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다. 2일 회사에서 본부장을 만났으나 그는 완도 소각장 상황에 대해 거의 모르는 것 같았다.


서울에서 어떤 활동을 했나?

1일부터 5일까지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본사에서 집회를 하며 가두방송과 피켓 시위를 했다.


완도군은 어떤 노력을 했나?

환경과장이 농성장을 찾아 근로 조건과 환경 등은 언급하지 않고 임금문제만 거론했다. 25만원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는데 완도군의 일방적 제안이었다. 그 제안을 노조가 거절한 것으로 잘못 알려졌다. 배부른 노조라는 비난까지 들었다. 중재를 하려면 양측을 만나 의견을 들어본 후에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들과 그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 그런데 완도군은 군의회 가서 노력을 했다고 말한다. 어이가 없다. 완도군은 그렇게 만든 중재안이라는 것을 회사측에 전달했으나 회사측은 그 중재안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도 않은 것 같다.


완도군이 제시한 25만원은 임금인가?

맞다. 그런데 그게 우리가 요구한 전부가 아니다. 먼저 근로 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고 회사측은 개선을 약속했었지만 아직까지 무소식이다. 근로 정원이 소장을 빼고 25명이지만 현재 20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당연히 그 빈자리만큼 노동강도가 높아진다. 정원을 채워달라는 요구를 오랫동안 했는데 아직껏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직원 채용이 어려운가?

회사측이 요즘 직원 채용에서 인적성검사를 하는데 지원자의 70~80%가 탈락한다. 임금과 근무 환경이 열악하니까 지원하려는 사람도 없다. 어렵게 추천받아 오려는 사람조차 인적성검사로 탈락시킨다. 이런 열락한 환경에서 매년 산재사고가 발생한다.


주로 어떤 사고인가?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시설 정비가 제대로 안 된다. 천장에서 비가 떨어져 실내인데도 우산을 쓰고 다닐 정도이다. 한 직원이 계단에서 빗물에 미끄러져 갈비뼈가 부러지는 사고도 있었다.


임금 체계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

회사측이 만든 취업규칙에 업무수당 등 5~6개를 회사측과 합의하면 지급한다고 명시해 놓았다. 그런데 현행 제도인 포괄임금은 위생수당, 위험수당, 자격증수당 등을 전혀 지급하지 않는다. 필수 보직인 전기, 환경 등은 법률적인 입사 조건으로 수당을 지급하지만 보일러, 소방, 위험물 등 전담 직원에게는 자격증 수당조차 지급하지 않는다. 현행 포괄임금제로 자격증수당이 지급되는지 확인할 수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포괄임금제를 통상임금제로 전환과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는 수당을 신설해달라고 요구했다. 그후 회사측의 제안에 따라 우리의 적정수당 액수(45만원)를 협상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회사측은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수당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에 파업에 이르게 된 것이다.


노조의 요구가 적정한가?

우리 노조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8년차인 내 일당이 8만2천 원이다. 요즘 쓰레기 담는 일용직 외국인의 일당이 13만원이고 외국인 일당이 20만원이다. 우리가 야근이나 특근을 해도 일당은 그대로다. 이런데도 수당을 신설해달라는 우리의 주장이 과한가?


완도군의 문제는 무엇인가?

인력이 부족하고 산재 위험이 높고 근무 여건이 열악해 쉽게 그만두는 사회적 필수시설인 소각장이 안정되도록 완도군이 개입해 노력해야 하지만 완도군은 관리감독 권한을 스스로 포기했다.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소각장 시설의 문제는 없는가?

음식물 건조기를 새로 설치했는데 악취 때문에 더 고통을 받았다. 제대로 된 기계가 오지 않았다. 설계 도면과 실제 시설이 다르다. 처음부터 감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소각장 근무 환경은 어떤가?

다이옥신 90배 초과 배출 기사가 났는데 굴뚝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은 소각장 근무자들에게 여과 없이 축적된다. 우리 근무자들의 건강 검진도 매년 1회 하게 돼 있지만 노조를 만든 이후로 3년간 아직 못하고 있다. 날씨가 흐린 날 4층에서 크레인 작업을 할 때 방독면을 쓰지 않으면 두통이 심하다.

크레인 상부에 올라가 방진복 입고 판스프링 작업을 하는데 방진복 벗고 10분만 있으면 피부에 냄새가 배게 된다. 냄새의 원인은 분리수거가 제대로 안된 생활폐기물이 음식물과 섞여 벙커에서 썩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위생수당과 위험수당은 당연한 요구이다. 폐기물 시설 가동 중에 환경단체를 초대해서 오염물질 배출과 근무 환경에 대해 테스트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지난해 CT촬영 했는데 이상은 없으나 심한 두통을 겪는데 우리 직원들 중 여럿이 이런 증상을 호소한다.


완도는 건강의 섬이고 해양치유의 메카 아닌가?

완도가 해양치유로 인간을 치유할 것이 아니고 여기 소각장 환경 먼저 치유했으면 좋겠다.

 

완도군 소각장 노조원들이 서울 본사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완도군 소각장 노조원들이 서울 본사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직원들 상황은 어떤가?

직원 중 1명은 다문화가정으로 초등학생 아이가 둘인데 엄마가 없다. 두 달 동안 급여가 안 들어오니 아이들 관리가 어려워 그만두겠다고 어제 처음 얘기하드라. 우리 직원들이 노조를 나가는 것은 상관없으나 회사를 그만둘까 걱정된다. 현 상황에서 두세 명이 그만둔다면 소각로 가동이 어렵다.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관리감독을 해야 할 완도군이 권한 행사를 안 하고 있다. 완도군 소각장에 처리하면 톤당 40만원인데 청계(무안 민간 쓰레기처리장)에 맡기면 38만원으로 더 싸다. 완도군이 우리를 버렸으니 우리도 완도군을 포기하고 싶다.


향후 파업 전망은?

더 좋은 직장 생기면 떠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회사 복귀 안 하는 것이 더 큰 걱정이다. 회사도, 완도군도 직장 선복귀를 얘기한다. 선복귀 해도 쓰레기는 줄지 않는다. 코로나 전에 하루 쓰레기 소각량이 25톤, 매년 소각로 340일 가동은 전국에서 최고다. 10년 된 노후 소각로로 하루 24~26톤을 처리한다. 진도군은 30톤 소각로로 20톤 정도 처리한다. 요즘 우리는 매일 30~40톤 들어온다. 만약에 몇 명이라도 퇴사한다면 소각로 가동은 절대 불가능하다. 선복귀를 할 수는 있으나 그에 맞는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선복귀한들 달라지지 않는다면 파업의 의미가 없어진다. 선복귀를 요구하려면 직장폐쇄 먼저 풀어야 한다.


지역 언론에 바라는 바는?

생활 쓰레기가 들어오면 벙커 들어가기 전에 부어놓고 분리수거를 어떻게 해오는지 전체 기자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소각장 직원들의 실상을 보여주고 싶다. 그렇게 되면 완도군이나 회사측도 어려워질 것이다. 우리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


다른 지역은 어떤가?

민간 위탁 사업자들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한다. 해남군만 해도 관련 조례가 있다. 우리 완도는 조례를 제정할 의지가 없다.


완도군수와 만났는가?

면담 요청 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완도군수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의 요구와 주장을 담은 자료를 단 한 번이라도 읽어본 적 있는가 묻고 싶다. 언론에 다이옥신 90배 초과 배출 기사가 났는데도 완도군은 사과나 재발방지 약속을 전혀 하지 않았다. 완도군이 불시에 한번이라도 검사를 해본 적이 있는가? 완도군 소각장이 안전하다는 검증결과를 군민들에게 보여줄 계획이 있는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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