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열매, 향기까지 특이한 붓순나무
상태바
꽃과 열매, 향기까지 특이한 붓순나무
  • 굿모닝완도
  • 승인 2020.03.19 18: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종석(완도수목원 수목연구팀장)

 

1년 내내 낙엽이 지지않고 3~5m까지 자라는 넓은잎나무

붓순나무는 상록성의 넓은잎을 가진 소교목으로 잎에서 윤기가 나고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고운 느낌이며 타원형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자란다.

봄에 새 잎이 나올 때 마치 붓처럼 생겼다고 해서 '붓순나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하는데 겨울눈과 꽃잎이 떨어진 후의 모습이 붓을 닮은 것 같다. 제주도에서는 열매의 모양 때문에 '팔각낭'이라 부르는데 가시목, 밭갈구, 말갈구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영명은 Aniseed tree 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와 북미 동남부 지역 등 전 세계적으로 1속 50종 정도가 자라는데 우리나라에는 1종이 완도와 진도, 제주도 등에 자생하고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자생종 포함 5종 정도의 재배종이 등록되어 있다.

특수한 향으로 사람을 유혹하는 나무

나무 전체에서 특수한 향이 나는데 속명의 Illicium도 '유혹한다'는 뜻으로 향이 뛰어난 나무의 특성을 담고 있다. 샤프롤(Safrol), 유칼립톨(Eucalytol) 등 시원하면서도 안정감을 주는 향이 있어 우울감과 피로감 개선에 효능이 탁월하다. 흔히 귀신을 쫓는나무로도 알려져 있는데 일본에서는 "향목(香木)'이라 하여 잎과 가지를 불전에 바치거나 향신료로 사용한다. 특히, 잡귀를 얼씬하지 못하게 한다고 하여 산소 옆에 심기도 하고 관 속에 넣는 풍습도 있다. 우리의 '로컬푸드(Local food'와 같은 후루사또 농산물판매장 등에서 붓순나무 가지와 꽃을 꽃다발처럼 묶어 판매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간혹 사찰 주변에 심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완도수목원에는 사계정원에서 목공예체험장으로 넘어가는 수변길에 붓순나무 20여 그루가 집단적으로 자라고 있어 3월~4월까지 향긋한 볼거리를 자아낸다.

3월경에 녹색을 띈 흰색 꽃이 피고, 9월경 8각 모양의 열매를 맺는다.

3월~4월까지 12개의 꽃잎이 두겹인 흰색계열의 꽃이 특이하게 피는데 처음에는 녹색을 띄었다가 나중에는 노란색을 띈 백색으로 진다. 9월이 되면 바람개비처럼 8각으로 생긴 껍질에 광택을 띈 황갈색의 열매가 익는데 "시키믹산" 이라는 독성이 있어 사용하지 않는다. 붓순나무 열매와 비슷한 "팔각"이라는 나무가 있는데 가끔 붓순나무 열매를 팔각과 혼동해 음식에 넣었다가 중독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하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잠깐! "팔각(八角)" 이라는 나무는 중국 토착식물로 목련과로 분류한다. 붓순나무는 영미권에서는 오미자나무과, 중국에서는 목련과로 분류하는데 같은 나무는 아니지만 붓순과 팔각은 계통적으로 사촌격인 나무이기는 하다. 팔각의 열매는 3000년 전부터 사용해온 중국 음식의 필수 향신료로 고기 요리에 많이 넣고, 약제로도 사용하는데 우리가 아는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Tamiflu)"를 이 팔각의 열매를 가지고 만들어 내면서 더욱 유명해진 나무이기도 하다.

한편, 타미플루는 1996년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 사이언시스가 개발해2016년까지 스위스의 로슈사가 독점판매했던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오셀타미비어(Oseltamivir)"의 상품명이다. "팔각"의 열매에서 6~8개월동안 10가지 공정을 통해 추출된 시킴산(shikimic acid)을 원료로 다단계의 화학적 합성과정을 거쳐서 만든다고 한다. 시킴산 원재료 자체의 가격도 상당하였지만 원재료로 팔각을 쓰기 때문에,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할 당시 팔각이 품귀 현상을 빚어서 팔각을 사용하는 식당들까지 상당한 곤란에 처했었다고 한다.

종자나 삽목(꺾꽃이)으로 키우고 이식(옮겨심기)을 싫어해 컨테이너 양묘 권장

음수이기 때문에 햇볕이 강한 곳 보다는 약간 그늘진 곳을 좋아하고 바위틈이나 습기가 적은 곳에서도 자라긴 하지만 토심이 깊고 습기가 있는 곳을 더 좋아한다.

추위에 약해 연평균 기온이 12℃ 이상인 서남해안 지역에서 잘 자라고 서울이나 경기도 등 중부지방에서는 난방시설이 되어 있는 곳에서 재배해야 한다.

종자는 9~10월경 완전히 성숙되면 자동으로 벌어져 유실되므로 양파망 등으로 싸주거나 벌어지기 직전에 채취해서 젖은 모래와 섞어 노천매장 후 다음해 봄에 파종한다.

삽목은 6월경 그 해에 난 가지를 6~10cm 크기로 잘라서 꽃은 후 50% 정도의 해가림 시설을 해주면서 관리해야 한다. 맹아력은 강하지만 이식을 싫어하고 느리게 자라는 특성이 있어 컨테이너나 바로 이식할 수 있는 생태포트에 재배하는 것을 권장하고 싶다.

잎과 가지, 꽃과 열매 등 전체적으로 쓰임새가 많은 나무

우리 주위에 흔하다고 생각하는 나무들도 저마다의 이로운 물질들을 가지고 있어 활용가치가 다양하다. 최근에는 과거 선조들의 전통적이고 경험에 의한 이용 방식을 토대로 과학기술을 접목해 소중한 우리의 자원들을 식·의약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들을 펼치고 있다.

붓순나무의 껍질은 혈액응고제, 잎과 가지는 지혈제 및 향료로 사용하고 종자는 약용, 목재는 부드러우면서도 촉감이 좋아 염주알이나 주판알 등으로 널리 사용해 왔고 정원수로도 적합한 나무이다.

전라남도산림자원연구소 추출물은행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양한 산림수종의 항산화 활성을 평가하기 위해 실시한 DPPH와 ABTS 라디칼(활성산소) 제거 능력 시험에서 붓순나무의 항산화 능이 매우 우수한 걸로 나타났다. 특히, 산화방지(항산화)ㆍ항세균ㆍ항진균ㆍ항염증 등 붓순나무의 항산화와 항균 기능이 뛰어나 이를 활용해 완도수목원에서 향수를 만들어 출시한 바 있다.

활용가치가 많은 붓순나무를 새로운 소득수종으로 키우자

제주도에서는 자생종인 붓순나무를 절화소재로 키워 일본이나 중국 등에 수출하여 새로운 농가 소득작목으로 키워내기 위해 백만본 생산을 목표로 농가를 육성하고 있는데, 정식 3년 후 수확이 가능하며 10a당 조수입 7,200만원, 소득 4,650만원 정도의 경제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우리도에서는 현재까지 붓순나무의 적정 재배 기술이나 대량 생산기반이 전무한 실정이지만 항산화 식품이나 항균성 화장품 소재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어 체계적인 준비와 집단 재배를 통해 붓순나무 6차산업화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