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붙박이 보직도 필요하다: 공무원 순환보직제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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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붙박이 보직도 필요하다: 공무원 순환보직제의 문제
  • 차광승 기자
  • 승인 2022.01.24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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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광승(굿모닝완도 시민기자)

대다수 공무원들은 2~3년을 주기로 부서 이동을 한다. 한 부서에서 오래 근무할 경우 인간적 유대 관계 등으로 인해 부패할 위험이 상존하고 타성에 젖어 조직의 역동성이 떨어지며 개개인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기 힘들게 마련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이다.

순환보직 제도에 그런 골칫거리를 순화하는 장점이 있다면, 그 이면에 단점들 또한 있게 마련인데 개중 손꼽을 만한 것으로 전문성의 약화, 달리 숙련도 저하를 들 수 있다. 여기에 덧붙여 타고난 재주는 저마다 다른 법이다. 팔방미인 격으로 다재다능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열 가지는 남보다 못하지만 단 한 가지 남들에게는 없는 재주를 타고 난 이도 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노력 앞에 이루지 못할 것 없다는 속담이 있다면, 맞은 편에는 ‘오르지 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마라’는 경구가 자리한다. 뉘라서 속담의 상대성 앞에 맞설 수 있을까만.

그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기가 가장 좋아하고 원하는 일을 자기 밥벌이로 하고 있는 사람이란 말도 나온다. 기실 우리들 대다수는 밥벌이로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스트레스를 참아내며 번 돈으로 여가 시간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때 잔잔한 행복을 느낀다.

공무원의 경우 맡은 업무가 좋아하는 분야 또는 숙련 분야라면 어려움 없이 효율적으로 업무 처리를 할 수 있으므로 이른바 ‘적성’에 맞는데서 오는 무탈함이 주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결국 ‘적재적소’에 가까운 개념인데 사람이 얼마나 다를까, 다져진 전문성이 필요한 일부 특수 직역을 제외하면 어지간한 이들은 어지간히는 맡은 업무를 해낸다.

각설하고, 그 특수직역 중 하나로 볼 수 있는 게 ‘감사업무’인데 숙련 전문가들이 붙박이 터줏대감으로 포진하고 있으면서 신구세대 전환이 잘 이루어져야 완도군에 제대로 된 공무원 문화가 자릴 잡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따금 부서 이동을 최대한 줄여 임용 초기부터 전문성을 지닌 인력을 키워내야 할 부서로 우선 꼽자면 감사부서와 계약부서를 들 수 있다. 이 이바구를 풀어놓아야겠다 생각이 든 것은 서글프게도 최근 몇 년 사이 벌어진 감사팀의 전횡(?), 특히 작년에 벌어진 두 차례의 ‘허위공문서’ 사건 탓이었다.

간혹 감사팀이나 법무팀은 실제로 전문지식으로 처리하는 업무는 별로 없이 툭하면 외주(자문 변호사, 경찰/검찰/사법기관)를 하여 일처리를 한다고 지청구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인류 역사에서 언제고 그런 목소리가 잦아들 때가 있을까만. 감사팀 업무의 경우 특히 공무원 관련 법률과 행정소송 이론 지식 외에도 일정 수준의 논리학 지식, 대상을 객관적으로 정교하게 묘사하는 글쓰기, 그리고 무엇보다 상급자 지시가 부당하면 불응하고 공정하게 사안을 처리하는 의지와 판단력이 가장 필요한 자질이다. 자질을 나열해 놓고 보니 딱 엘리트라는 단어가 걸맞은 직역이긴 하다.

국가법령센터(https://law.go.kr)에 들어가 감사팀원이 읽고 이해해야 할 법령 목록을 찾아본 이들은 익히 알겠지만 감사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행정법을 전공한 이가 아니라면 못해도 5년 정도는 수습 과정을 거치고 퇴근 후 이론 공부를 병행해야 기본은 하는 감사팀원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순환보직 체계에서는 2~3년 단위로 부서 이동이 이루어지는 탓에 제대로 된 감사 인재를 키워내기가 힘들다.

작년 허위공문서 사건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주무관 역시 원래 건설기술직렬 공무원인데 감사팀으로 발령을 받아 초기에 적응하기 좀 힘들었으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외부로 치자면 검찰/감사원 업무를 맞고 있는 셈인데 일이 쉬울 리가 있을까?

감사팀에 숙련 공무원이 왜 필요하냐 하면 감사 업무를 잘못 처리할 경우 타 업무에 비해 공무원들 자신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고 그 손해를 복원하는데 몇 배의 시간과 자원이 필요하며 때로는 피해 당사자에게 비가역적인 해를 입히기도 하는 탓이다. 그만큼 책임이 무겁기 때문에 실상 소명의식이나 사명감 같은 것이 없이는 제대로 감사팀 업무를 해내지를 못한다.

감사팀이 적성에 맞는 요원의 경우 보직순환을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업무연관도가 높은 법무통계팀, 세정팀, 경리팀, 예산팀, 정보통신팀, 복합민원팀 쪽으로 전보 부서를 제한하되, 인사상 부득이하게 여타 부서로 보직순환하는 경우에는 해당 실과 업무 중에서 감사팀 업무와 연관성이 높은 업무를 맡겨 감사팀과 감사 실무에 지속적으로 노출시켰다가 다시 감사팀으로 보직순환을 하게 하는 인사시스템을 갖추려는 노력이 아쉽다.

감사팀 숙련 인력을 예로 든 것이지만 수산 직렬이나 기술 직렬, 보건복지 직렬 할 것 없이 위와 같은 범주 분류를 통해 업무 연관성이 높은 부서와 낮은 부서를 체계화/선별하여 보직순환을 시켜 업무 숙련도를 높이고 부적응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하는 시스템 구축이 그만큼 조직의 건강과 구성원들의 만족도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인사부서에서 공무원 개개인의 적성이나 자질을 파악하고 측정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운용하여 이를 DB로 구축한 다음 인사 관리 프로그램과 연동시켜 부서를 기준에 따라 여러 범주로 나누어 자동으로 전보 우선순위 부서들, 그리고 기피해야 할 부서들이 뜨도록 하면 인사 만족도를 제고할 수 있다.

실제로는 가동 중인데 내가 미처 접하질 못해 그리 보일 수도 있지만 IT가 일상이 된 세상에서 완도는 여전히 IT 기술을 접목한 업무 자동화/생산성 개선 노력이 그다지 눈에 띠지 않는다. 그냥 HWP, EXCEL만 있으면 만사형통인 분들에게야 딱히 드릴 말씀이 없지만. 말이 나온 김에 완도군청 HRM 시스템 구축 용역을 발주하여 인사 발령 과정에서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인사잡음을 많이 줄이길 희망해 본다.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범주화(선별/스크리닝/우선 순위 설정) 작업만으로도 불필요한 반복 업무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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