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게 신앙일까?

2020-04-09     박남수 기자

 

강진 도암 바닷가 도로를 운전하며 달릴 때였다. 서쪽 하늘로 해는 떨어져가고 물은 들어오는데, 물빠진 갯뻘 먼 데서 뭔가 분주하게 움직인다. 차를 세우고 보니 여자였다. 몸놀림은 더욱 빨라지고. 근데 그녀를 바라보는 눈길이 나 말고 하나 더 있다. 여자의 움직임만을 예의 주시하는 누렁이 하나. 순간 내 몸이 얼어 붙었다. 주인을 바라보며 지키는 한결 같은 누렁이의 저 마음. 저런 게 신앙일까. 나는 누렁이를, 누렁이는 주인을 한참이나 바라보며 그렇게 있었다. 2004년쯤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