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관광버스의 추억

2023-05-19     박남수 기자

 

[굿모닝완도=박남수 기자] 춘계문화탐방 목적으로 완도서 순천을 다녀왔다. 왕복 4시간이다. 관광버스 4대, 인원이 150은 넘었다. 대부분이 환갑을 넘긴 노인들이다.

버스에 탄 모두는 목숨걸고(!) 놀았다. 스피커 성능이 얼마나 좋던지 가슴이 쿵쿵 울렸다. 손가락으로 귀를 깊숙히 찔러 막아도 소리가 들렸다. 운전사에게 좀 꺼달라고 했더니, (불량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더니) 원하는 사람도 있으니 통일해 달란다. 그러더니 다시 볼륨을 올렸다. 다수결에 따른 거니 민주주의일까?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리는 버스 안에서 술먹고 땐스음악에 맞춰 땀흘리며 차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흔들리며 춤추는 사람들. 이들은 "목숨걸고 놀았다." 선진 한국의 곧고 넓은 도로사정, 최신식 차량에 어울리는 빵빵한 조명과 음향시설, 그리고 기사의 노련한 장삿속, 그리고 노년의 적당한 유혹과 끌림. 네박자가 딱이다.

우리 '민족'이 다이나믹하다는 증거일까? 차창 스크린에 그려지는 기가막힌 봄날의 칼라와 스토리가 그들에겐 안중에도 없다. 옆사람과의 다정다감한 대화 또는 치열한 말싸움은 첨부터 끝까지 필요없다. 그저 맺힌 한과 쌓인 스트레스를 흔들며 소리치고 서로 비벼대면 충분하다. 여기에 무슨 의견이나 불만이나 대안이나 반대는 없다. 묻지마 관광이 어쩌면 이와 비슷할 지도 모르겠다.

가며 오는 내내 생각했다. 언제부터 무엇이 왜 우리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을까? 내 엄마, 아부지가 즐기는, 오로지 동물적이고 일회적인 배설에 힘을 쏟는 이 변태적 놀이문화를 긍정해야 할까? 얼마나 역동적이냐고, 그리고 비록 슬프지만 유일한 출구 아니냐고.

2012년 한국 농촌사회 노령층의 놀이문화는 지대로 체험했다. 배운 게 정말 많고 유익한 불면의 학습시간이었다. 완도 평생교육원 춘계문화탐방이었으니까. 

2012년 5월 18일 32주년 5.18 광주민중항쟁 기념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