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고실나무 앞세운 동네

2021-01-23     박남수 기자

 

멀리서 보니 그 동네 첫들머리에 나무 세 그루 섰다. 가차이 가보니 놈들이 길 가운데 차지하고 사람이고 경운기고 양쪽으로 갈랐으니 놈들이 도로중앙가로수. 저거 싹 비불먼 길도 훤하게 넓고 시원하겄네만 안 그랬다. 

나무락해봤자 흔해빠진 솔나무. 나이랬자 어디다 명함도 못내밀겄다. 어허 저것잠 보소. 가운데 놈은 얼척없게도 고동구나무다(목고실나무). 근디 놈이 제법 퉁겁다. 그래봤자 속성수라 환갑이나 지났으까. 

개포(어촌계) 없는 섬 속 산골 마을 고금도 신장리. 에린 놈들 젙에다 정자도 하나 세웠다. 고동구나무 그늘 껌해지는 여름이면 시원한 바람 솔찬하겄다.

보잘 것 없는 놈들이라도 신주 모시듯 앞에 떡하니 내세우고 살아온 신장리 사람들 속을 나는 알겄다. 이래서 귀목인 거재. 그 착한 마음 한하고 지속되길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