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없는 중목리 이팝나무

고금도 봉명리 사장나무 이야기

2021-02-13     박남수 기자

 

이 동네 이름도 처음엔 나무였다. 중목中木.

섬의 서쪽에 있어서 유달리 겨울이 추웠다. 오죽하면 그 동네 처녀들 별명이 ‘푸렁녜’였을까. 겨울 하느바람에 얼굴이 얼어 풀해졌대서 붙은 불명예다. 

그래서 중목리 사람들은 추위와 바람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려고 바닷가에 나무를 심고 거길 사장이라 불렀다. 500년도 더 전 일이다. 큰사장, 작은사장 더해 100미터쯤 되는 거리다. 대부분 느티나무, 팽나무, 소나무, 후박나무, 이팝나무 등 수종이다. 20세기 말에 큰사장 옆으로 작은 숲을 쬐끔 보탰다. 거기 숲도 지금은 솔찬히 컸다. 

큰사장에 느티나무 두 그루 살았는데 숫놈이 40년 전 태풍에 쓰러지고 지금 암놈만 경로 우대 받으며 겨우 살아간다. 오랜 세월 동안 대보름 날 사장나무에 금줄 치고 깽매기 치며 갯제도 지냈으나 이제 그짓도 안 한다. 

작은사장 중간쯤 나이를 알 수 없는 이팝나무 한 놈 있는데 좀 별나다. 속은 없고 껍딱만 남었는디 여기저기 생긴 큰 구녁으로 푸른 하늘 다 뵌다. 그 속 없는 것이 한한 세월 숱한 태풍에 살아남은 비결 아닐까. 저래뵈도 봄 되면 쌀밥 같은 힉한 꽃이 원없이 핀다. 

중목에서 새가 우는 마을(봉명鳳鳴)로 개명한 시기와 이유를 여태껏 나는 모르고 산다. 다만 사장나무와 더불어 아니 그들 덕분에 수백년 동안 마을의 역사가 이어져 왔음을 믿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