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빈의 나무이야기) 칡: 갈등과 과갈
상태바
(문정빈의 나무이야기) 칡: 갈등과 과갈
  • 문정빈
  • 승인 2022.07.25 13: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정빈(문농약사 대표)
문정빈(문농약사 대표)
문정빈(문농약사 대표)

예로부터 칡은 농촌에서 쓰임새가 많았다. 칡의 연한 덩굴과 잎은 소나 염소, 토끼 등의 사료로 쓰였다. 칡 덩굴은 옛날에 나뭇단을 묶거나 빗자루를 만들 때 엮는 끈으로 썼다. 도리깨발을 엮을 때도 칡끈을 사용했다.

칡은 풀처럼 자라 주변 바위를 덮거나 나무를 칭칭 감고 올라가지만, 굵은 줄기가 있어 해마다 새순이 나고 잎이 나기 때문에 나무로 분류된다. 염분이 많은 바닷가에서도 잘자라며, 구황작물로 오래전부터 식용되었고 자양강장제 등 건강식품으로 이용된다.

현재 우리나라 어느 산야를 가더라도 쉽게 볼 수 있고, 특히 산을 절개하여 돌무더기를 쌓아 무너지지 말라고 망사를 덮어 놓은 곳에는 어김없이 칡넝쿨이 있다. 토사의 유출을 막기 위한 사방용 식물로 이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칡넝쿨을 퇴치하고자 칡뿌리 수매까지 하는 지자체가 생겨나고 있다. 칡이 엄청난 번식력으로 산림생태계를 교란시켜 파괴하고 자연경관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과거 구황작물 및 귀중한 약재에서 지금은 농작물 및 산림훼손의 주범으로 전락하고 있는 ‘칡’은 인간이 만든 ‘갈등’(葛藤)이란 단어의 표현 대상이기도 하다. ‘갈등’(葛藤)은 칡 갈(葛)과 등나무 등(藤)을 합하여 만든 ‘서로 뒤얽히는 넝쿨 식물’을 뜻한다.

과갈지친(瓜葛之親)도 칡(葛)과 관련된 고사성어다. 덩굴이 서로 얽힌 오이와 칡이라는 뜻으로, 복잡하게 서로 얽힌 친인척 관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즉 가문 대대로 이름 있는 명문들과 이중 삼중 혼인 관계를 맺어 과갈로 얽히다란 뜻으로 인용된다. 옛 조상들의 폭넓은 인문·자연적 식견에 탐복하지 않을 수 없는 글자들이다.

현대사회의 여러 변화속에 정의가 바로 서는, 갈등의 완화는 중요한 해결책의 하나이기도 하다. 최근의 북핵문제, 노사문제, 등 국가간, 세대간, 개인간 모든 문제가 여기에 포함된다. 갈등의 문제를 과갈의 심정으로 해결하면 어떻겠는가!

이웃도 차이를 두지 않고 가까이 지내면 친척만큼 가깝게 지낼수 있다. 즉, 남이라도 이웃에게 정을 나누면 형제보다 귀할 수 있다, 현대사회 갈등 문제를 대화와 내가족과 같은 이해로 해결하면 더욱 평화로운 사회가 될 터이니 말이다.

농작물과 산림훼손의 주범으로의 ‘칡’과 인간에게 필요한 다양한 약용식물 가치를 지닌 ‘칡’에서 긍정적인 ‘갈등’(葛藤)의 일면을 생각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