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6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속 없는 중목리 이팝나무 속 없는 중목리 이팝나무 이 동네 이름도 처음엔 나무였다. 중목中木.섬의 서쪽에 있어서 유달리 겨울이 추웠다. 오죽하면 그 동네 처녀들 별명이 ‘푸렁녜’였을까. 겨울 하느바람에 얼굴이 얼어 풀해졌대서 붙은 불명예다. 그래서 중목리 사람들은 추위와 바람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려고 바닷가에 나무를 심고 거길 사장이라 불렀다. 500년도 더 전 일이다. 큰사장, 작은사장 더해 100미터쯤 되는 거리다. 대부분 느티나무, 팽나무, 소나무, 후박나무, 이팝나무 등 수종이다. 20세기 말에 큰사장 옆으로 작은 숲을 쬐끔 보탰다. 거기 숲도 지금은 솔찬히 컸다. 큰사장에 나무 에세이 | 박남수 기자 | 2021-02-13 16:31 치유를 위한 길목, 당목 치유를 위한 길목, 당목 마을 이름이 아예 나무다. 조약도 당목마을.안내판에 마을의 유래를 적었다. 이곳 주민들이 하천 작업을 하는데 연장에 다친 둥근 돌에서 붉은 피가 흘렀다. 수상히 여겨 신당을 짓고 그 돌을 거기에 모셨으며 지금까지 해마다 음력 1월 6일에 당제를 지낸다고. 300년도 더 전에 일어난 일이다. 당집 토방에 매끈한 호박돌 하나 있는디 저거이 그 신물인가?당숲공원으로 비교적 잘 관리되는 듯. 다만 도팍에 얽힌 일화의 시기로 입구 안내판에는 1650년, 다른 비석에는 1750년으로 100년 차이가 난다. 새로 쓸 때마다 100년씩 추가? 나무 에세이 | 박남수 기자 | 2021-02-09 12:11 목고실나무 앞세운 동네 목고실나무 앞세운 동네 멀리서 보니 그 동네 첫들머리에 나무 세 그루 섰다. 가차이 가보니 놈들이 길 가운데 차지하고 사람이고 경운기고 양쪽으로 갈랐으니 놈들이 도로중앙가로수. 저거 싹 비불먼 길도 훤하게 넓고 시원하겄네만 안 그랬다. 나무락해봤자 흔해빠진 솔나무. 나이랬자 어디다 명함도 못내밀겄다. 어허 저것잠 보소. 가운데 놈은 얼척없게도 고동구나무다(목고실나무). 근디 놈이 제법 퉁겁다. 그래봤자 속성수라 환갑이나 지났으까. 개포(어촌계) 없는 섬 속 산골 마을 고금도 신장리. 에린 놈들 젙에다 정자도 하나 세웠다. 고동구나무 그늘 껌해지는 여름이면 나무 에세이 | 박남수 기자 | 2021-01-23 11:31 도남리 소나무의 기구한 팔자 도남리 소나무의 기구한 팔자 고금도 도남리 입구. 2016년 2월경에 놈을 처음 만났다. 죽어서도 눕지 못하고 서 있었다. 속살이 북어포처럼 바싹 말라가고 있었다. 풍장이 이런 걸까. 5년이 지난 오늘 갔더니 놈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누운 채로. 좀 편할랑가. 오래 전 누산네가 거그 나무를 베었더니 재수가 없었다고. 그 후로 당산나무에 손대는 이 아무도 없었다고. 믿어지는가. 나무 에세이 | 박남수 기자 | 2021-01-09 21:50 마이삭에 쓰러진 360살 해송 마이삭에 쓰러진 360살 해송 올 9월 초 왔던 태풍 마이삭에 삼백년 묵은 해송이 뿌리째 뽑혔다. 강진 대구 구곡마을. 한밤 중에 그랬으니 마을 사람들과 공무원들이 에진간이 애썼것다. 행인들과 이별이라도 하라는 뜻인지 한 토막 놈의 몸통만 덩그러니 놓였다. 수일 동안.저 길을 다닌 시간이 40년 넘으니 놈의 부재가 내게도 맘이 좀 쓰인다. 살았을 적에 찍어둔 사진이 있나 살피나 찾기 에럽다. 있을 게다. 10월쯤에 에린 놈 둘을 노거수 쓰러진 자리에 심더니 표지판에 사연을 적었다. 충청도 보은 정이품송 후계목이라며 인증서까지 붙였다. 칭찬할 일이나 쓰러져 죽은 나무 에세이 | 박남수 기자 | 2020-12-25 21:46 샛바람 막느라 보낸 400년 세월 샛바람 막느라 보낸 400년 세월 고금도 서쪽 끝 마을이 용치(용초)다. 마을 앞으로 손에 잡힐 듯 작은 섬 민대수가 있는데 고금도에서 최고 맛있는 개불이 나는 곳이다. 그 앞으로 태평양 같은 바다가 펼쳐졌다. 강진과 해남과 완도가 둘러싼 그 한가운데 복섬이 있다. 거긴 계절마다 온갖 해산물이 넘쳐난다. 세 지역의 부지런하고 지혜로운 어부들만이 지금껏 사이좋게 복을 나누며 살고 있다.용치(용초)는 조선이 건국되기도 전인 1342년에 천 씨 성을 가진 분이 고금도에 들어와서 처음 살았다는 곳이다. 말이 그렇지, 뭐 그전이라고 왜 사람이 없었겠냐만 기록이 그렇단 얘기다 나무 에세이 | 박남수 기자 | 2020-12-02 12:23 처음처음1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