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도 용초마을(용치) 팽나무
고금도 서쪽 끝 마을이 용치(용초)다. 마을 앞으로 손에 잡힐 듯 작은 섬 민대수가 있는데 고금도에서 최고 맛있는 개불이 나는 곳이다. 그 앞으로 태평양 같은 바다가 펼쳐졌다. 강진과 해남과 완도가 둘러싼 그 한가운데 복섬이 있다. 거긴 계절마다 온갖 해산물이 넘쳐난다. 세 지역의 부지런하고 지혜로운 어부들만이 지금껏 사이좋게 복을 나누며 살고 있다.
용치(용초)는 조선이 건국되기도 전인 1342년에 천 씨 성을 가진 분이 고금도에 들어와서 처음 살았다는 곳이다. 말이 그렇지, 뭐 그전이라고 왜 사람이 없었겠냐만 기록이 그렇단 얘기다. 용치는 지금껏 고금도의 입도 마을로 알려져 있다. 마을엔 유독 천 씨가 많다.
바닷가 마을 회관 앞 공원에 다섯 주 정도 큰나무들이 생태적 거리를 두고 가족처럼 앉아 있다. 젤로 늙은 나무만 울타리로 삥 둘러쳤다. 팽나무다. 제일 큰 나무 수령이 410년이니 나머지도 족히 200살은 넘어 보인다. 완도군이 보호수로 지정한 것이 1982년인데 표기된 수령은 그때 나이인지 지금 나이인지.
느릅나무과에 속하는 팽나무는 섬 지역 마을을 지키는 당목의 대표 수종이다. 봄에 꽃이 피고 여름에 녹색의 작은 열매는 가을이 되면 노랗게 익어간다. 단맛이 있다. 겨우내 새들의 긴요한 먹이가 된다.
요즘 같은 겨울이면 북서풍에 용치 전체가 떤다. 그 바람을 400년 동안 온몸으로 막아 섰으니 얼마나 장한가? 팽나무가 마을을 보호해 온 셈. 그래서 보호수인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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