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빈의 나무이야기) 가을의 전령사 억새와 갈대
상태바
(문정빈의 나무이야기) 가을의 전령사 억새와 갈대
  • 굿모닝완도
  • 승인 2022.10.09 22: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정빈(문농약사 대표)

 

가을 풍경은 단풍뿐만 아니라 푸른 가을하늘 아래 바람따라 일렁이는 갈대와 억새 풍경 또한 장관이다.

그런데 억새와 갈대는 흔히 혼동된다. 생김새는 물론 꽃피고 지는 계절까지 비슷하기 때문이다. 같은 벼과의 여러해살이 풀이지만 억새와 갈대는 엄연히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갈대가 물가에 피는 반면 억새는 산속 높은 곳에 핀다는 점이다. 습지로 유명한 순천만에 가득한 것은 갈대이다. 반면 제주도 새별오름이나 산굼부리에서 관광객들의 눈길을 잡는 것은 억새이다. 물가에서 자라는 물억새가 있기는 한데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갈대가 억새보다 더 갈색을 띄기 때문에 쉽게 구분된다. 특히 꽃 색깔이 억새는 은빛을 띄는 반면 갈대는 갈색이나 고동색을 띈다. 억새는 역시 이름처럼 몹시 억샌 줄기를 갖고 있다. 또 줄기가 날카로워서 손을 베일 정도다. 키는 일반적으로 갈대가 억새보다 더 크다.

억새와 관련된 의미 있는 일화가 있다. 경기도 구리 동구릉은 도성의 동쪽에 있는 9개의 무덤이란 의미로, 조선을 세운 태조의 무덤으로 쓰이기 시작한 뒤 가족무덤을 이루고 있다. 한 지역 내에 왕릉군을 이루는 조선 왕릉 중 최대 규모이다. 이곳의 이성계 무덤인 건원릉에는 다른 조선왕릉 봉분에서는 본 적 없는 억새가 덮여있는 걸 볼 수 있다. 이는 태조의 유언에 따라 고향인 함흥의 억새를 옮겨와 봉분을 조성하였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인조실록』을 보면 태조의 유언에 따라 청완(억새)을 덮었다는 기록이 있다. 태조 이성계는 자신을 고향인 함흥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는데 태종은 함흥이 조선 개국의 시조인 아버지를 묻기에는 한양에서 너무 멀었기 때문에. 대신 고향을 그리워하는 아버지를 위하여 함흥의 흙과 억새를 가져다 심었다고 한다. 이 가을 수도권여행 계획이 있다면 한번쯤 가볼 만한 곳이다.

바야흐로 전국의 나무들이 노랑, 주황, 빨강 등 색색깔의 옷들로 갈아입고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계절이다.

가을 키워드는 역시 단풍과 갈대‧억새이다. 갈대와 억새는 보통 9월 말께 꽃을 피워 시간이 흐르면서 갈색으로, 다시 은색으로, 나중에는 흰색으로 변한다. 꽃에 솜털이 차오른 10월 말에서 11월 중순 사이에 가장 아름답다. 억새꽃, 갈대꽃은 햇볕의 결을 따라 빛깔이 달라진다. 해가 뜨고 질 때 부드러운 햇빛 아래서는 황금색으로, 강렬한 볕이 내리쬐는 한낮에는 새하얗게 나부낀다. 바람 따라 흔들리는 억새는 오색빛깔 단풍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가을의 전령사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