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축제=5백만원이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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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축제=5백만원이 전부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3.03.05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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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완도=박남수 기자] 장좌리 당제당굿은 전남도 무형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정월 대보름날 이른 새벽부터 오후 늦게까지 하루 종일 진행된다. 새벽에 마을회관에 모여 복장을 점검하고 손발을 맞춘 뒤 마을 앞 장섬으로 들어가 당제를 올린다. 모두 네 분의 넋을 기리는 제사다. 장보고 대사, 정년 장군(신라 말기), 송징 장군, 혜일 대사(고려 말기)가 그들이다. 당제가 끝나면 참석한 사람들 모두가 차린 음식을 나눠 먹고 장섬을 내려온다. 배를 타고 마을로 들어가는데 이때 굿을 친다. 아마도 전국에서 유일한 예가 될 듯싶다. 선창에 내린 이들은 동네 우물과 당산나무에서 굿을 친다. 그리고 향하는 곳이 동네 이장댁이다.

군고패가 이장 집에서 한 바탕 논 뒤에 이장이 이번 당제에 들어간 비용에 대한 결산보고를 한다. 들어보니 5백만원에 가깝다. 기부된 군물(풍물) 하나 하나까지 다 군중에게 보고한다. 보고가 끝나면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이장이 준비한 술과 음식을 나눈다. 이번 당제를 촬영했던 방송국 기자들까지 너나 없이 맛있게 먹었다.

이후에도 굿은 계속된다. 이사한 집, 새로 지은 집, 개업한 집에서 빠짐없이 굿을 친다. 종일 이렇게 놀다가 오후 늦게 다시 물이 빠지면 바닷가에 단촐하게 상을 차리고 갯제를 지낸다. 그리고 마을회관에 모여 당제당굿을 마무리한다. 그날 해가 서산에 떨어진 뒤다.

완도의 대표축제는 장보고축제다. 매년 5월 열리는 2박3일 매머드 축제다. 5억을 훌쩍 넘어 10억 예산이 들어가는 이 축제에 아쉽게도 장보고는 없다. 화려한 불꽃놀이와 진행자의 멋진 목소리와 야바위판과 213미터 김밥이 있을 뿐이다. 그런 장보고축제가 요즘은 더 어이없게도 빙그레 축제로 변질되었다. 전국 웃음페스티벌을 열어 웃음바다가 된다. 매번 씁쓸하다.

그러나 장좌리 당제당굿은 다르다. 이 굿을 위해 마을 사람들은 오래 준비하고 열심으로 연습했을 거다. 제주는 몸을 정갈하게 했을 거다. 보름날 단 하루 열리는 당제당굿에 들어가는 총 비용은 5백만원이다. 너무 저렴한가? 그러나 여기엔 최고의 멋이 있고, 최상의 맛이 있다. 천년을 이어온 찐한 스토리가 있다. 그 멋과 맛과 스토리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뜨거운 참여가 있고 평등한 나눔이 있다. 이런 맛있는 민주주의가 어디에 있을까? 5백만원이면 모두가 행복한 장좌리 당제당굿이야말로 진짜 장보고축제다. 이거 말고 다 가짜다.

내년 지방선거에 모든 걸 다 걸고자 하는 당신, 만약 당신이 군수라면 이 불편한 진실에 어떤 답을 내겠는가?

2013년 2월 24일 대보름 완도 장좌리 당제당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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